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 파랑 ‘쪽빛’으로 물든 선잠박물관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19.08.28. 10:45

수정일 2019.08.28. 11:02

조회 1,829

지난해 4월 문을 연 성북동 선잠박물관

지난해 4월 문을 연 성북동 선잠박물관

양잠과 비단 길쌈은 국가 차원에서 장려했는데 잠시 끊어진 적은 있지만 조선시대에도 왕비가 친잠례를 거행하며 양잠을 장려했다고 한다. 지금의 송파구 잠실동도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치던 곳이어서 얻은 이름이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될 만큼 엄청난 변화를 의미하는 상전벽해란 말이 너무나 어울리는 지명이 되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동 길상사로 들어가는 모퉁이에 자리한 선잠단지는 조선 태종 때부터 양잠의 풍요를 기원하며 제사를 드리던 장소였다. 1908년 일본에 의해 중단되기까지 선잠제가 여기서 거행되었다. 선잠제는 의례 속에 음악과 노래, 무용 그리고 음식이 어우러진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후 선잠단지는 민간에 매각되어 주택이 들어서는 등 옛 자취를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가 중단된 지 85년 만인 1993년 성북구가 선잠제향을 거행하며 옛 기억을 잇고 있다.

2016년 선잠단을 정밀 발굴조사한 성북구는 고증을 거쳐 선잠제와 선잠단이라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온전히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선잠박물관이 문을 열어 우리 조상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양잠과 관련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고 있다.

정교한 모형들로 의례에 참여하는 구성원들과 그 배치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교한 모형들로 의례에 참여하는 구성원들과 그 배치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로 3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제1전시실은 선잠제와 선잠단지의 역사를 소개한다. ‘예를 다하다’라는 제하의 제2전시실에서는 선잠제에 대해 아주 자세히 만날 수 있다.

특히 정교하게 만든 모형들과 3D 입체 영상을 통해 실제로 선잠제에 참여하는 듯 실감이 난다. 선잠제가 거행되는 동안 연주되는 음악들을 들어볼 수도 있다.

기획전시실로 운영되는 3층에서는 9월 22일까지 ‘하늘과 바람과 시간 - 한국의 파란색 展’이 이어진다. 오방색의 하나인 파란색은 봄, 나무(木), 동쪽을 의미하는 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귀하게 여겨지며 사랑받아왔다.

전시는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우리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빚어낸 작품들과 현대 작가들이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전통을 해석한 여러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9월 22일까지 계속되는 ‘하늘과 바람과 시간 - 한국의 파란색 展’

9월 22일까지 계속되는 ‘하늘과 바람과 시간 - 한국의 파란색 展’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의 하나로 꼽힌 ‘누에 뽕잎 갉아먹는 소리’를 들으며 전시실에 들어서니 순식간에 쪽빛에 물드는 기분이다. 비단과 모시, 한지에 담아낸 다채로운 파란색이 바깥의 폭염을 한순간에 씻어내 버린다.

실로 ‘하늘과 바람이라는 자연적 요소와 사람의 정성과 시간이 조화를 이뤄 얻을 수 있는 우리의 대표적인 파란색’ 쪽빛은 시원함을 넘어 서늘하기까지 했다.

쪽빛으로 연출한 한여름의 전시는 순식간에 더위를 날려준다.

쪽빛으로 연출한 한여름의 전시는 순식간에 더위를 날려준다.

아직은 뜨거운 한여름이다. 초록 숲이 그리운 날 성북동 나들이에 나서 선잠박물관에서 쪽빛 휴식을 얻어가도 좋겠다. 잠시나마 우리의 전통적인 방식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파란색에 매혹된 시간이었다.

■ 성북선잠박물관

○ 주소 : 성북구 성북로 96

○ 관람 시간 : 화~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 관람료 : 성인 1,000원, 중·고등학생 500원, 초등학생 300원

○ 문의 : 02-744-0025

○ 홈페이지 : museum.sb.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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