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도시’로 그려보는 서울의 미래!…미래혁신포럼

시민기자 박혜진

Visit49 Date2019.10.10 14:14

시민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미래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궁금하다! 서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이 당면한 문제들을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논하는 자리가 열렸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매년 사회혁신 의제를 선정해 국내외 전문가 및 시민과 함께 포럼을 개최해왔다. 올해 열린 ‘미래혁신포럼’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아보자.

울혁신파크 상상청 전경 ⓒ박혜진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박혜진

이번 ‘2019 미래혁신포럼(2019 Future Innovation Forum, FIF)’은 10월의 첫날,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2층 느티나무홀에서 열렸다.
‘공생공락의 도시 커먼즈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총 3부에 걸쳐 진행됐다. 다소 낯선 단어, ‘커먼즈’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오전 행사인 ‘1부: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참석해보았다.

아침부터 포럼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박혜진

아침부터 행사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박혜진

포럼 시작 시각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도 약 300여 석의 자리가 너끈히 차고, 각각의 의자 위에는 동시통역기가 놓여 있었다. 

먼저 포럼의 취지와 함께 ‘커먼즈’를 소개하는 개회사가 있었다. ‘커먼즈(Commons)’란 ‘공용자원, 공유지, 공유재’ 등으로 번역하는데, 시민이 직접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하는 공유된 자원을 말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2년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7년간 다양한 공유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번 미래혁신포럼은 그간의 사업을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전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사회혁신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주요 시정이었다”며 “개발·토건 중심 행정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이 중심이 된 혁신의 정치,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전환 도시로서의 공유 도시 실험과 계획을 이끌어왔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도시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새로운 전환 시나리오가 필요하고,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는 시나리오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시민이 주체가 된 도시 변화를 강조했다.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 자산화 전략을 설명하는 박원순 시장 ⓒ서울시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 자산화 전략을 설명하는 박원순 시장 ⓒ서울시

박 시장이 설명한 ‘커먼즈’란 ‘공생의 의지’였다. 서울이 추구하는 도시 전환은 크게 보면 ‘생태·경제·사회’라는 세 가지 궤도 위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개별 물품이나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도시 전체를 공유 플랫폼으로 만들자는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도 서울시는 온라인 플랫폼과 엠보팅을 통해 시에 필요한 정책들을 표결하고 있다. 내년에는 약 2천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시민이 정한 사업에 쓰일 예정이라고 박 시장은 설명했다. 최근 서울의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서는 재개발 구역의 길고양이들을 보호하자는 제안이 많은 공감표를 얻어 시장 답변과 정책 실행으로 이어졌다. 시민이 직접 도시의 운전대를 잡고 일으킬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특히 서울이 2016년 스웨덴의 ‘예테보리 지속발전가능상’, 2018년 싱가포르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했다는 소식도 반가웠다. 세계 여러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서울이 발전했다니!

기획 토론: ‘공유도시’에서 ‘도시 커먼즈’로

첫 기조발제를 연 미셸 바우웬스 ⓒ서울시

첫 기조발표를 연 미셸 바우웬스 ⓒ서울시

본격적으로 이어진 기조발제들도 흥미로웠다. 벨기에 P2P 전문가인 미셸 바우웬스(Michel Bauwens)는 벨기에 겐트 시의 사례를 통해 도시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커먼즈’를 소개했다. 그는 공유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세 가지 주체를 공공, 민간, 커먼즈로 설명하며 각각의 차이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의 발제에 따르면 자동차는 사실 주차돼 있는 시간이 95%, 사용하는 시간은 5%뿐이라고 한다. 이 경우 어떤 마을에서 1,300명이 카 셰어링에 가입하면, 130대의 차만 있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는 이와 같은 공유화를 대중교통과 같은 국가 사업,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의 민간사업뿐 아니라 지역 사회가 주체가 되어 다중의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커먼즈’라는 개방적인 기여 시스템으로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공과 민간으로 구별하는 이분법을 떠나 국가가 상업적 활동뿐 아니라 커먼즈를 지원해줄 수 있는 프로토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상업적 기업들은 축출과 경쟁을 통해서만 가치를 창출해낸다. 그러나 가치와 화폐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우리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다. 경쟁 입찰의 조달에서 벗어나,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과 공공선에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새롭게 계산해낼 수 있는 회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발상이 혁신적이었다.

나란히 앉은 기조발표의 두 연사 크리스티안 라이오네(왼쪽)와 미셸 바우웬스(오른쪽) ⓒ박혜진

나란히 앉은 기조발표의 두 연사, 크리스티안 라이오네(왼쪽)와 미셸 바우웬스(오른쪽) ⓒ박혜진

다음으로 두 번째 기조발표는 크리스티안 라이오네(Christian laione) 이탈리아 LUISS대학 교수가 맡았다. 그는 볼로냐시가 2014년 민관 협력으로 수립한 커먼즈 규약과 함께 그밖의 커먼즈를 시도하고 있는 도시들의 특징을 분석한 ‘공유도시 인덱스(Co-City Index)’를 소개했다.

공유도시 인덱스에 따르면 천여 개의 도시, 오백 개 사례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들이 5개 주체들간의 협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사회혁신가, 시민사회조직, 공공기관, 대학 및 교육기관, 민간사업자가 그것이다. 이들을 둘러싼 규범 체계와 필요한 법률들을 툴킷(Tool-Kit)으로 정리한다는 아이디어가 새로웠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도시라는 큰 단위가 아니라 협업이 필요한 마을공동체, 청년 모임들에도 쓰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박배균 좌장, 박원순 시장, 크리스티안 라이오네, 미셸 바우웬스, 에지오 만지니, 이광석 교수 ⓒ박혜진

왼쪽부터 차례대로 박배균 좌장, 박원순 시장, 크리스티안 라이오네, 미셸 바우웬스, 에지오 만지니, 이광석 교수 ⓒ박혜진

이제는 모두 모여 좀더 깊은 얘기를 나누는 패널토론 시간! 박배균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장을 좌장으로 박원순 시장과 두 기조 연사, 에지오 만지니(Ezio Manzini) 밀라노 폴리테크니코대학 명예교수, 이광석 서울과기대 IT정책대학원 교수가 차례로 앉았다.

패널토론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공유와 커먼즈의 차이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에지오 교수에 따르면 공유와 커머닝의 차이는 협업의 유무라고 한다. 함께 일하고, 대화하고, 뭔가 해내는 것. 그 과정에서 무엇을 공유하고 어떤 결과를 내기도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고, 함께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에지오 교수는 현대적인 협업의 힘은 전통적인 마을의 협업과 달라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담이었다.

좌중 질문으로 마이크를 든 마요 푸스터 소장 ⓒ박혜진

좌중 질문으로 마이크를 든 마요 푸스터 소장 ⓒ박혜진

좌중 질답 시간에는 다음 행사의 세션연사인 마요 푸스터(Mayo Fuster) 카탈로니아오픈대학교 디몬스연구소장이 소중한 물음을 던졌다. 마요 소장은 “최근 한국에서 제4세대 페미니즘 운동이 있는데, 페미니스트로서의 커먼즈에 대해 묻고 싶다”며 “커먼즈와 자본주의의 관계는 많이 거론되지만 커먼즈와 가부장제의 관계는 논의가 부족하다. 커먼즈에서 여성의 의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가”고 지적했다.

또 그는 “페미니즘에서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할 때 여성과 아동 또한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며 “여성들을 억압하는 형태의 커먼즈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패널들은 “연구를 보면 페미니즘 운동이 초창기 커먼즈에 기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서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지만 내용이나 인적 구성에 있어서도 젠더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등의 답변을 전했다. 어쩌면 ‘빨리, 빨리’라는 성장의 명목 하에 늘 쉽게 잊혀졌고, 지금도 빠트리기 쉬운 것이 여성과 아이들의 목소리 아닌가 싶다. 마요 소장의 질문을 계기로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커먼즈’를 희망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

포럼 1부 행사 기념 촬영 ⓒ박혜진

포럼 1부 행사 기념 촬영 ⓒ박혜진

처음 듣는 개념을 따라잡으며 듣느라 집중해서인지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열띤 토론 후의 상기된 분위기가 전해졌다. 포럼은 점심 시간을 가지고 ‘2부: 모두를 위한 도시, 어떻게 가능한가’의 4개 동시 세션과 ‘3부: 도시 커먼즈의 공생공락 속으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1부 기념 촬영을 뒤로 하고 나왔다.

마임시티즌의 ‘슈트 맨’ 공연 ⓒ박혜진

마임시티즌의 ‘슈트 맨’ 공연 ⓒ박혜진

계단을 내려오면서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이날의 기념 공연인 ‘슈트 맨’ 마임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마임시티즌의 20분 남짓한 공연운 춘천마임축제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고 한다. 현란한 춤사위로 1층을 누비던 마임 팀은 시민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선사하고 퇴장했다. 깜짝 선물마저 유쾌한 이벤트였다.

같이 공연을 보던 시민 한 분과 눈이 마주쳤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활동가 분이라고 소개한 시민에게 어떻게 이 포럼에 왔는지를 물어봤다. 시민은 “커먼즈라고 하는 생소한 개념이 있길래, 공유와는 좀 다르겠구나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유 자산화가 서울 단위를 넘어 구, 동 단위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시민이 직접 관리해서 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머닝’이라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포럼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참가비 또한 무료였다. 이렇게 시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바로 ‘커머너’가 아닌지!

공유 자전거·공유 전동 퀵보드 시승 체험행사 ⓒ박혜진

공유 자전거·공유 전동 퀵보드 시승 체험행사. ‘약속의 자전거’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다짐을 담은 슬로건이다 ⓒ박혜진

상상청 밖에서도 포럼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혁신파크 안에서 차없는 거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공유 자전거와 공유 전동 퀵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승 행사였다.

특히 ‘약속의 자전거’ 는 혁신파크 공유청에 입주한 한 자전거 스타트업의 야심찬 기획으로, 동네 곳곳에 방치된 자전거를 모아 사회에 환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앞으로는 주말마다 혁신파크 내에서 자전거 타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한다.

후문으로 나오는 길에 자리한 ‘한평책빵’. 옛 경비실과 뜰이 어우러진 시민들의 쉼터 ⓒ박혜진

후문으로 나가는 길을 배웅하는 ‘한평책빵’. 옛 경비실과 뜰이 어우러진 시민들의 쉼터 ⓒ박혜진

혁신파크에는 미래포럼이 열린 상상청 외에도 미래청, 청년청, 참여동, 예술동, 재생동, SeMA창고 등 다양한 건물들이 있다. 이날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그러니 또 갈 여지가 남은 셈!

시민으로서 참석한 포럼은 서울의 미래를 마음껏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서울의 미래 속에 나와 이웃들의 미래도 있을 터. 내 손으로 만드는 서울, ‘공생공락의 도시 커먼즈’가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적인 실천이 ‘커머닝’이라면, 그것은 서울의 미래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까지 두루 포용할 수 있는 접점에 자리하길 바란다.

문의 : 미래혁신포럼 홈페이지(http://www.seoulfif.co.kr), 페이스북(@seoulf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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