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함께 만드는 문화예술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19.06.03. 18:04

수정일 2019.06.04. 17:38

조회 1,282

포럼 참가자가 전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포럼 참가자가 전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공존’을 향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가 5월 31일, 6월 1일 이틀에 걸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되었다.

‘창작을 위한 공존’을 주제로 열린 두 번째 날 포럼에 함께해 보았다. 총 3부로 준비된 행사는 군더더기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행사의 문을 연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는 온몸으로 펼친 퍼포먼스로 말을 걸었다.

이튿날 포럼의 문을 연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의 퍼포먼스

이튿날 포럼의 문을 연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의 퍼포먼스

“쉽게 눈물을 보이지 마시오 / 쉽게 감동했다 말하지 마시오 / 단 한 번으로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시오 / 공연하느라 힘들 거라고 하지 마시오……그만 불편해 하시오 / 아니 더 불편해 하시오.”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원영 변호사와 18년 동안 장애인시설에서 지낸 중증발달장애인 동생과 사는 장혜영 다큐멘터리 감독이 공동기획하고 사회를 맡은 이날 포럼의 1부는 ‘장애를 가진 배우는 무엇을 더 표현하고 덜 재현하는가’를 발제했다.

극단 ‘애인’의 김지수 대표

극단 ‘애인’의 김지수 대표

극단 ‘애인’의 김지수 대표는 “창단 12년차지만 창작자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며 “현재 서울에만 장애인 극단이 10여 개 있는데 더 많은 창작자와 작품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용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과 극단 ‘애인’의 김지수 대표는 장르는 다르지만 같은 말을 했다. 연극을 하거나 춤을 출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속도와 호흡, 움직임 등이 무척 다르다는 점이다. 장애의 유형이 너무도 다양해서 휠체어에 탄 경우도 있고 청각장애나 발달장애를 가진 경우도 있다. 당연히 무엇을 표현하는 것도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없다. 인내를 가지고 서로 다른 표현들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늘 필요하다.

김성용 감독은 “안무 작업 중에는 무용수의 경험을 끌어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작품으로 녹여내는 것이 필요한데, 그 자체로 독특한 장애인의 삶은 생각에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더 큰 감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문승현 작가의 작품 앞에 선 포럼 참가자들

문승현 작가의 작품 앞에 선 포럼 참가자들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의 이진희 기획자는 “종종 ‘장애, 비장애는 파트너가 되기가 어려워. 경험과 역사가 다르잖아’라는 말을 듣는다”며 “그럼에도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쉬이 소수자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사회에서 관계를 맺으며 같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쇼스타코비치 왈츠에 맞춰 진지하고 절실하고 아름다운 플래시몹이 있었다.

쇼스타코비치 왈츠에 맞춰 진지하고 절실하고 아름다운 플래시몹이 있었다.

2부에서는 장애인 창작레지던시 잠실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인 한승민, 정은혜, 문승현 작가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벌써 2,000명의 캐리커처를 그린 발달장애인 은혜 씨는 자꾸만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성인이 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은혜 씨를, 동네에서 화실을 하던 엄마가 청소라도 하라고 불러냈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은혜 씨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작가가 되었다.

은혜 씨 엄마이자 만화가인 장차현실은 “딸의 재능을 발견하고는 자기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했다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창조적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떤 방식보다는 환경, 같이 그림을 그리는 동료,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작업이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은혜 작가의 자화상과 작품

정은혜 작가의 자화상과 작품

3부에서는 웹진편집장, 미술관 학예연구사, 연극연출가와 널위한문화예술 기획자 등 예술계의 다양한 관계자들과 서울문화재단 김종휘 대표가 장애예술 창작과 향유기회 확대를 위한 제언과 고민 등을 나눴다.

여러 전문가가 얘기했듯이 ‘장애예술’ 역시 ‘어떤 사람’이 자신의 경험, 역사, 존재를 표현하는 것이다. 다만 장애를 가졌거나 비장애거나 할 뿐이다. 장애예술이 확대된다는 것은 곧 사회 전체가 또 다른 체험으로 확장되는 일이기도 하다.

‘사단법인 누구나’는 사회문화약자를 포함한 누구나가 함께 놀고 표현하며 소통하는 일을 거들고자 한다. 이날도 내내 같이 춤추고 같이 그림 그렸다.

‘사단법인 누구나’는 사회문화약자를 포함한 누구나가 함께 놀고 표현하며 소통하는 일을 거들고자 한다. 이날도 내내 같이 춤추고 같이 그림 그렸다.

창작그룹 비기자 최선영 대표는 공동창작이란 ‘어떤 사람과 어떤 사람의 만남’이라고 규정했다. 교육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그저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삶이 확대되는 것이다. 그의 결론처럼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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