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감동 그대로! 판문점 평화공연 참관기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19.04.29. 10:46

수정일 2019.04.29. 17:46

조회 1,330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 평화 퍼포먼스가 진행된 평화의 집.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장소이기도 하다.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 평화 공연이 진행된 평화의 집.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장소이기도 하다.

통일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평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장소는 판문점 선언의 역사적 장소였단 판문점 남측 지역이다. 서울시민기자로 신청하여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 현장에는 서울시민과 경기도민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참석해 생기가 넘쳤다.

참가자들은 지난해 판문점 선언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장소들을 둘러보았다. 무엇보다 청명한 하늘을 닮은 ‘도보다리’로 향할 때 발걸음이 빨라졌다. 공연 준비를 위해 도보다리 끝에 있는 벤치까지는 출입이 통제됐지만 그날처럼 산새들은 노래하고 바람이 고요했다.

참가자들이 도보다리와 관련된 설명을 듣고 있다.

참가자들이 도보다리와 관련된 설명을 듣고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에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온 흙을 뿌리고 한강과 대동강 물을 주며 평화를 기원했던 기념식수 현장을 들러 군사분계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언제나 무거운 뉴스에서나 보던 장소에 이르러 시민들은 인증샷을 찍느라 너나없이 분주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싣고 갔던 자리에 남북의 두 정상이 심었던 소나무와 이를 기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싣고 갔던 자리에 남북의 두 정상이 심었던 소나무와 이를 기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북쪽 지역이 너무나 고요해서 안타까웠다. 힘들지만 남북이 함께하는 행사였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은 모두가 같은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연철 통일부장관의 말처럼 “오늘 행사를 통해 판문점 선언의 이행 의지를 다시 확실하게 한다”는 점도 중요해 보였다.

군사분계선 북쪽에 인적이 없어서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절감되었다.

군사분계선 북쪽에 인적이 없어서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절감되었다.

두 정상이 국군의장대를 사열하던 장소에는 ‘그리팅맨’이 양쪽에 설치되어 있었다. 인사하는 대형 조형물 ‘그리팅맨’은 겸손과 화해, 평화의 마음이며, 자기반성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작가인 유영호는 밝힌 바 있다.

의장대 사열을 한 장소에는 화해와 평화의 지향을 담은 ‘그리팅맨’ 조형물이 서 있다.

의장대 사열을 한 장소에는 화해와 평화의 지향을 담은 ‘그리팅맨’ 조형물이 서 있다.

회담이 열렸던 ‘평화의 집’에서는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훈민정음 병풍이 화제가 되었던 접견실을 거쳐 역사의 한 장면이 된 회담장을 흥미롭게 둘러보았다. 참가자들은 두 정상이 앉았던 자리가 어딘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통일부 관계자가 두 정상이 앉았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통일부 관계자가 두 정상이 앉았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판문점에 어둠이 내릴 무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난 군사분계선 앞에서 미국 첼리스트 린 하렐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을 연주했다. 어둠과 적요 속으로 스며드는 첼로가 비장했다. 플루트와 피아노와 바이올린, 그리고 악동뮤지션의 이수현과 보아의 ‘이매진’까지, 덧붙이는 멘트도 없이 공연은 담백하게 이어졌다. 덕분에 더 진지하게 몰입할 수 있어서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각각의 공연은 도보다리와 기념식수, 의장대 사열 장소 등에 마련된 무대에서 이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찾기 힘들었던 판문점에 미국과 중국, 일본의 연주자들이 모여 함께 평화를 연주했다. 고맙고 멋진 일이었다.

기념행사의 주제인 ‘먼, 길’의 모티브를 담아 ‘저 물결 끝내 바다에’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펼쳐졌다.

행사의 주제인 ‘먼, 길’의 모티브를 담아 ‘저 물결 끝내 바다에’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펼쳐졌다.

퍼포먼스의 마지막은 지난해에도 선보였던 미디어 파사드로 격동의 역사가 휘몰아치는 듯한 레이저쇼가 펼쳐졌다. 이날 공연의 주제처럼 ‘멀지만 가야 할 먼 길’과도 같은 ‘저 물결 끝내 바다에’가 좌중을 압도했다. “…아득한 세월 아득히 먼 길 티끌처럼 수많은 생령들의 뜻이 어찌 이루어지지 않으랴….” 뜨거운 공연이 ‘반쪽’ 행사라는 아쉬움까지 달래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가 전해질 때도 반가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힘겨웠지만 새로운 걸음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편 그 길은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여정이기도 하다. 1989년 발트 연안의 세 나라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구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내기 위해 60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에 200만 명의 시민이 나와 인간띠를 이었다. 그리고 2년 뒤인 1991년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도 우리의 평화를 위해 수많은 국민들이 인간띠를 이었다고 한다.

자유의 집 안에서는 지난해 판문점 선언 당시의 장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유의 집 안에서는 지난해 판문점 선언 당시의 장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분단의 세월 동안 모두가 많은 아픔과 제약을 겪었다. 때로는 우리 힘만으로 어쩌지도 못했던 과거를 기억하면 더더욱 대통령의 메시지가 힘을 얻는다. “새로운 길이기에, 또 다 함께 가야 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합니다.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합니다.”

판문점 자유의 집 전경

판문점 자유의 집 전경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명을 다하신 분들’의 수고에 국민들의 정성이 더해진다면 2주년부터는 함께 기뻐하며 맞을 수 있지 않을까. 거칠고 단단한 돌밭을 일궈 숨 가쁘게 씨앗을 뿌려온 이들에게 진심으로 뜨거운 인사를 담아 박수를 보낸다. 이 박수가 아직도 가야 할, 아직은 오지 않은 길로 나서는 데 작은 힘이라도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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