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서커스다! 아슬아슬 줄타기부터 공중곡예까지

시민기자 이선미, 김창일

발행일 2019.05.03. 17:43

수정일 2019.05.07. 16:54

조회 2,651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의 `태움`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끊임없는 긴장을 보여준다.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의 `태움` 공연은 현대인들의 관계 속 끊임없는 긴장을 표현한다.

문화비축기지 마당에 깃발이 펄럭이는 대형천막이 들어섰다. 햇빛 아래 자리 잡은 하얀 천막 앞으로도 아직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은 철골구조물이 세워지고 있다. 어린이날 연휴인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서커스 캬바레’를 위한 준비다. ‘서커스 캬바레’는 서울시가 지난해 서커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국내 유일의 서커스 페스티벌로 올해는 해외의 네 작품을 포함해 14작품이 공연된다.

특히 10편의 국내작들은 전통 줄타기부터 근대와 현대를 망라하는 작품들을 통해 국내 서커스의 변천사를 보여주고자 한다.

전통 연희로는 솟대를 중심으로 펼치는 ‘솟대쟁이놀이’와 두 개의 줄 위에서 각기 다른 재주를 부리는 ‘쌍줄타기’가 펼쳐지고, 현대서커스로는 봉앤줄과 팀클라운, 공연창작집단 사람과 갬블러 크루, 그리고 서커스 디랩과 창작그룹 노니 등 여섯 팀의 작품이 선보인다.

`왔어요 왔어요 서커스가 왔어요` 문화비축기지 마당에 설치된 대형천막에서는 300명까지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왔어요 왔어요 서커스가 왔어요` 문화비축기지 마당에 설치된 대형천막에서는 300명까지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전통과 현대서커스 사이에 한국전쟁 이후 전성기를 맞기도 했던 근대서커스가 있었다. 이번 ‘서커스 캬바레’에서는 곡예와 무용, 마술과 음악이 결합한 동춘서커스의 ‘초인의 비상’과 서커스를 하는 부모님에게서 태어나 지난 오십 년 동안 서커스 한 길만을 걸어온 안재근이 자신의 서커스 인생을 담은 ‘스토리 서커스_根(뿌리)’을 공연한다.

 “힘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관객을 사랑하고 서커스를 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곡예사 안재근은 순식간에 시간을 되돌려 그 옛날 천막극장으로 관객을 데리고 간다. 평생 몸에 익은 그의 연기를 보며 관객들은 탄성을 지르고 박수를 보낸다.

안재근 `스토리 서커스_根(뿌리)` 미니 자전거타기

안재근 `스토리 서커스_根(뿌리)` 미니 자전거타기

이전의 서커스가 사람의 기술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예로 놀라움을 주고 감탄하게 했던 것에 비해 현대서커스에는 좀 더 많은 메시지가 담기고 있다.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의 긴장감을 줄 위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는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의 ‘태움’은 아슬아슬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몸부림이었다. 한 발 한 발 극도의 긴장을 유지하며 내딛는 걸음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사탕의 숨결`이 펼쳐지는 T2앞. 문화비축기지 전체가 서커스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사탕의 숨결`이 펼쳐지는 T2앞. 문화비축기지 전체가 서커스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프랑스팀 갈라피아 서커스의 ‘사탕의 숨결’에서도 눈으로 보는 것 너머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시작부터 일렉트릭 기타가 격하게 연주되는 가운데 저 높이 언덕 위로부터 알 수 없는 말을 소리치는 배우가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내려온다. 그리고 평지에서는 차이니즈 폴에 다람쥐처럼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뛰어내렸다를 반복했다.

프랑스 갈라피아 서커스의 `사탕의 숨결`에는 우리나라 공연 예술가 김선혁도 함께하고 있다

프랑스 갈라피아 서커스의 `사탕의 숨결`에는 우리나라 공연 예술가 김선혁도 함께하고 있다

대체 뭘 그렇게 외치는 것인지를 묻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처럼 뭐라도 해서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것"이라며, "끊임없이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건 뭔가를 찾고 갈망하고 추구할 때 과연 무엇이 자신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예측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므로 누군가 배우의 끊임없는 행위를 중단시킬 수도 있는데, 실제로 한 정신병원에서 공연했을 때는 환자가 그만하라고 저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통적인 서커스로부터 연극과 클래식, 힙합 같은 장르와의 결합으로 이어지는 컨템포러리 서커스가 확대되고 있는데 벨기에팀 라 시 뒤 부르종의 ‘이노센스’ 또한 공중곡예를 하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찔한 공연을 선사한다.

여기에 또 다른 프랑스팀의 ‘사라방드’와 대만 포모사 서커스 아트의 ‘찰나의 빛:지금 이 순간은 얼마나 길까?’도 준비되어 있다.

라 시 뒤 브르종의 `이노센스' 연주를 하며 공연을 펼친다

라 시 뒤 브르종의 `이노센스' 연주를 하며 공연을 펼친다

문화비축기지는 ‘서커스 카바레’가 끝나도 5월 한 달 동안 토, 일요일마다 ‘오월은 서커스지!’라는 주제로 ‘서커스 시즌제’를 이어간다. 해외 1작품, 국내 13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서커스 공연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행사도 계속된다. T6 에코라운지에서는 서커스와 연희 자료들이 전시되고, 저글링과 접시돌리기 등을 체험하며 곡예사가 돼볼 수도 있다. 편한 옷과 해보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한 일인데 혹시 재능을 발견한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나도 서커스타’에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행사장 곳곳에서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5월 한 달 동안 `서커스 캬바레`와 `서커스 시즌`’가 진행되는 마포 문화비축기지

5월 한 달 동안 `서커스 캬바레`와 `서커스 시즌`’가 진행되는 마포 문화비축기지

지금은 거의 없지만 옛날에는 마을마다 순회하던 곡예단이 있었다. 눈물과 웃음이 있던 서커스로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한아름 즐거운 추억이 될 드문 기회다.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서커스를 찾아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들을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월이 더 깊고 푸른 가정의 달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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