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정화되는 역사 공원, 아직 못 가보셨나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19.06.11. 16:29

수정일 2019.06.11. 17:46

조회 3,740

6월 1일 서소문역사공원이 개방됐다.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6월 1일 서소문역사공원이 개방됐다.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소문역사공원이 6월 1일 문을 열었다. 공원은 지상1층에서 지하4층 규모로 조성됐는데, 지상은 서소문근린공원을 리모델링 한 것이다.

이곳은 원래 1801년 신유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 103명의 천주교인이 처형된 곳으로 ‘서문 밖 순교지’로 불리던 천주교 성지였다. 이 가운데 44명이 1984년 시성되어 당시 순교자 현양탑이 세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처형된 사람은 천주교인만이 아니었다.

서소문역사공원 지상공간에 위치한 순교자 현양탑

서소문역사공원 지상공간에 위치한 순교자 현양탑

조선 광해군 때 ‘홍길동전’의 저자이자 학자였던 허균이 서자를 차별대우하는 사회제도에 반대하다 참형된 것을 비롯해 홍경래의 난과 임오군란, 갑신정변 주도자들이 이곳에서 참수됐다고 한다. 또한 동학혁명 지도자 김개남과 동학의 2세 교조인 해월 최시형이 고난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수산청과시장으로, 1973년에는 근린공원으로 변신했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단순한 근린공원으로 머물러있던 이 공간의 역사성을 재조명해 2011년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에 착수했으며, 드디어 올해 복합문화공간으로 8년 만에 시민들 곁으로 돌아왔다.

서소문역사박물관 전경

서소문역사박물관 전경

서소문역사공원 지하에는 공원의 의미, 정체성을 담은 역사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역사박물관은 140여 종의 교회사와 조선 후기 사상사 사료를 전시하는 ‘상설전시실’과 지상과 하늘이 소통하는 의미를 담은 ‘하늘광장’이란 공간이 있는데,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한국 근현대 조각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작가 62명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하늘광장,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는 의미를 담았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하늘광장,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는 의미를 담았다.

박물관 지하1층에 자리한 강의실과 1만여 권의 서적을 소장한 도서관도 모두에게 열려 있는 문화공간이다. 이밖에 콘서트 등의 문화예술 행사가 가능한 콘솔레이션홀도 갖추고 있다.

상설전시실로 내려가 봤다. 제1전시관은 ‘조선후기 사상의 흐름 속에서 발화한 시대정신’이라는 주제로 꾸며져 있었다.

하얀 대리석 아치와 십자형 기둥의 반복되는 상설전시실 내부

하얀 대리석 아치와 십자형 기둥의 반복되는 상설전시실 내부

하얀 동굴 같은 전시실에는 조선말 민초들의 억눌림이고 애끓는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동학의 ‘인내천’ 사상이나 서학의 ‘신 앞에 모두가 형제자매’라는 가르침은 차별과 억압과 착취로 인간의 존엄마저 훼손당하던 민초들에게 밥이 되고 길이 되었을 듯싶다. 당시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죽음을 무릅쓰게 한 것은 사람다운 삶을 향한 투쟁 아니었을까.

역사박물관 곳곳에는 조각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은 ‘하늘과 대지 사이에 인간이 있다’(배형경) 작품

역사박물관 곳곳에는 조각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은 ‘하늘과 대지 사이에 인간이 있다’(배형경) 작품

6월 서소문역사공원은 푸르름이 한창이다. 공원을 나서면 언덕 위에 지어진 중림동 약현성당첨탑이 저 너머로 보인다. 그리고 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서울로7017도 한눈에 들어온다.

복잡한 마음을 정화하고 싶을 때, 서소문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종교적인 장소성을 뛰어넘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선인들의 자취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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