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을 기억합니다” 서울기록원 개원식에 가다

시민기자 최창임, 김은주

Visit604 Date2019.05.16 15:33

서울기록원이 5월 15일 개관했다

서울기록원이 5월 15일 개관했다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것은 문자라고 한다. 역사의 기원전과 기원후를 나눌 때 기준이 되는 것도 바로 이 문자 사용 유무이다. 문자가 가지고 있는 힘은 바로 기록하여 지금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그리고 그 다음 세대로 계속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문자로 담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도시는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부터 변화하는 모습, 그 안에 발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도시는 성장한다. 서울 또한 그렇다. 서울이 하나의 도시로 성장해온 시간 속에 이야기를 품고 살아 온 사람을 서울은 기억한다. 그 기억의 저장소인 서울기록원이 2019년 5월 15일 정식 개원식을 맞이했다.

서울기록원의 정식 개원을 축하하는 개원식이 열렸다.

서울기록원의 정식 개원을 축하하는 개원식이 열렸다.

서울의 기록과 기억 저장소 ‘서울기록원’ 정식 개원을 축하하는 개원식에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록해야 기억할 수 있고, 책임을 다하고 정의를 세우며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그리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서울기록원이 서울의 백년, 천년 역사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기념사를 갈음했다.

이날 서울기록원이 위치한 은평구립어린이집 원아 21명이 개원식에 특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기록원이 들어서기 전 있었던 곳이 바로 은평구립어린이집이다. 아이들이 서울기록원의 건립과정과 함께하며 바라본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해 더욱 뜻깊었다.

아이들이 서울기록원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아이들이 서울기록원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서울기록원은 서울시정과 서울시민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130만여 점의 공공기록물을 수집해 영구 보존한다. 또한 서울시가 만들었던 정책과 그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 정책이 가져 온 결과가 담긴 행정 종이문서, 디지털문서, 영상 같은 시정기록물과 세월호과 같은 추모현장에 남긴 시민들의 기억인 사회적 기록물도 이곳에선 영구 보존되어 서울시가 시민들의 삶을 기억한다. 단순히 기록과 보관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서울의 기록과 시민의 기억을 아카이브로 공유하고 기록과 관련된 교육, 전시와 강연,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기록원에선 지금 개관기념전이 한창이다. 개관기념전 <기억의 힘>은 ‘기록의 발견’, ‘기록의 발현’, ‘기록의 발원’, ‘기록의 발굴’이라는 4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전시중이다.

목동신시가지 개발 계획의 변천을 자세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목동신시가지 개발 계획의 변천을 자세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기록의 발견-목동신시가지 개발기록’은 오랜 세월 살던 동네인 목동신시가지 개발과 관련된 전시라 더욱 흥미로웠다. 논과 밭이었던 그곳이 신시가지로 조성되면서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바뀌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에 그 동네에 살았던 주민으로서 이번 전시는 향수를 넘어 애잔한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해주었다.

목동에너지사업단 화력발전소에서 우연히 발견된 기록물은 역사로 남게 되었다

목동에너지사업단 화력발전소에서 우연히 발견된 기록물은 역사로 남게 되었다

2016년 목동에너지사업단 화력발전소에서 대량의 공공기록물이 우연히 발견되어 전시로 선보이게 됨으로써 자칫하면 쓰레기로 방치되어 버릴 뻔한 공공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이 기록물은 1983년 진행된 목동신시가지 개발 과정에서 생산된 것으로 30여 년 간 캐비닛 안에 방치되어 있었던 것들이었다.

전시를 통해 1980년대 최초의 공영개발이었던 목동신시가지 개발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었는지 기록물들을 통해 서울의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약 1만 권에 달하는 기록물들은 2017년 ‘서울시정 중요 종이기록물’로 선정되어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 시스템을 갖춘 서울기록원으로 모두 이관되었다.

과천 주공아파트 탄생과 재건축은 개인의 움직임에서 시작되어 기록이 되었다

과천 주공아파트 탄생과 재건축은 개인의 움직임에서 시작되어 기록이 되었다

‘기록의 발현-주공아파트 주민기록’은 재개발을 앞둔 둔촌, 고덕, 개포, 과천 주공아파트 주민들이 스스로 일궈낸 시민기록들의 전시로, 한 마을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움직임이 모여 작은 역사를 만들어낸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30여 년 전 주택 개발로 지어진 아파트들의 재건축을 앞두고 둔촌주공아파트의 한 시민이 기록한 움직임이 다른 재개발 아파트 주민들의 동참으로 이어져 ‘공동체 아카이브’를 만들어냈다. 전시물을 통해 이들이 살았던 거주지에 대한 많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의 자료를 분산 보존한 서고인 청도문서고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의 자료를 분산 보존한 서고인 청도문서고를 소개하고 있다

‘기록의 발원-경북 청도군 범곡리 134-18, 서울특별시 문서보존소’는 서울의 중요 자료들을 분산 보존한 서고인 청도문서고를 소개하는 전시다. 서울기록원의 개관과 함께 청도의 기록은 모두 이관되게 되어 그동안 해왔던 청도문서고의 역할을 재조명해볼 수 있는 전시다. 청도문서고에 있는 기록들을 촬영한 마이크로필름 8,000개를 꺼내 한 줄로 이으면 서울에서 청도에 닿을 정도의 장대한 길이라고 한다.

기록의 발굴 전시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에 대한 관련 자료를 확인해볼 수 있다

기록의 발굴 전시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에 대한 관련 자료를 확인해볼 수 있다

‘기록의 발굴-일본군 위안부 기록’은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연구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입증할 실질적 자료를 발굴해낸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2016년부터 3년 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모아진 자료를 선별해 2018년 한국 최초의 일본군 위안부 자료집을 발간했다. 또한 미국 국립문서 기록청에서도 중요 관련 자료를 발굴해내어 역사적으로 가치가 큰 위안부 자료를 완성해나가게 되었다.

서울기록원은 130만여 점의 공공기록물을 수집해 영구보존한다

서울기록원은 130만여 점의 공공기록물을 수집해 영구보존한다

서울기록원은 서울을 살아가는 개인의 기록들을 모아 역사라는 커다란 틀 안에 차곡차곡 정리해주는 곳이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속에서 개인의 작은 움직임도 특별함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었으며,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여러 사실과 사건을 기록으로 정리해 언제든지 열람 가능하게 해주었다. 서울이 당신을 기억하는 곳인 서울기록원이 더 많은 의미 있는 기록을 보관하는 곳이 되길 기대해본다.

■ 서울기록원
○ 위치 :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62길 7 서울혁신파크 내
○ 교통 : 지하철 3·6호선 불광역 2번 출구
○ 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5시
○ 휴관일 :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 1월 1일
○ 홈페이지 : https://archives.seoul.go.kr
○ 문의 : 02-35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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