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5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기념전

시민기자 박분

Visit1,344 Date2019.09.18 15:2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작품을 감상 중인 시민들 ⓒ박분

경복궁을 지나 종로구 삼청로에 접어들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10월 20일 개관 이래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서 그동안 한국미술의 연구 수집 및 다양한 전시를 비롯해 해외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오는 10월 20일, 개관 50년을 맞아 한국 미술과 미술관이 나아갈 미래를 국민과 함께 그려본다는 취지로 ‘광장’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미술 문화 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기도 해 한국미술 100년을 조명해 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인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시대별로 나누어 덕수궁(1부), 과천(2부), 서울(3부) 3관에서 각각 진행한다.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조각, 설치, 회화 등 5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광장 1부(1900~1950)>는 덕수궁관에서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등 격동의 시대를 다루고 <광장 2부(1950~20190>는 과천관에서 한국전쟁부터 현재까지 전쟁과 애도, 혁멱과 열정, 치유와 공존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 중 3부에 해당하는 서울관 전시가 지난 9월 7일(토) 가장 먼저 개막했다. 

<광장 3부> 전시는 ‘2019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광장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민주화 투쟁의 역사, 촛불집회를 통해 ‘광장’은 우리에게 장소를 넘어서 역사성과 시의성을 지닌 특별한 단어로 부각됐다.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을 움직인 공동체의 변화와 그 속에서 개인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어떤 것인지 전시는 오형근을 비롯한 작가 열두 명의 작품 스물세 점을 통해 조명하고 있다. 오형군, 함양아, 송성진, 홍승혜, 에릭 보들레르, 날리니 말라니 등 작가 12명의 작품 23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송성진 작가의 작품 ‘1평조차’ ⓒ박분 

안산 대부도 갯벌에 1평짜리 작은 판잣집이 들어섰다. 송성진(45) 작가의 작품 ‘1평조차’다. 작가는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한 기억을 바탕으로 난민선의 이미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바닷가 갯벌에 집을 지어 한국적 상황과 연결시켰다. 지독한 폭염과 썰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등 조수나 기상 상황 등의 악조건과 싸우며 두 달간 집을 존속시키기 위한 고투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하루 두 차례 조수가 들고나며 휩쓸려 떠내려가길 반복하는 1평집은 외부적 권위와 힘에 밀려나는 힘없는 사람들의 모습이며 난민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품 ‘1평조차’는 이렇게 드러남과 감춰짐이 반복되는 갯벌의 공간적 특성과 1평이라는 면적 단위를 기호이자 재료로 삼아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다.


함양하 작가의 작품 ‘잠’ ⓒ박분 

함양하의 ‘잠’은 재난의 상황에서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을 체육관이라는 공간과 사람들의 몸짓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군집해 편히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왠지 불안해 보이는 개개인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은 세심히 담고 있다. 웅크려 잠든 모습은 현대사회 속 고립된 인간의 모습과도 닮아 보인다. ‘위잉~’하는 기계음향이 어우러져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위기상황에 직면한 개인들의 심리 상태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인도 작가 날리니 말라니의 작품 ‘판이 뒤집히다’ ⓒ박분 

전시작품은 영상이 주류를 이루지만 실험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도 있었다. 인도 작가 날리니 말라니의 ‘판이 뒤집히다’는 삶을 위협하는 온갖 종류의 폭력을 상징적 방식으로 연출, 변화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전시장 벽에 투사되는 이미지들은 성경이나 신화 역사에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인도의 칼리가트 양식으로 그렸다. 턴테이블을 통해 이미지를 회전시키는 설치 방식이 흥미롭다. 불교의 기도도구인 마니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홍승혜 작가의 작품 ‘바(Bar)’ ⓒ박분 

​어떤 작품들은 복도와 로비 등 알아채지 못할 곳에 배치돼 있어 숨은 그림 찾듯 재미를 더한다. 홍승혜의 작품 ‘바(Bar)’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전시관 복도에 놀랍게도 작품 구성을 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다 복도 중앙에 매달린 팻말을 발견하고서야 작품인 줄 알았다. 관람객들이 의자에 앉아 쉬는 복도 휴게 공간이 작품일 줄이야! 하나하나 작품을 마주하고 음미하다 보면 포만감이 느껴진다. 


김희천 작가의 작품 ‘썰매’ ⓒ박분

김희천 작가의 ‘썰매’는 휴대폰과 노트북을 분실하는 순간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공포감에 빠지게 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았다. 여기에 신종 자살클럽을 취재하는 내레이션, 그리고 광화문 일대를 배경으로 하는 레이싱게임을 교차시키면서 전개된다. 이 작품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 등에서 일어나는 온갖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한 개인들의 이중적 상황을 반영하고도 있어 공감의 폭이 넓었는지 쉬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광장’을 주제로 7명의 작가가 집필한 단편소설 <광장> ⓒ박분

윤이형, 박솔뫼, 김혜진, 이상우, 김사과, 이장욱, 김초엽 등 소설가 일곱 명이 ‘광장’을 주제로 집필한 단편 소설 7편을 묶은 소설집 <광장>도 개막일에 맞춰 출간됐다. 집필에 참여한 소설가 박솔뫼와 서평가 금정연의 대담이 오는 9월 28일 ‘미술책방’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1층 예술전문 서점 ‘미술책방’ ⓒ박분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층 아트존에 새롭게 문을 연 예술전문 서점 ‘미술책방’에 가면 ‘광장’을 비롯한 다양한 책과 출간 기념 연계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미술책방’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발간 도서 150여 종을 비롯해 뉴욕현대미술관, 테이트미술관 등 해외 유수 미술관의 도록 등 국·내외 예술 서적 약 1,000종이 구비되어 있다.

또한 미술관마당에서는 ‘농부시장 마르쉐’와 협업한 ‘미술관 장터’가 오는 9월 27일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열린다. ‘미술관 장터’는 별도의 신청 없이 행사 당일 현장에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광장> 3부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진행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일인 10월 20일과 ‘2019 미술주간(9월25일~10월9일)’에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매일 관람이 가능하며, 금, 토요일은 야간 개장일로 오후 6시~밤 9시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으니 참고 하면 좋겠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문의 02-3701-9500

– 홈페이지 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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