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휴먼시티디자인’…담장보다는 벤치를!

시민기자 김은주

Visit318 Date2019.10.01 13:23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1관에서 열린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전시 모습 ⓒ김은주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이름부터 생소한 상이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해 복합적인 도시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젼을 제시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사람과 사회, 사람과 자연이 더욱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관계형성에 기여한 디자이너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쉽게 말하면 디자인의 산업ㆍ경제적 수단을 넘어선 인간 삶과 사회, 환경 문제 등 공공적 가치에 주목한 것으로 전 세계가 탐색하고 공유하게 하는 획기적인 어워드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김은주

올해 처음 수여되는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국내외 디자인, 커뮤니티, 건축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대상이 가려졌다. 모두 25개국 75개 프로젝트가 출품되었고, 그 중 12개 프로젝트가 대상 후보로 올라갔다. 이들의 주제는 공간의 확장, 자연 친화, 공유 공간, 협업디자인, 자연 흐름을 활용한 도구, 저가주택, 마을공유센터, 협업주택, 공동 참여 축제 등 매우 다채로웠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컨퍼런스에서 경청하는 시민의 모습 ⓒ김은주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 9월 2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1관에서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시상식과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미 ‘휴먼시티 디자인 서울’을 선언했던 서울시는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서울’의 지속가능한 비전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올해 처음으로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를 수여하게 되었다. ‘2019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의 주제는 ‘사람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를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디자인’이었다.

시상식과 함께 이어진 휴먼시티디자인 컨퍼런스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었고, 컨퍼런스를 통해 디자인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과 수상 후보자들이 휴먼시티디자인 경험을 공유하고 시민과 함께 비전을 나누는 자리였다. 컨퍼런스 1부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디자인 방향성을 모색하는 강연이었고, 컨퍼런스 2부는 대상후보로 선정된 12개의 프로젝트 발표로 구성되었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컨퍼런스에서 강연하는 유현준 교수 ⓒ김은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1부 컨퍼런스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디자인 방향성을 모색하는 강연들로 이뤄졌다.
유현준 건축가는 ‘세상을 화목하게 하는 공간’이란 주제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도시공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대로 디자인된 공간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단절 현상을 치유하고 세상을 화목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국은 1인 가구의 증가로 원룸에서 SNS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좁은 집을 벗어나 공원을 가려면 평균 4km 간격으로 띄엄띄엄 분포되어 있어 지하철이나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기에 옆 동네에 가기 쉽지 않고, 가더라도 교통량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퍼블릭 스페이스인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우리와 달리 미국의 뉴욕은 집을 나와 13분 만에 이 공원에서 저 공원으로갈 수 있는 구조다.

100m를 걸을 때 가게가 30개 이상 나와야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 걷고 싶은 거리를 잡아먹는 괴물이 상가 건물이다. 가게가 없으면 사람들은 걷지 않는다. 한국에만 보이는 독특한 상업 환경인 상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 이 또한 쉽지 않다고 유교수는 강조했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하철역에서 1.5km 떨어진 곳에 공원이 있어야 하고, 역과 역 사이에 공원을 배치하면 서울이 걷고 싶은 거리가 되어 소통이 늘고 지역 간의 격차가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원, 도서관이나 벤치의 숫자가 단위면적 당 몇 개인지로 살기 좋은 곳인지 아닌지로 판단할 수 있기에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어떤 것들을 우선적으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좋은 건축이란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다. 담장을 세우기보다는 벤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공감이 갔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리즐 크루거의 강연 모습 ⓒ김은주

2부 컨퍼런스는 12개의 대상 후보로 선정된 프로젝트들의 발표로 이어졌다.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두눈 학습 혁신 프로젝트’다.
두눈 지역은 지난 20여 년간 인구가 5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제반 시설이 없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체육시설과 도서관을 지어 지역 활성화의 거점으로 활용했다.
주민 참여의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중고 컨테이너로 체육관을 지었으며 도서관에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다.
강연자였던 리즐 파운틴 크루거는 디자이너가 설계해 기본 골격은 있었지만, 정부가 토지를 공공주택에게 임대해서 난계발이 되었던 두준 지역의 변화 전과 변화 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도시문제로 점철된 두눈 지역이 프로젝트로 변화된 모습 ⓒ김은주

1995년 3,000 가구를 위해 계획된 두눈 지역은 거주 인구가 5배나 증가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구 유입이 되었다. 그 이유는 교통이 좋았고 일자리가 생길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매우 혼잡했던 이 지역에 스포츠센터, 주민센터, 혁신센터, 도서관을 만들었고, 이 공간들은 두눈지역의 등대와 같은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남녀노소가 함께 놀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또 하나의 성공 포인트는 지역 커뮤니티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하여 주인의식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벽화를 직접 그리며 두눈의 주민들은 자존감이 생겼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프랑스 에어로 센 강이 설치된  거리 모습 ⓒ김은주

프랑스의 이자벨 대론은 에어로 센 강이라는 물 에너지 이동성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공공공간의 온도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인구밀도가 올라가면서 열선 효과 때문에 자연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파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기본 기온이 2~3도 상승하고 있었다.
기존 자원을 가지고 열선효과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비음용수자원인 센 강물을 이용하게 되었다. ‘공공장소를 어떻게 비음용수자원으로 시원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특정한 시간대(11시에서 6시 사이)에 밸브가 열려 작은 탱크에서 물이 올라와 증발되어 주변이 시원해지는 에어로센이 설치된 후 거리는 놀이공간이 될 수 있었다.

미국의 파크 애비뉴의 빅 셀프 모습 ⓒ김은주

미국 파크 애비뉴의 ‘빅 셀프’를 발표한 차논 왕카촌카이트와 정재홍 씨는 뉴욕의 비싼 건물들이 밀집된 거리인 파크 에비뉴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기존의 도시경관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원래 철로가 있던 그 곳은 점점 녹색지대가 줄어 들었다. 거리의 많은 유리건물들의 온실효과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고, 건물 정면의 유리에서 빛이 반사되고 열이 올라가 열선효과도 대단했다. 
이러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중으로 올린 녹색공간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는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게 되어 뉴욕의 랜드마크가 될 것을 기대했다.

한국의 예술통 프로젝트 전시 모습 ⓒ김은주

한국의 예술통 프로젝트는 도시 재생을 위해 지역주민과 사업자들이 다양하고 흥미있는 문화 행사와 경험에 보다 쉽게 시민들이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게 고안된 프로젝트다. 이곳에서는 지역주민과 소상공인, 사업가가 함께 협업하여 하나의 마을축제로 성장했으며 이제는 서울시민들에게 명소가 되어 누구나 가고 싶은 동네가 되었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인류의 공동 과제인 사람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와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의 창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시상식과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느낄 수 있었다. 인류는 사람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 일에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함께 행복한 도시로 만들어가는 일에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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