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여년 금단의 땅 '용산기지'는 어떻게 바뀔까?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19.07.08. 14:54

수정일 2019.07.08. 17:02

조회 4,622

미소 공동위원회 당시 소련군 대표단 숙사 (주한 미합동군사업무단)

미소 공동위원회 당시 소련군 대표단 숙사 (주한 미합동군사업무단)

110여년 이상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기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 미군기지는 2017년 말 대다수 미군들이 평택시로 이전하며, 지난해부터 일부지역이 공개되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용산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3~4회에 걸쳐 신청한 시민 중 무작위 추첨으로 70여 명을 선발해 버스투어를 진행해왔다. 앞선 4월에는 벚꽃놀이를 겸한 특별투어가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는 용산에서 마지막 불꽃놀이가 될지 모를 행사와 함께 야간개방이 진행되었고, 운 좋게 참가할 수 있었다.

121 병원

121 병원

국립중앙박물관 너머로 살짝 보이는 시민의 땅, 그렇지만 갈 수 없었기에 용산기지는 언제나 궁금했었다. 설렘을 갖고 신분증을 지참한 뒤, 준비 된 버스를 타고 신용산역과 가까운 14번 게이트를 통해 들어갔다. 직접 본 곳은 생각보다 넓었다. 해설사의 상세한 설명과 사진을 보니 이해하기 더욱 쉬웠다.

버스에서 옛 육군본부 벙커가 있던 사우스 포스트 벙커와 일제강점기 초호화 건축물인 용산 총독관저가 위치했던 121병원을 보았다. 사우스 포스트 벙커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사령부 방공작전실로 사용되었으며. 6.25전쟁 직전에는 대한민국 육군본부 정보작전실로 이용된 곳이다. 총독관저는 개인용으로 지었지만 하루에 전기료가 당시 400원으로 너무 비싸서 주로 연회장소로 이용했다.

6.25 총탄이 보이는 위수감옥(좌), 막아 놓은 시구문(우)

6.25 총탄이 보이는 위수감옥(좌), 막아 놓은 시구문(우)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는 일제강점기 용산 위수감옥(이태원 육군형무소)에서 정차했다. 붉은 벽돌이 특징인 이곳은 6.25 전쟁 당시 벽돌 총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다. 시체를 내가는 시구문 이야기를 하자 듣던 참가자들이 작은 소리를 질렀다. 시구문이라 해도 사형이 거의 없어 미군이 막아 놨다.

위수감옥은 일본 헌병보조원이던 강기동 선생이 의병을 탈출시키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총살형을 당한 곳이다. 한국인이었지만 헌병보조원이었던 그는 특이하게 일본군 감옥에서 순국을 했다. 광복 이후에는 미7사단 구금소로 사용되었다가 1949년 이태원 육군형무소로 사용되면서 군 감옥의 역할을 이어갔다.

둔지산 정상에서 보는 이태원 일대

둔지산 정상에서 보는 이태원 일대

위수감옥을 지나 버스는 약 70m 높이의 둔지산 정상에 올랐다. 둔지산 정상은 후에 용산공원 정상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태원 일대를 통째로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N서울타워 및 이슬람사원 등이 보여 전망이 좋았다.

이어 미8군사령부와 국제연합군사령부 겸 한미연합군사령부를 둘러봤다. 미8군사령부는 일제 강점기 보병병영을 사용했으며,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CFC)가 상설되기 전까지 유엔군사령부와 미8군 사령부가 함께 있었던 역사적인 곳이다.

한미 연합군 사령부

한미 연합군 사령부

국제연합군사령부 겸 한미연합군사령부를 보자 참가자들은 뉴스에서 많이 본 곳이라며 앞에서 저마다 인증샷을 찍었다. 한미연합사는 전시 작전을 총괄할 지휘권을 가진 곳이다. 또한 건축사적으로도 훌륭하다. 한국기와를 사용한 지붕, 기둥, 전통문양, 콘크리트 벽재 등 각각 의미가 있어 미군들은 화이트 하우스라고 부른다고 했다.

만초천

만초천

“용산공원이 만들어지면 방송에서 첫 화면에 어느 곳을 띄울까요?”

해설가가 묻자 시민들은 여기저기 이름을 말했다. 해설가는 만초천이라고 대답했다. 이곳은 숨겨진 비경, 용산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인왕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7.7km까지 이르는 하천이었으며, 지금은 약 300m 구간정도가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자연 그대로 두어 비가 오지 않으면 메말라 있다. 물 위로는 무지개 모양의 다리 등이 남아 옛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가끔 학이 날아오는 걸 볼 수 있는데 마치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란다.

마지막으로 본 곳은 주한 미 합동군사 업무단이었다. 원래 용산 기지 내 일본 육군 장교들이 머물던 장교숙소로 사용되다가 해방이후, 한국의 신탁통지와 임시청부수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덕수궁에서 열린 미·소공동위원회 당시 소련군 대표단 일부가 머무르기도 한 곳이다. 예전에는 붉은색이었으나 미군들이 노란색으로 칠을 했다.

무궁화꽃이 예쁘게 피어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무궁화꽃이 예쁘게 피어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여기에 무궁화가 예쁘게 피었네.”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모인 곳에는 무궁화가 활짝 피어있었다, 용산기지에 피어난 무궁화 앞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자 뭔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다. 용산공원이 우리의 땅으로 될 기대감일까. 새로운 좋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피어났다.

독립기념일을 맞아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용산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행사다.

독립기념일을 맞아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용산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행사다.

이후 야간개방 버스투어 참가자들은 독립기념일 공연과 축구장에서 펼쳐진 불꽃놀이를 감상하며 돌아왔다. 평소에는 캠프코이너까지 이동하나 이날은 행사로 인해 일정을 단축했다. 이전까지 총 27회에 걸친 용산기지 버스투어는 평균 7.5대 1의 높은 경쟁률과 만족답변이 85%로 나왔다.

그렇지만 안전사고와 예방을 위해 여름철 폭염기간(7월 2주~8월 4주)동안 휴식기를 갖고 8월 29일부터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자 역사가 숨 쉬는 곳을 꼭 가보면 좋겠다.

8월 29일 이전에도 기회는 있다.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용산기지 캠프킴 내 ‘용산공원 갤러리’로 가보자. 서울시는 이곳의 운영 시간을 주말 및 저녁까지 확대하고, 1개동 건물을 추가하여 확장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름방학(7~9월)을 맞아 매주 토요일, 용산 역사 문화 이해와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갤러리 건물에 남겨진 역사 흔적 탐구와 원데이 드로잉 프로그램인 ‘건축산책 드로잉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 용산기지 버스투어

○ 일시 : 2019년 8월 29일(개인), 9월 5일(개인), 9월 19일(개인), 9월 26일(단체) 실시예정
○ 신청 : 용산문화원 홈페이지 8월 13일 경 접수 예정
○ 문의 : 용산문화원 (02-703-0052, 3)
용산공원 갤러리 특별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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