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시크릿가든! 프랑스대사관에 초대받다

시민기자 문청야

Visit417 Date2019.09.24 14:20

프랑스 대사관 앞 입장하기 위해 줄 서있는 시민들
프랑스 대사관 앞 입장하기 위해 줄 서있는 시민들 ⓒ문청야

2019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를 맞아 서울 시내 6개 나라 주한대사관 공간이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기자는 오픈하우스서울 홈페이지에 참가신청을 해서 프랑스대사관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엔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일반시민에게 대대적으로 문을 열어 말로만 듣던 프랑스 대사관을 보게 되었다. 관람료는 없으나 ‘노 쇼’ 방지를 위해 예약금이 있었는데 관람이 끝나서 결제취소가 되며 돌려받았다. 

9월 22일 오전 9시 프랑스대사관 입구에 모여 신분증을 확인하고 9시 15분에 입장하였다.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와 함께,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밟아보지 못했던 도시 안에 숨어있는 시크릿가든 같은 대사관을 둘러보았다. 프랑스대사관과 대사관저, 정원, 리셉션 홀, 예술작품 등을 관람했다.

건물과 정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건물과 정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문청야

들어서자마자 시선은 정원에 고정되었다. 크지 않은 정원이었지만 정원을 통해 건축물들이 연결된 듯 보였다. 정원에 있는 석상들이 지극히 한국적인 것들이라 미소가 지어졌다.
콘크리트로 빚어 만든 프랑스 대사관 지붕은 부드러우며 날카롭되 안정되어 있으면서도 날아갈 듯이 가뿐하다. 사뿐히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지붕, 지붕의 끝이 버선코처럼 올라가 있는 날렵한 업무동과 무겁고 콘크리트의 매스감이 드러나는 묵직한 대사관저가 서로 다른 특색을 뽐내면서 긴장하고 있는 구도이다. 

콘크리트의 육중한 매스감이 드러나는, 대사관저와 업무동을 연결하는 브릿지
콘크리트의 육중한 매스감이 드러나는, 대사관저와 업무동을 연결하는 브릿지 ⓒ문청야

프랑스 대사관은 한국 전통건축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평을 받는다
프랑스 대사관은 한국 전통건축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평을 받는다 ⓒ문청야

프랑스대사관은 1959년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하여 1962년 완공되었으며 한국 현대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다. 프랑스대사관은 ‘한국 전통건축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평을 받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중업은 프랑스 파리의 르 코르뷔지에 건축도시계획연구소에서 3년 6개월간 수학하고 1956년 귀국한 뒤 초기작으로 프랑스대사관을 설계했다.

바닥에는 콘크리트에 자갈이 들어있다. 단층 건물로 보이지만 사실은 경사져 있기 때문에 지하공간도 있다. 땅에서 볼 때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면서도 넓은 평면의 지붕을 구조적으로 지지하기 위에 지붕에 격자모양의 지지대를 조성하고, 격자형 공간은 옥상정원, 수영장 등으로 설계한 김중업 건축가의 재치가 초기 디자인에 포함되어 있다.

대사관 건물은 주변이 나무와 높은 건물로 둘러싸여 관심있게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대사관 건물은 주변이 나무와 높은 건물로 둘러싸여 관심있게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문청야

설계했을 당시에는 4개의 건물로 계획했으나 영사관, 대사관 집무동, 대사관저 이렇게 3개가 지어졌고 1개는 나중에 지어졌다. 3동이 그냥 나뉜 것이 아니라 다리라든지 여러 가지 길로 연결되어 있다. 굉장히 섬세하게 설계되었으며 그런 부분이 건축 자체가 산책로의 기능을 한다. 

완공됐을 당시를 상상해 보면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었고 압도적인 규모의 3동의 콘크리트 건물만 있었을 것이다. 지금 바람결에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나무들도 아주 작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에 높은 건물로 둘러싸여 관심 있게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주변 상황이 바뀌었다는 얘기이다. 

프랑스대사관은 50년이란 시간을 버틴 건물이다. 빠르게 개발을 하는 한국의 상황 속에서는 어떤 한 건물이 그렇게 오랫동안 남아있기가 힘든데 그런 의미에서 이 건물은 고전적인 가치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설명을 맡은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뒤편으로 도자기와 옹기를 사용한 모자이크 벽화가 보인다
설명을 맡은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뒤편으로 도자기와 옹기를 사용한 모자이크 벽화가 보인다 ⓒ문청

이 건물을 압도하는 것은 굉장히 화려한 모자이크 벽화이다. 벽화가 이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다. 그렇기 때문 시각적으로 건물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공간으로 느끼게 해준다. 모자이크 벽화에 사용된 것은 도자기와 옹기이다. 사대부가 썼을 법한 백자와 청자, 서민들이 사용했던 옹기가 융합된 것이다. 이 흥미로운 단면은 시대적인 근대건축에 한국적인 토속성을 입히려고 한 것이다.

김중업은 38살에 이 건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그는 건축가인 동시에 예술가이기도 했다. 그의 사무실은 후배 건축가와 예술가를 인큐베이팅하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건축이라는 것은 단순히 건축이 아니라 예술과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통유리를 통해 정원이 보이는 접견실
통유리를 통해 정원이 보이는 접견실 ⓒ문청야

이 건물은 건축가가 의도한 ‘한국적 정체성의 반영’이라는 뜻을 이어가기 위함인지, 대사관저 내부에도 어떻게 보면 예술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프랑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프랑스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작품은 주기적으로 작품의 디스플레이를 바꾼다고 했다. 전통 가구를 곳곳에 배치하는 등 여러 세심한 노력이 엿보였다. 전반적으로 조화로우면서도 고풍스러웠다. 공식 만찬을 위한 화려한 리셉션 테이블과 대사관저의 예술 작품들을 눈을 호강시켰다. 

공식 만찬을 위한 화려한 리셉션 테이블과 대사관저의 예술 작품들은 눈을 호강시켰다.
공식 만찬을 위한 화려한 리셉션 테이블과 대사관저의 예술 작품들은 눈을 호강시켰다. ⓒ문청야

큰 살롱. 재불 작가의 작품 두 개가 걸려있다.
큰 살롱. 재불 작가의 작품 두 개가 걸려있다. ⓒ문청야

프랑스대사관은 완공된지 59년이 지난 2020년에 리노베이션 및 증축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리노베이션 되기 전에 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리노베이션은 기존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대사관저의 변형된 지붕은 사뿐히 하늘을 떠받치고자 한 김중업의 설계 의도를 되살려 복원하고, 기존 건축과 어우러진 타워동과 갤러리동을 신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피아노 뒤로 두 개의 미술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둘 다 재불 작가의 작품으로 왼쪽의 작품은 이세백의 ‘역사’이고, 오른쪽 작품은 이응로의 ‘군상’이다. 군상은 80년대 말 민주화운동이라든지 새로운 대전환의 에너지를 모으고 있을 때 이미지를 형성한 작품이다. 

경비원들이 지내는 건물
경비원들이 지내는 건물 ⓒ문청야

프랑스대사관을 둘러보니, 서울 도심에 있었는데 그동안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과 대사관 부지 곳곳에 자리한 한국적인 공간들이 굉장히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자리에 놓인 지 50년은 됐을 사물들의 형태가 다른 나라의 대사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번 프랑스대사관 방문을 통하여 뛰어난 건축물을 볼 수 있었고, 대사관의 역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대사관과 대사관저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소장한 문화재, 미술품 등을 통해 문화교류의 장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가 스며들어 있고 50년이란 시간을 버텨온 대단한 건축물이 앞으로 리노베이션 되고도 멋진 모습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문의 : 오픈하우스서울 홈페이지(https://www.ohseou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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