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과 역 사이, 속살 드러낸 '지하철 터널' 들어가보니…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9.10.01. 16:15

수정일 2020.12.28. 16:32

조회 4,160


지하철 터널체험행사 ⓒ서울교통공사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47)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터널체험행사

자주 이용하는데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지하철 터널이다.

지하철 역과 역 사이 철길이 이어진 터널은 승객들에게 금단의 영역이자 신비의 공간이다. 하지만 지하철 직원들에게 이곳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또한 서비스와 안전을 높이려는 지하철 회사에게는 도전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에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터널을 시민들에게 과감히 공개했다. 특히 미세먼지 등 지하공간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하철 환경 관리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다.

지난 21일 밤 자정을 앞둔 2호선 잠실역 내선승강장(시계방향 순환선) 중간에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로 지하철 터널 체험을 하러 온 시민들이었다. 대체로 젊은 층이 많았고 심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도 많이 참가했다. 특히 서울교통공사 입사를 꿈꾸는 취준생들과 지하철에 관심이 많은 철도동호인들의 참여가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막차를 기다리던 승객들과 섞여 소란했지만 드디어 막차가 떠나고 나자 승강장에 정적이 찾아왔다. 이윽고 자정이 되자 사회자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날 행사는 안전모, 야광조끼, 랜턴 등 안전장구 지급, 일정 소개를 시작으로, 터널 환경관리(청소)와 시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간단한 업무 소개가 진행되었다.

다음으로 서울교통공사 소속 보건관리자의 시범에 맞추어 스트레칭 체조를 함께 하였다. 피곤하고 몸이 굳는 심야에, 위험한 시설물이 많고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였다.

야간에만 참관, 체험해볼 수 있는 청소작업 ⓒ서울교통공사

이어진 본 행사에서는 첫 번째로 청소작업 참관 및 체험 활동이 있었다. 터널 쪽은 항상 먼지가 날리기 때문에 기둥과 같은 시설물에 먼지가 쌓인다. 그래서 공사에서는 지하철이 멈춘 야간에 3인 1조 청소원이 비눗물을 묻힌 장대 청소솔로 기둥을 닦고 물을 뿌려 닦아내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낮에는 볼 수 없는 이 청소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신청을 한 시민들은 우비를 입고 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실제로 청소를 해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하철 터널 천장에 있는 전깃줄인 전차선에 전기가 들어와 있을 때(직류 1500V, 건전지의 1000배나 되는 고전압)는 이렇게 물을 뿌리는 위험한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기가 단전된 심야에만 할 수 있는 알찬 체험이었다.

비상사다리를 통해 터널로 내려간다ⓒ서울교통공사 

이어서 참가자들은 단체로 서쪽의 다음역인 잠실새내역(구 신천역)으로 지하철 터널 속에서 걸어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참고로 터널로 내려올 때는 승강장에서 철로로 뛰어서 내려오는 게 아니다. 비상시 사용하는 비상사다리를 통해 이동하므로 자연스럽게 비상시 행동수칙을 파악할 수 있었다.

터널 안은 어둡고 더웠다. 특히 터널의 높이가 매우 높은 게 인상적이었다. 이 구간은 1980년에 개통되어 벌써 39년이 된 오래된 곳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리 덕분에 노후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선로 바닥에는 자갈이 깔려있고 레일을 받치는 침목은 나무가 아닌 콘크리트였다. 간혹 구멍도 있어서 걷는데 조심해야 했다. 시골의 폐철길을 걸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매일같이 쓰이고 있는 지하터널 선로를 걷는 기분이 매우 특이했다.

터널 내 작업 중이던 직원들이 안전관리 업무를 설명해주었다 ⓒ서울교통공사

이번 행사는 단지 터널을 걸어보는게 전부가 아니었다. 터널 곳곳에는 작업을 하던 분들이 있어서 도착한 견학생들에게 안전관리 업무를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천장에 설치되어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강체가선을 작업차량 위에서 정비하는 모습, 궤도에 수동식 검측기를 설치하고 작업자가 이를 밀고 걸어가면서 비틀림 같은 궤도이상을 확인하는 모습, 전동차 간의 추돌을 막는 중요한 장치인 선로변 신호기를 점검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었다. 모두 전동차 운행이 끝난 한밤중에 이루어지는 일들이니 직원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고압살수차 시연 ⓒ서울교통공사

체험 행사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국내에 유일하게 서울지하철에서만 운영 중인 고압살수차의 시연모습이었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25kL(500mL 작은 생수병 5만개 분량)의 물을 싣고 다니며, 가정용 수도꼭지 압력의 최대 300배 수준으로 강하게 물을 분사하는 고압살수차를 통해 터널 안에 쌓인 먼지를 씻어내고 있다.

체험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터널 중간에서 살수차가 주변을 향해 강하게 물을 뿜어내자 주변의 공기가 달라질 정도였다. 보통 지하실 같은 지하 공간은 먼지가 많이 쌓여있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살수차가 꾸준히 운영된다면 미세먼지 같은 환경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체험행사를 마치고 터널에서 승강장으로 올라온 시민들은 잠실새내역 역무실에서 설문지를 작성하고, 기념품을 받는 등 마무리 후 해산하였다. 시민들이 인솔자를 잘 따랐고 철저한 일정관리 덕분에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른 2시 30분경에 행사가 끝났다. 마지막에는 역 주변 24시간 식당에서 다함께 식사 시간도 가졌으며, 필자는 서울시 심야버스인 올빼미버스를 이용해 귀가하였다.


지하철 환경 REAL 체험에 참여한 시민들 ⓒ서울교통공사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서울교통공사 김태호 사장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추승우 위원(서울시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 추진단 위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행사를 함께 하여 의미가 깊었다. 보통 정치인들은 처음에 인사만 하고 퇴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서울교통공사가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이번 행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지하철 터널에 들어가 보고 느낀 점이라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하철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운영된다는 점이었다. 터널과 선로 같은 시설물은 한번 만들면 천년만년 쓰는 것이 절대 아니며, 우리가 잠든 시간에 볼 수 없는 공간에서 항상 최고의 상태로 유지보수를 하는 분들이 있기에 서울지하철의 서비스가 세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가자들의 부상 위험 같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을 위해 좋은 행사를 열어주신 서울교통공사 측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공사와 시민고객이 지속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지하철 안전관리 강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본 행사는 3차례 시행되며, 오는 10월 19일 2차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특히 이번 주 금요일인 10월 4일 아침 9시부터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서 3차 행사(11월 16일) 참여자(30여 명)를 모집할 예정이니 관심 있는 시민들은 참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신청 페이지☞ https://www.seoulmetro.co.kr:444/kr/environment.do?menuIdx=794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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