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프랑스 대사관' 시민에게 개방되던 날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19.09.24. 11:05

수정일 2019.09.24. 17:52

조회 3,342

프랑스 대사관에 들어서서 밖을 바라본 모습 Ⓒ김윤경
프랑스대사관 외관 ⓒ김윤경

프랑스대사관은 집 근처에 있어 종종 지나다녔다. 한 번도 내부에 들어갈 일이 없었지만, 고풍스러운 기와가 있어 눈여겨보기도 했다. 오랫동안 밖에서만 보던 그곳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일환으로 처음으로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프랑스 대사관은 한국현대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2020년에 리노베이션 및 증축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기회는 그 원형을 시민에게 선보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1984년부터 ‘문화유산의 날’을 통해 평소 제한된 건축문화재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데, 올해는 우리나라도 함께 했다.

정문으로 들어가자 정원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김윤경
한국미가 물씬 느껴지는 정원 ⓒ김윤경

삼일 간 주어진 이 특별한 기회는 세대를 넘어 호기심을 낳았다. 신청을 받은 지, 불과 1분여 만에 마감이 되었다. 지난 9월 21일, 오후 1시 30분 프랑스 대사관 앞에는 그 경쟁을 뚫은 여러 연령층의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한국미가 물씬 느껴지는 정문을 지나니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졌다. 

“우리 학교 학생들도 바로 마감이 되어 신청을 못했다는데, 어떻게 이런 어려운 관문을 뚫고 오셨나요.” 해설을 맡은 정인하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가 첫마디를 열었다. 1년 내내 24시간 거주하는 프랑스인 헌병 역시 옆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하며 참가자들을 맞았다.

프랑스 공사관은 원래 정동에 있었으나, 경술국치 이후 이곳 민영환의 집터 자리로 옮겼다. 일제 강점기에는 정식 외교관계가 없어 영사관 업무만 보았고 해방 이후 1958년 대사급 외교를 맺었다. 

당시 한국문화에 관심이 깊었던 초대대사가 김중업 건축가를 추천했다. 김중업 건축가는 현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사무실에서 3여년 간 일하며,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한국전통적인 부분을 현대적 형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프랑스 대사관이 탄생했다. 

지금은 고층건물로 둘러싸여 달라졌으나 당시는 서울역 등이 훤하게 보였단다. 또한 자세히 보면 건물 각이 딱 맞지 않아 보는 우리 눈에는 한결 편한데 이는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판이 아닌 직접 현장에서 설계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명을 들으며 대사관 왼쪽 길을 향해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우거진 나무로 둘러싸여 상쾌했다.

대사관 집무실로 사용하던 공간 Ⓒ김윤경
대사 집무실과 대사관저를 잇는 연결다리 ⓒ김윤경

“지금 보는 건물이 대사 집무실인데요. 옆 건물인 대사관저와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지붕과 연결다리를 잘 보세요.” 

설명을 들으며 사진을 찍고 보느라 참가자들은 분주했다. 참가자들 중에는 건축학을 공부한 참가자들이 많아 더욱 유심히 관찰을 하며 건축에 관련한 깊은 대화도 나눴다. 

”바로 옆 대사관저와는 전혀 다르죠. 그곳 지붕이 여성적인 느낌이 다분히 있다면 이곳은 남성적 느낌으로 상반되어있죠.” 구릉으로 대사관저와 대사관 집무실이 높이를 달리한 것도 특이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대사관저 Ⓒ김윤경
대사관저의 지붕은 기둥으로 받쳐져 있다 ⓒ김윤경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대사관저에 들어섰다. 들어서기 전, 지붕을 잘 보라고 안내했는데 지붕이 바로 얹혀져 있지 않고 기둥으로 받쳐져 있었다. 또한 답답하지 않도록 작게 하늘과 뚫린 공간을 두었다. 

이곳에서 과거의 모습이 잘 남아 있는 곳은 벽면이었다. 1950년 대 유행했던 기법으로 자기 등을 깨서 모자이크로 만들었는데 당시 건축가와 예술가가 함께 작업을 많이 했단다.

또한 대사관저의 가장 특징적인 두 가지 요소를 유의해 보면 좋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요소, 목구조가 가지는 기둥과 지붕의 곡선미 이 두 가지를 현대적인 재료인 콘크리트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사관저 설명을 간단히 듣고 내부로 이동했다. 내부는 근사한 대여섯 공간을 규모에 맞게 행사에 활용했다고 한다. 여러 예술작품들이 눈에 들어 왔다. 이응노 화백의 그림도 보인다.

천장에 있는 한국 고지도 Ⓒ김윤경
만찬장 천장에는 한국의 고지도가 펼쳐져 있다 ⓒ김윤경

한약방에서 보는 서랍들 Ⓒ김윤경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서랍장 ⓒ김윤경 

이곳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곳은 만찬장소다. 만찬을 위한 식기류 등도 예쁘지만 특히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장에는 한국의 고지도가 펼쳐져 있고, 서랍은 한약방에서 쓰는 서랍과 닮아있다. 이는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를 함께 한다는 걸 보여주는 공간으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강진헌 씨
제주도에서 올라온 참가자 강진헌 씨 ⓒ김윤경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는 참가자 강진헌 (28)씨는 “평소 김중업 건축가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우연히 기사를 접하고 신청하게 되었다”며 “생각보다 내부가 아늑한 점이 특별했고 하나의 정원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 행사를 위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남는 시간 서울도서관에 들려 관련 서적을 보았는데 오늘 행사 옆에 비교해볼 수 있도록 옛 사진 등을 두었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는 의견과 함께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고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토론으로도 이어지는 행사가 되면 어떨까 싶다”며 조심스런 제안도 잊지 않았다. 

담당자인 오픈하우스 서울 임진영 대표는 “6개의 대사관 오픈하우스는 2019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일환으로 열리는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오픈하우스서울과 서울시가 함께 하고 있다. 매년 장소는 다르나 올해 대사관을 비롯한 외교공간을 주목하게 된 것은 외교가 중요하게 된 시점에서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 “어쩌면 도시 안의 또 다른 영토인 대사관이 문을 열어 시민들을 초대하는 것 자체가 문화 교류의 큰 의미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입구 창문으로 비치는 대사관저 Ⓒ김윤경
대사관저 내부의 예술작품들 ⓒ김윤경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는 건축과 도시를 매개로 세계 도시의 현안과 미래상에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참여하는 국제 행사다. 이런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에 오픈하우스서울 2019가 함께 한다. 

오픈하우스서울은 도시를 둘러싼 환경, 건축 장소와 예술을 담은 공간을 개방해 뛰어난 건축물을 소개하는 건축물 개방축제다. 평소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를 개방해 왔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평소 공개되지 않았던 근대 선교사들의 민간 교류 공간인 100년 넘은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및 현존하는 건축물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학교인 옛 '용산신학교' 등을 시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자세한 것은 오픈하우스서울 홈페이지(https://www.ohseoul.org/)를 참고하면 좋겠다. 

거의 모든 행사가 마감되었으나, 9월 29일 14~17시에 열리는 미국 대사관저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티켓 혹은 방문 스탬프를 소지한 시민에 한해 신분증을 지참하고 줄을 선 후 그룹별로 자율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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