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달 밝은 밤, 문화비축기지 첫 야간개장을 가다

시민기자 김윤경

Visit1,306 Date2019.08.30 15:42

문화비축기지에서 야간 기지개방을 체험해보았다

문화비축기지에서 야간 기지개방을 체험해보았다

오래 전, 석유비축기지의 밤 모습은 어땠을까. 9월 6일부터 열리는 건축문화제에 앞서 ‘2019 서울시 건축상 대상’으로 선정된 문화비축기지를 다녀왔다.

지난 8월 저녁 8시 마포 문화비축기지 안으로 기대를 품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 날은 문화비축기지가 개장된 이래 첫 야간 기지개방이 열렸기 때문이다.

석유비축기지는 1973년 석유파동을 겪은 후, 1978년에 만들어진 곳으로 당시 1급 보안시설이었다. 총 5개의 탱크에 유사시에 사용할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비축했었으나, 2000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며 시민안전을 위해 폐쇄되었다. 이후 2013년 서울시 공모전을 바탕으로 2017년 문화비축기지로 탄생했다. 산업화 시대 대표하는 공간이 문화와 환경, 생태가 중심이 되는 공원으로 변모한 것도 의미가 깊다.

참여 시민들에게 안전모와 손전등, 해설기가 제공되었다

참여 시민들에게 안전모와 손전등, 해설기가 제공되었다

그런 곳이라 야간개방에 더욱 가고 싶어 서울시 공공예약사이트에 수차례 접속을 해 예약에 성공했다.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은 조금 오싹했지만, 설레는 기분은 감추지 못했다. 모인 시민들 모두 비슷한 표정이었다.

입구에 가까운 안내동에 도착하자, 참여한 시민들에게 안전모와 손전등, 해설기가 제공 되었다. 담당자들은 혹시라도 모른다며 모기 기피제를 뿌려주고 모기퇴치 스티커까지 붙여주는 세심함을 보여줬다. 모기퇴치제는 평상시에도 안내소에 비치돼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한 시민들은 더위를 잊은 듯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며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기지를 탐험했다. 야간기지탐방은 5개의 석유비축탱크들을 둘러보며 예전에 석유비축기지에서 일하던 분들의 노고를 느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했다.

문화비축기지는 도시재생을 최대한 보존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1,2번 석유탱크에서 나온 철판으로 6번 탱크 회의실 내장재나 외부 마감재 재활용을 했다. 콘크리트 옹벽을 철거 하지 않아, 콘크리트 건물을 볼 수 있으며 예전 콘크리트가 남아 바닥이 울퉁불퉁한 까닭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한 땅을 파며 나온 암반들을 최대로 이용해 주변에 배치해 보다 당시의 느낌이 남아있다.

이제 직접 좁은 계단과 깜깜한 곳을 전등으로 밝히며 올라 ‘T5’로 불리는 탱크 5에 먼저 도착했다. T5는 전시실로 석유비축기지의 탄생부터 문화비축기지로의 과정까지 자세히 알 수 있는 곳이다.

이어 ‘T4’로 이동했다. T4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내부 원형을 그대로 활용했다. 해설가는 이전 사진을 보여주며 건축가가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가장 감탄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다름 아닌 석유의 양을 재기 위한 탱크 위의 구멍에서 들어오는 빛이 깜깜한 곳에 비추어 근엄한 느낌을 풍겼기 때문이다. 그들도 작업을 할 때나 들어올 수 있는 석유가 있었던 공간속에 서있다는 건 묘한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좁고 굽은 길을 따라오며 근로자들이 가장 무서워했다는 화재를 대비해 마련된 긴 소화액관을 조심스레 걸었다. 야간순찰이 한 시간정도 걸렸는데 정말 그 시간이 싫었다고 하는 당시 근로자들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다.  굳이 말이 필요 있으랴. 비좁은 계단과 깜깜한 곳, 높은 곳까지 가야하는 건 무척 고될 듯싶었다.

석유비축기지 당시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T3

석유비축기지 당시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T3

T3 는 석유비축기지 당시 탱크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높은 곳에 있어 올라가는 데 힘이 들었다. 더욱이 탱크 마다 기억안내판이 있어 당시 근로자들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엄청 무서웠을 거 같아. 여기서 아래 보니 아찔하다.” 기억안내판을 읽고 아래를 보던 시민이 같이 온 친구에게 말을 건네며 고개를 저었다.

T1 파빌리온의 화려한 천장(좌)과 유리문 바깥 좁은 길(우)

T1 파빌리온의 화려한 천장(좌)과 유리문 바깥 좁은 길(우)

공연장인 T2 를 지나 T1 파빌리온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석유비축기지 시절 휘발유를 보관했던 곳으로 탱크를 해체해 유리로 된 벽체와 지붕을 얹었다. 불을 켜자 아름다운 조명을 받은 유리벽이 빛을 내 여기저기 감탄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계절이나 날씨, 시간에 따라 이루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해설가의 말에 시민들은 화려한 천장을 보며 수긍을 했다. 이어 40년 만에 처음으로 유리문을 열고 좁은 길을 걸었다. 40 여년 된 이끼가 암반에 잔뜩 있었는데, 해설자 안내에 따라 가만히 손을 대자 다른 이끼와 달리 폭신했다. 

T6의 에코라운지

T6의 에코라운지

‘T6’은 기존의 탱크가 아닌 새로 생긴 커뮤니티 센터다. 그 안에 지난 3월에 개장한 에코라운지가 있어 숨을 돌리기 좋다. 탐험 행사는 설문 및 이벤트 등을 하며 끝이 났지만, 몇몇 곳을 제외하면 야간에도 개방되며, 서울시 공공 예약사이트를 통해 주간 시민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문화비축기지에서는 9월 초에 서울건축문화제가 열리고, 9월 6~7일 열린강연과 토크 콘서트, 열린 특강이 진행된다. 오픈오피스 프로그램에서는 건축사 사무소 직원에게 자기소개서 및 포트폴리오, 면접 등 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 건축사를 꿈꾸는 시민에게 더욱 좋겠다. 열린 특강은 건축에 관심 있는 일반시민에게 추천한다. 9월 5일까지 사전 신청을 받는다.

밤의 공기는 낮과 다른 느낌을 준다. 문화비축기지 뒤편 매봉산으로 이어져  자연  속에  들리는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편안함을  더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에서, 또 하나의 조용한 모습을 만나는 문화비축기지. 이곳에 오면 건축 대상을 받은 이유를 충분히 알 거 같다. 낮과 밤 어느 시간도 달리 보이니 좋다. 건축문화제가 열리기 전, 지친 하루를 말끔히 씻겨줄 이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9월은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서울건축문화제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등에서 열리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함께 보며 다녀도 좋겠다. 

■ 서울건축문화제 2019
○ 주제 : 열린공간
○ 문화제 기간 : 9월 6일 ~ 22일
○ 프로그램 :  제37회 서울시 건축상, SAF 대학생공모수상 시상식을 진행하며,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설계 잡페스티벌, 도슨트투어, 건축문화투어등 시민참여프로그램 등 
○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증산로 87 문화비축기지 T2, T6
○ 문의 : 070-4848-6224 , 서울건축문화제 홈페이지(http://www.sa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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