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지나치던 그곳이 다르게 느껴져! 도시건축비엔날레

시민기자 김해인

발행일 2019.10.08. 08:52

수정일 2019.10.10. 11:18

조회 865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팜플렛 ⓒ김해인

10월 5일,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서울역사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울역사투어는 근현대 서울의 도시 건축은 물론, 한국적 건축 모더니즘에 대해 역사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투어이다. 총 6회의 프로그램 중 세 번째 '조선-대한-민국' 투어를 신청했다. 예정되었던 코스가 사정상 변경되어서 '장충공원, 박문사 터-남산2호터널, 유관순 동상-국립극장, 자유센터'에 집중된 코스를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했다.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소 몇 군데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영빈관'이라 쓰여 있는 신라호텔 정문 ⓒ김해인

투어의 시작은 '영빈관'이라 쓰여있는 신라호텔 정문 앞이었다. 신라호텔은 과거에 국빈을 접대했던 '영빈관'이었고 그 전에는 일제시대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사찰인 '장충사'였다. 신라호텔 정문은 실제로 전에 있던 영빈관 정문을 복원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당시 영빈관 정문은 경희궁에 있던 것을 떼어 왔던 것이었고 해방 이후 돌려놓았다. 이를 신라호텔은 모형으로 만들어 정문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Negative Heritage'라는 말이 있다.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유물을 애써서 지우려 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에는 교훈적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세우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끊임없이 되새기며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듯 말이다. 경희궁에서 떼어온 영빈관 정문의 재현, 정문을 지나면 나오는 박문사 터로 향하는 돌계단 등에서 역사를 돌아보고 배울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음 코스로 향하는 투어 참가자들

다음 코스로 향하는 투어 참가자들 ⓒ김해인

다음으로는 유관순 동상이다. 1996년 '애국선열조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유관순, 이순신, 을지문덕 등 우리 역사 위인들의 동상이 서울 시내 곳곳에 세워졌다. 그런데 현재에는 투어에서 만난 유관순 동상을 비롯해 대부분의 동상이 중심부와 떨어진 곳들로 옮겨진 것을 볼 수 있다. 지하철이 막 뚫릴 당시 도로 복개를 해야 하는 등의 사정으로 옮겨진 것이다. 하지만 동상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장소로 옮겨졌다. 가령 유관순 동상의 경우 횃불을 들고 향하는 곳이 앞에서 지나온 박문사 터이다. 일제시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인물은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서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당시에 동상들이 만들어진 정치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 남산 터널이 교통이 아닌 다른 목적이었던 이유 등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자유센터

자유센터 전경 ⓒ김해인

국립극장

국립센터 입구 ⓒ김해인

유관순 동상을 지나 올라가며 보이는 큰 두 건축물이 최종 도착지였다. 박정희 정부 때 세워진 자유센터와 국립극장이 각각 가지고 있는 '방공'과 '전통'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먼저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지어진 건축물 자유센터는 방공을 형상화한 건물이다. 북쪽을 창문을 가린 지붕선, 정렬한 군인의 다리처럼 보이는 기둥 등이 그러한 상징으로 보인다. 한편 지금만큼 문화유산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지 않던 때인지라 서울 성곽의 돌을 아무렇게나 가져와 만든 담도 보였다. 또한 국립극장에 얽혀있는 당시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명동에 있던 국립극장이 이곳으로 오면서 흩어진 예술인들과 극장, 갤러리가 결국 동숭동에 모이게 되면서 지금의 대학로가 탄생했다. 투어가 끝나고 점심 약속이 대학로에 있어서 곧장 향해 가는데 자주 가던 장소가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자유센터 옥상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모습

자유센터 옥상에서 지난 코스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모습 ⓒ김해인

'조선-대한-민국' 투어 프로그램은 역사 투어인 만큼 도슨트 해설을 들으면서 이해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투어가 의미 있었던 것은 매번 지나치는 장소와 건축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현재에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용되는 곳도 과거에 세워질 때 설계자의 의도와 목적이 있었다. 역사의 현장과 시간이 중첩된 장소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걸어볼 수 있었다.

서울역사투어는 10월 26일까지 앞으로 총 3회가 남아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홈페이지(www.seoulbiennale.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약은 선착순으로 마감되기 때문에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면 서두르는 편이 좋다. 또한 이미 지난 프로그램이거나 신청하지 못했더라도 개인적으로 코스를 따라가 보기를 추천한다. 도슨트의 설명이 더해지면 정확하고 풍부한 시간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직접 장소와 건축물에 대해 찾아보고 간다면 분명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조선-대한-민국' 코스가 있는 장충체육관 일대에서는 전국체육대회가 한창이니 겸사겸사 가볼 만하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우리 역사를 느끼러 한번 걸어나가 보자.


■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서울역사투어 예약 관련 정보

- 날짜 9월 28일(토) - 10월 27일(일)

- 소요시간 약 2시간 내외 (투어마다 진행 시간 상이)

- 참가인원 투어 당 최대 20명 사전예약

- 참가비 무료

- 이동수단 버스 및 도보

- 참가방 www.seoulbiennale.org 접속 후, 네이버 예약

- 문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사무국 (070-4060-8435, 070-7772-7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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