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은평한옥마을’ 숨은 볼거리 5

시민기자 최용수

Visit1,632 Date2019.07.26 15:45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한옥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은평한옥마을 일대 전경, 한옥마을에는 숨겨진 볼거리가 알토란이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한옥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은평한옥마을 일대 전경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松壇弧矢, 송단호시), 넓은 정자에서 투호하기(虛閣投壺, 허각투호), 대자리 깔고 앉아 바둑두기(淸簟奕棋, 청점혁기), 달빛 개울가에 발 담그기(月夜濯足, 월야탁족)…” 정약용이 ‘정다산전서’에서 소개한 더위를 물리치는 8가지 방법, 이른바 ‘소서팔사(消暑八事)’의 일부이다. 선풍기 한 대 없던 시절, 옛 선비들이 더위를 이겨낸 지혜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더위를 물리치는 나들이 장소도 추천한다. 서울도심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은평한옥마을’은 알토란 같은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인근 계곡에선 발 담글 시원한 물까지 있으니 여름철 최고의 명당이다.

특히 이 지역은 ‘한문화특구’로 지정되어 있어 다양한 한(韓)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있다. 한옥마을, 외국인만 즐기란 법 어디 있나. 지난 주말 기자는 은평한옥마을을 찾아 미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를 둘러보았다.

① 4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숙용심씨 기념비’

40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숙용심씨 묘표(유리관), 아들 영산군 묘역에 옮겨 놓았다.

40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숙용심씨 묘표(유리관), 아들 영산군 묘역에 옮겨 놓았다.

화경당(셋이서문학관) 뒤 언덕 위에는 ‘숙용심씨 기념비’가 있다.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놓치기 쉽다. 마음먹고 찾아보자. 숙용심씨는 세조 즉위에 공을 세운 심말동의 딸로서 성종의 후궁이었다. 이성군과 영산군, 경순옹주와 숙혜옹주를 낳았다.

숙용심씨의 묘 앞에 서있는 묘표(墓表)는 일본의 다타하시 고레키요 기념공원에 있었는데 후손들의 노력으로 무려 400년의 세월이 흐른 뒤인 2000년 7월 3일 고국으로 돌아왔다.

묘역이 없는 상태라 그의 아들인 영산군(이전) 묘역에 안착시켜 오늘에 이르며, 2005년 12월 서울기념물 제25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가 시작된 지금, 돌아온 숙용심씨의 묘비를 보노라니 묘한 감정이 일어난다.

② 한옥 속 미술관 ‘삼각산금암미술관’

은평한옥마을 삼각산금암미술관에서는 개관특별기획전 평면도자회화전이 열리고 있다.

은평한옥마을 삼각산금암미술관에서는 개관특별기획전 평면도자회화전이 열리고 있다.

숙용심씨 묘표 아래 골목 진관길 21-2 위치에 있다. 연면적 187.42㎡ 규모의 지하1층, 지상2층으로 구성된 한옥 속 미술관이다. 초기 SH공사 한옥시범주택(모델하우스)으로 사용하였으나 2018년 4월 ‘삼각산금암미술관’으로 개관하였다.

화경당(셋이서문학관)과 쪽문으로 연결된 금암미술관은 한(韓)문화를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개관기념 첫 기획전인 “평면도자회화展(조선창화백자, 피어나다, 작가 이승희)이 8월 18일까지 열린다.

조선청화백자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한 “TAO(道)‘ 시리즈로, 도를 닦듯 오랜 시간과 공력으로 완성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을 마주하면 무한한 예술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③ 기증유물체험전이 열리고 있는 ‘한(韓)문화 너나들이센터’

은평역사한옥박물관과 한문화 체험관 너나들이센터 모습

은평역사한옥박물관과 한문화 체험관 너나들이센터 모습

너나들이센터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초입에 위치한 연면적 380㎡, 지하1층, 지상2층 규모의 한(韓)문화센터이다.

금암미술관과 함께 2018년 4월에 개관한 너나들이센터는 ‘북한산한문화체험특구’ 알림과 동시에 은평한옥마을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조성했다.

한문화 너나들이센터 1층 전시실에 재현된 고려사진관 모습, 봉사자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한문화 너나들이센터 1층 전시실에 재현된 고려사진관 모습, 봉사자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1층 전시실에는 ‘기증유물체험전(추억의 사진관)’이 열리고 있다. 재현된 옛 ‘고려사진관’과 빛바랜 흑백사진을 통해 우리의 옛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증명사진, 백일·돌 사진을 찍기 위해 한껏 멋을 부리고 들뜬 마음으로 사진관을 찾던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2층 전시실은 한복대여·체험실이다. 한옥박물관 티켓을 제시하면 무료로 빌려 준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서촌·북촌에 이어 서울의 세 번째 한옥마을 골목길을 걷는 재미에 무더위가 느껴질 겨를이 없다.

④ 다산의 피서법 송단호시(松壇弧矢)의 ‘느티나무 고목 숲’

은평한옥마을에는 150~250년 된 느티나무 숲이 있고, 그 길을 따라 윤동주, 정재용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은평한옥마을에는 150~250년 된 느티나무 숲이 있고, 그 길을 따라 윤동주, 정재용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한옥마을 개천을 따라 수령 150~250년이 된 느티나무가 짙은 그늘을 선물한다. 옛날 진관사로 향하던 불자들에게 더운 여름, 넉넉한 그늘쉼터를 내어주었던 느티나무, 아름드리 줄기와 시원하게 뻗은 나뭇가지의 짙푸른 잎에서는 마을 수호신으로 살아온 무수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앞쪽 개천은 맹꽁이 등 양서·파충류의 집단 서식지로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보호받고 있다. 맹꽁이 서식지 일대는 야생식물의 보고로서 생태네트워크 교육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곤충호텔을 둘러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⑤ 진관사 칠성각의 ‘독립운동 태극기’비(碑)

은평한옥마을에서 진관사로 향하면 초입에 진관사 태극기 표석을 만난다.

은평한옥마을에서 진관사로 향하면 초입에 진관사 태극기 표석을 만난다.

1919년 3·1 운동 당시 북한산의 고찰 ‘진관사(津寬寺)’, 어둠속에서 극도의 경계심으로 조심조심 움직이는 한 사람, 인적이 드문 칠성각 안으로 들어가서 불단(佛壇)을 내리더니 벽을 뜯는다. 조심스럽게 태극기를 넣고는 다시 벽을 바른다. 불단을 다시 올리고 물러나 큰절을 올린다.

그 후 90년이 흐른 2009년 칠성각 보수작업이 진행된다. 그러던 5월 26일 벽 속에서 태극기 하나가 발견된다. ‘그 날 밤’ 위험을 무릅쓰고 숨긴 바로 그 태극기였다.

독립신문 4점, 신대한(新大韓) 3점, 자유신종보 6점 등 귀중한 독립운동사료 6종 20점이 태극기로 싸여있었다. 가로 89cm, 세로 70cm 크기의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덧칠한 특별한 독립운동 태극기이다.

문화재청등록문화재(제 358호)로 지정된 진관사 태극기, 셋이서문학관을 지나 진관사로 향하는 길에서 기념비로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은평한옥마을 일대에는 볼거리가 넉넉하다. 정자전망대에 올라 잘 조성된 한옥마을과 북한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은평지역의 역사와 한옥을 이해할 수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한국문단의 기인 3인(천상병·중광·이외수)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셋이서문학관(화경당)’, 강아지가 없는 ‘강아지도서관’, 북한산둘레길 마실길, 천년고찰 진관사와 계곡의 물과 너럭바위 등은 하루나들이 장소로는 차고 넘친다.

중복, 대서가 다가오니 무더위도 절정을 향한다. 온종일 에어컨 바람에 의지하며 지내는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함께 더위를 이길 수 있다면 색다른 피서가 될 것이다. 느티나무 그늘이 넉넉하고 한옥 서까래를 타고 오는 솔바람이 옷 솔기를 파고든다면 에어컨 바람보다 훨씬 시원하지 않을까.

바쁜 일상으로 멀리 떠날 수 없다면 서울에서 색다른 피서지를 찾아보자. 아이들과 함께 예쁜 한복을 빌려 입고 골목골목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서울의 세 번째 한옥촌 ‘은평한옥마을’을 추천한다.

■ 은평한옥마을
○ 위치 :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50길 8(진관동)
○ 교통 : 지하철3‧6호선 연신내역 3번 출구에서 701, 7211 버스 환승, 하나고 버스정류장 하차
○ 문의 : 은평역사한옥박물관 02-351-8523, 홈페이지(museum.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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