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산책의 재발견…간송옛집~김수영문학관

시민기자 강사랑

Visit925 Date2019.09.11 16:20

서울 도봉구 시루봉로 15길에 위치한 마을 극장 ‘흰 고무신’ ⓒ강사랑

매일 걷는 동네 골목길. 그 위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트에 가거나 가까운 카페로 마실을 가거나 아니면 가볍게 산책하면서 바람이나 쐬거나. 다소 후줄근한 차림에 피곤에 쩔은 상태여도 괜찮다. 여기는 우리 동네니까. 오늘도 여지없이, 별다른 이유 없이, 습관처럼 방학동 우리동네를 한바퀴 돌아본다.

집에서부터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얗고 독특한 외관의 작은 건물이 보인다. 작년에 개관한 마을극장 ‘흰 고무신’이다. 이곳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에 큰 이바지를 한 수안 계훈제 선생이 살아생전 거주했던 집터다. 
한때 방학2동 공영주차장으로 사용되었던 것을 도봉구청이 마을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2018년에 개관해 마을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사랑

기초 공사부터 완공된 모습까지 전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본 동네 주민으로서 한마디 말하자면, “정말 잘했다!” 아직 개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동네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흰 고무신’이란 이름은 계훈제 선생이 살아생전 고집했던 소박한 옷차림에서 따왔다고 한다.
“마을 극장 터가 원래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이었습니다. 여기 이 공연장 자리가 거실이었고요. 이 자리에서 아버지와 티브이를 보면서 얘기하던 장소였는데 이제는 주민분들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다고 하니 아버지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계훈제 선생님 유족 인터뷰 중)

은행나무 길 ⓒ강사랑

마을 극장을 뒤로하고 인근에 있는 방학 초등학교 방향으로 걸어간다. 이곳은 시월이 되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이 된다. 그때에는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 마른 은행나무잎들도, 분주히 빗질을 하는 미화원도, 괜스레 즐거워하며 등하교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꼭 가을이 아니어도 사계절 산책하기에 좋은 고즈넉한 길이다. 

서울 도봉구 시루봉로 149번지에 위치한 간송 옛집 ⓒ강사랑

방학 초등학교를 지나 백 미터쯤 걸어가면 간송 전형필 옛집이 나타난다. 간송 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문화재 수호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사재를 들여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를 되찾아오고, 6.25 한국전쟁 중에도 문화재를 지켜내 현재까지 계승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가 지켜낸 대표 문화재로 국보 제65호 청자 기린형 뚜껑 향로, 국보 제66호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이 있다. 모두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귀한 문화유산이다.

간송 선생의 자취가 남아있는 100여 년 역사의 전통한옥을 볼 때면 사람은 가도 가치 있는 유산은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이 가옥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은 채 관리되어 오다가 2015년 도봉구와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복원하고 개관했다.
간송 옛집은 간송이 살아 생전 사용하였던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건축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 받는다. 

간송 옛집 본채 ⓒ강사랑

간송 옛집은 목조기와지붕 구조로 본채와 협문, 담장, 화장실 등 부속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가을에는 이곳에서 ‘간송야행(澗松夜行)’이라는 주제 아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다과, 전통 매듭 만들기 체험이 무료로 진행된다.
간송 옛집의 야경을 즐기며 동네 주민들과 교류할 수 클래식 음악회도 빼놓을 수 없는 연중 행사다.

정의공주 묘역으로 가는 길 ⓒ강사랑

간송 옛집에서 신동아아파트 사거리 방향으로 길을 따라 걸어간다. 사거리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꺾어서 다시 3분 가량 걸어가면 정의공주 묘역이 나온다. 가는 길이 내내 도봉산 자락을 끼고 있어 힐링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우거진 수풀이 뿜어내는 초록한 공기가 신선하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양효공 안맹담과 정의공주 묘역 ⓒ강사랑

이곳에 정의공주와 그의 부마인 양효안공이 잠들어 있다. 정의공주는 세종대왕의 둘째 딸이며 문종의 누이동생이자 세조의 누나이다. 세종대왕은 정의공주와 안맹담의 집에 수 차례 방문하였을 정도로 이들 부부를 아꼈는데, 여기에는 정의공주의 뛰어난 재주가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설에는 정의공주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연구에 큰 힘을 보탰다고 한다. 

묘역의 봉분은 쌍분이고, 신도비, 묘표 2기, 상석 2기, 문인석 2쌍 등의 석물이 남아 있다. 묘역의 묘표 2기는 쌍분 앞에 있어 정의공주가 왼쪽에 합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의공주와 양효공 안맹담 부부는 살아생전 금슬이 매우 좋았다고 전해진다. 죽어서도 나란히 묻혀 있는 모습이 부부의 연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현재 정의공주 묘역은 유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시 도봉구 해등로 32길에 위치한 김수영 문학관 ⓒ강사랑

한국문학의 대표적 자유와 저항 시인 김수영. 그가  생애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낸 곳이 도봉구이며, 현재 도봉산 자락에는 시인의 본가와 묘소, 시비가 있다. 정의공주 묘역에서 백 미터가 채 안되는 가까운 곳에는 김수영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김수영 문학관은 우리나라의 사설 문학관 치고는 규모가 있는 편이다. 김수영이 현대 문학사에 남긴 발자취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2013년에 개관한 김수영 문학관은 전층 5층의 건물을 모두 사용하여 작가의 생애와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 시 ‘풀’, 대표 산문 ‘시여, 침을 뱉어라’를 비롯한 작품 원본과 시인의 일상 유품들이 방문객들에게 선보인다. 문학과 인문 서적 중심의 작은 도서관과 강연, 세미나가 열리는 강당, 휴식할 수 있는 옥상 테라스 등 문화시설도 갖추고 있다. 비단 문학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과 외부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명소다.   


문학관 맞은편 담벼락 모습 ⓒ강사랑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시여, 침을 뱉어라 중- 
가장 무익하고 쓸모없는 것이 시(詩)라고 자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김수영 시인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시가 없는 세상, 즉 시가 자라날 수 없는 세상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화원 앞에서 만난 알록달록 예쁜 꽃들 ⓒ강사랑

문학관 근처에는 서너 곳의 화원이 일렬로 늘어서 있어 눈길을 잡아 끈다. 화원 앞을 지나가며 예쁜 꽃과 식물들을 눈에 담아본다.
올 한해도 어느덧 절반 이상이 지나가버렸다. 남은 시간들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워보지만 어쨌든 일상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하릴없는 날, 동네를 산책하고, 곳곳에 숨어있는 명소를 재발견하고, 그렇게 편안함에 잠시나마 빠져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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