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고즈넉한 성북동으로 한옥투어 떠나요~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19.09.18. 15:12

수정일 2019.09.20. 13:45

조회 3,777

도심 개발로 옛 모습을 잃어가는 서울의 한복판에서도 꿋꿋이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서울시의 민속문화재로 보존하고 있는 역사가옥이다. 천천히 걷기에 좋은 골목길 사이사이 오랜 세월과 이야기를 품은 역사가옥을 만날 때면 지치는 도심 속 일상에서 작은 위로를 받는다.


최순우 옛집 ⓒ박은영 

오래된 공간들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자주 가던 놀이터, 자주 걷던 골목이나 세월이 지나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점 등에서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빛바랜 고택 역시 그랬다.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전통가옥을 찾는 것은 어쩌면 그런 정서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시인,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을 비롯, 고고미술학자이자 미술평론가였던 '최순우가 살았던 옛집', 그리고 '김진흥 가'옥과 '이종석 별장' 등 성북구에는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전통가옥이 적지 않다. 

 


100년 된 소나무를 볼 수 있는 최순우 옛집 ⓒ박은영

사실,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은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2002년 성북동 일대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허물어질 뻔한 위기를 넘기고 서울시민의 기금을 통해서 보존구역으로 지정된 최순우 옛 집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서울시 공인 시민유산 1호로 지정되며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최순우 옛집을 찾았다. 2004년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최순우 옛집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1111번 버스를 타고 홍대부속고등학교 입구역에서 하차해 50미터도 안 되는 골목 사이 길에 위치했다.

 


최순우 옛집에서 볼 수 있는 사각 우물 ⓒ박은영 

한국의 미술사학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지냈던 혜곡 최순우 선생이 1984년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자택이기도 하다. 최순우 옛집은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풍의 가옥으로 당시 이곳은 경기도 고양군 숭인면 성북리에 속했던 곳이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이라 인적이 뜸하고 농촌 분위기가 짙었던 이곳엔 만해 한용운이 심우장을 축조하여 지낸 곳이기도 하다. 이후 1949년 고양군 숭인면 일대가 서울특별시로 편입되면서 변천을 거쳐왔다. 


입구에 들어서니 향나무와 소나무가 있는 정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옆으로는 네모난 형태의 우물과 돌확이 놓여 있고 정원을 두른 듯 반듯한 모양의 한옥이 자리했다. 바깥채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최순우 선생이 쓴 책들과 더불어 안경, 라디오, 사진기, 육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가옥의 형태는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ㄱ자 모양을 가진 외관 구조를 가지고 있고 뜰에 장독대와 소나무 등이 있다. 도심의 한복판에서 느끼는 고즈넉한 정서는 아늑한 가옥 내부의 풍경이 선사하는 선물과 같았다.

 

 
살림살이가 보이는 최순우 옛집 사랑채 ⓒ박은영

그곳에서 차도를 따라 10분가량 걸으면 만날 수 있는 민속문화재는 또 있다. 심우장이나 최순우 옛집보다 덜 알려진 이종석 별장이다. 별장으로 불리는 한옥이란 어떤 모습일까 기대하며 길을 걸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풀 향이 가득했다. 안내 표지판이 없어 이곳이 이종석 별장인가 의심하며 들어섰지만, 자세히 보니 한옥임을 알리는 반듯한 모습의 담장이 멋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무에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던 한옥은 한적하고 인적이 드물어 정말 누군가의 별장처럼 느껴졌다.

 


이종석 별장 입구 ⓒ박은영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니 이종석 별장은 덕수교회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교회가 자리한 공간으로 들어서야 볼 수 있었다. 1977년 3월 17일 서울특별시 민속 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된 별장은 조선시대에 새우젓 장사로 갑부가 된 이종석이 1900년대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큰 규모로 장사를 한 상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한옥은,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푸른 숲에 둘러싸인 한옥이 있었다. 눈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풋풋한 잔디 사이의 돌길을 걷는 기분도 괜찮았다. 건평이 29.8평에 이르는 집의 안채는 정면 6칸, 측면 3칸인 'ㄹ'자 모양의 평면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고풍스런 이종석 별장 풍경 ⓒ박은영

추녀에는 풍경을 달았고 회색 벽돌로 영롱담을 쌓아 집터 주위를 둘러막아 놓았다. 우물이 있는 바깥마당의 동북쪽에는 안채가 있고, 북쪽에는 행랑채가 자리 잡고 있으며 누마루에는 ‘일관정’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집 뒤편에는 소나무와 전나무가 늘어선 낮은 언덕이 있고, 안마당에는 소박한 정원이 있다. 아늑한 정서를 풍기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항아리들과 담장을 두른 울창한 나무들, 그 위로 쏟아지는 볕이 고요하고 친근한 전통가옥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내부를 둘러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주위 경관으로 인해 한층 돋보이는 고풍스런 가옥은 한 참을 바라보게 하는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소박한 자연미가 돋보이는 이종석 별장 정원 ⓒ박은영 

조선시대 말기의 부호이자 보인학원의 설립자인 이종석의 여름 별장이었던 이곳은 일정강점기 시대 이태준, 정지용, 이효석, 이은상 등의 문학인들이 모여 문학 활동을 하던 특별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종석은 젓갈 장사로 돈을 모은 후 한강에서 오는 목재, 충청도에서 올라오는 양곡과 해산물 장사로 거상이 된 인물이라고 한다. 그가 지은 별장은 1960년 대림산업 회장을 지낸 이재준이 취득하였고, 1985년 11월 덕수교회에서 인수하여 현재는 교육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 된 이종석 별장 ⓒ박은영

돌 화분과 장독, 나무들에 둘러싸인 가옥은 그 외관이 별장과 같아 유난히 더 보기에 좋았다. 안타깝게도 문화재들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변형이 돼 옛 자취가 사라진 경우가 많았는데, 이종석 별장은 보존이 잘 된 모습이었다.

 


이종석 별장 장독대 풍경 ⓒ박은영 

많은 것들이 너무 빨리 변하고 사라져 버리는 지금, 건물이 바로 역사이자 박물관이 되는 오래된 한옥이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반가운 마음이다. 자연에 둘러싸인 호젓하고 고풍스런 한옥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성북동의 역사가옥을 찾아보자. 오래된 우리의 정서를 품고 있는 그곳은 문화재이기 전에 도심 속 사색의 공간이 되기에 충분한 공간이 될 것이다.

■ 최순우 옛집
○위치 : 서울 성북구 성북로 15길 9

○운영시간 : 매일 10:00~16:00(일요일 및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 www.choisunu.com

■ 이종석 별장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243-3

○홈페이지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www.heritag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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