‘다다다’ 발표대회, 배려와 포용의 언어 만들어요~

시민기자 문청야

Visit380 Date2019.10.14 14:45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살아가면서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힘을 주는 긍정의 말을 듣고 열심히 노력하여 그 말대로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다다다> 발표대회에 참석 중인 시민들 ⓒ문청야

10월 9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한글날을 맞아 서울시가 주최하고, 고려대 국문학과 연구팀이 주관한 <다다다>발표대회다. 17명의 발표자가 자신들의 경험을 말하며 편견과 배척이 아닌, 배려와 포용의 언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발표회가 있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다다다>는 ‘말하다, 듣다, 즐기다’에서 따온 문구이다. 처음에는 말하기대회라고 해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런 발표대회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생각으로 다소 방관하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하나 둘 발표자가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시간 동안 이상한 마력에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몰입해서 듣다 보니 2시간 30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고려대 신지영 교수 ⓒ문청야

이번 대회는 서울시 주최 고려대 국문과 연구팀이 주관한 행사다. 고려대 신지영 교수는 “포용과 배려의 언어 그리고 차별과 배척의 언어에 대한 시민들의 경험으로 자신의 생각을 목소리에 담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개회사를 전했다.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며 청중들을 몰입시키는 발표자 모습 ⓒ문청야

발표자들은 자신이 정한 주제에 오롯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담아 청취자들을 설득시켰다. “그래 맞아” 나도 저런 적 있어 이러면서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발표를 했는데 초등학생, 외국인, 경찰, 대학생, 직장인 등 예선을 통과한 17명이 발표했다. 차분하고 조리 있게 자신들의 경험 속에서 건져 올린 사유가 깃든 말을 하는데, 한 사람 한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발표대회 진행은 고려대 국문과 학생들이 재치있게 이끌었다 ⓒ문청야

1부에는 9명의 참가자가 무대에 올랐다. 경청에 기반한 이어말하기 방식으로 진행되어 모든 참가자는 바로 직전 발표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이야기에 대해 코멘트를 남긴 후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형식이었다.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는 발표자들 모습 ⓒ문청야

‘저는 화석이 아닙니다’라는 주제로 발표한 안예진 씨는 티라노, 화석, 삼엽충 등 대학교 새내기 학번이 지나면 듣게 되는 말들이 상처가 되고 위축이 되기도 하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내용이었다.

‘언어의 감촉’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문성준 씨는 ‘안여돼’라는 말을 아세요?라고 하는데 생소하게 들렸다. 바로 안경을 끼고, 여드름이 있고, 돼지라는 말의 줄임말이라고 해서 모두 웃었다. 이런 차별적 언어가 학교에서 종종 듣게 된다고 했다. 
초등학생 김채이 어린이는 “너랑 같은 반 되기 싫어!”라는 말을 듣고 ‘내가 뭘 잘못했지’라고 반문하고 자책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어린나이에 상처받았을 마음이 전달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러시아에서 온 캐서린 씨는 3분 동안 서툰 한국말로 발표를 했다. 차별과 배척의 언어로 겪은 성에 대한 비유와 차별을 당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고정관념을 통한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성차별은 더 이상 없어야 되겠다.
우리집 옆에는 ‘짱깨’가 산다?를 발표한 김재훈 씨는 언어의 집단화에 대해 짚어주었다. 혐오와 차별, 집단화 시켜 표현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문예찬, 김경아, 서지수, 송경진 발표자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문청야

문예찬 씨는 그동안 우리는 무의식 적으로 차별적인 언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써왔다고 말했다. ‘남교사, 남검사, 남교수라는 말은 없는데 왜 여교사, 여검사, 여교수라고 부를까?’라며 우리가 무심코 쓰는 차별의 언어에 대해 되짚어 주었다. 
서울지방 경찰청 민원실 김경아 씨는 경찰 민원상담 실장으로 있으면서 몸소 느꼈던 민원상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로의 한마디, 칭찬의 한마디가 거창한 것이 아니고, 잘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면, 막상 민원 때문에 화가 나서 방문했던 시민들이 나중에는 기분이 좋아져서 민원을 취소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역지사지 자세를 실천하자’는 송경진님은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해 30cm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일어난 차별을 얘기했다. 외부시선들을 견뎌내야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외향적인 차별에 대해 역지사지 자세를 실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배척과 차별이 아닌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주세요’를 발표를 한 서지수 씨는 같은 여자로 공감이 됐다. 성추행의 위험한 상황을 겪을 뻔 한 이야기를 주변에 털어놓았을 때 “네가 밤늦게 돌아다닌 것 아냐?”, “짧은 치마 입고 다닌 것 아냐?” 등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서운했다며 “괜찮아? 많이 놀랐겠다.” 이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고 했다. 

김선경, 최요셉, 정환엽, 박상예 발표자 모습 ⓒ문청야

2부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꾸준히 일기를 써오고 있다는 김선경 씨는 말할 수 있는 채널은 많아졌지만 진정 내 마음을 털어놓을 곳은 그리 많지 않은 현실에서 어려움과 마주하면 자신을 다독여주면서 일기장에 희망과 용기의 말을 적는다고 했다. 힘들 때마다 그런 말을 되새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성악과 전공을 택한 최요셉 씨는 하고 싶을 일을 찾아 도전한다고 하면 우려나 걱정의 말보다 응원의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또 성악가답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멋지게 불러서 큰 박수를 받았다. 
정환엽 씨는 ’혐오 표현, 삼켜지지 않는 가시‘라는 주제로 혐오 표현을 들을 때는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 같다는 비유를 했다. 가시가 목에 걸리는 병원을 찾으면 되지만, 자신에게 돌아온 혐오 표현은 뺄수도 없고 삼켜지지도 않는 가시로 존재해 큰 상처로 남는다고 했다. 벙어리장갑을 손모아 장갑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도 했다. 

박상예 씨는 외국 여행을 하며 한국 사람으로 겪는 인종 차별의 언어를 말하며 모든 나쁜 언어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것과 차별의 언어를 사랑의 언어로 바꾸자고 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으로 확장된다는 말이 와 닿았다.
대대장과 말녀휴가 에피소드를 들려준 이형우 씨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큼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것을 발표했다.
’당신의 말이 참 아름답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김영은 씨는 고운 말, 좋은 말도 받아봐야 줄줄 안다는 말이 깊이 공감되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를 구성지게 부른 윤아영 씨는 나이 또한 편견이다. 나이가 아닌 사람 자체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 참가자 정석완 씨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공장에서 일할 때 이방인으로서 받았던 차별의 말로 상처를 입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배려와 존중의 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MBC 황선숙 아니운서를 비롯한 5인의 심사위원들이 심사평을 했다 ⓒ문청야

덤덤라디오 밴드가 5곡을 넘게 부르는 동안 심사위원들의 심사숙고한 심사시간 끝나고 심사평이 이어졌다. KBS 강성범 아나운서, MBC 황선숙 아나운서 등 5인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들었다. 3분 30초 동안 주제논리를 잘 발표해준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배척과 차별에 대한 말들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참가자 17명, 모두에게 상을 주고 싶어 수상자를 결정하는데 고심이 컸다고 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프로페셔널하게 말솜씨가 있는 사람보다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로 포용과 배척의 언어를 전하고, 대안을 제시한 부분이라고 했다.

배척과 차별이 아닌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란 주제로 우수상을 받은 서지수 씨(좌), ‘나이가 아닌 나 그자체로 살수 있도록’이란 주제로 최우수상을 받은 윤아영 씨(우) ⓒ문청야

우수상은 서지수 씨의 ‘배척과 차별이 아닌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최우수상은 ‘윤아영 씨의 ’나이‘가 아닌 ’나‘ 그 자체로 살 수 있도록’이 수상했다. 대상은 송경진 씨의 ‘성차별, 역지사지 자세를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시민소통관의 유재명 과장은 대회에 대한 소감과 함께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다다다 발표대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참가자들의 발표를 통해 ’나의 감성의 언어는 어떠한가‘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도 말했다.

발표회 참가자들이 함께 기념촬영 중인 모습 ⓒ문청야

현대는 원활한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이고,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경청‘과 ’배려‘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온 날이다. <다다다>와 같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말하기 축제는 앞으로 2회, 3회… 계속 이어져 공중파방송에서 생중계할 정도로 인기 있는 대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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