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공원 속 오래된 일본식 가옥의 정체는?

정명섭

발행일 2019.04.22. 16:21

수정일 2019.04.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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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근린공원 일본군 관사

부엉이 근린공원 일본군 관사

정명섭의 서울 재발견 (34) 부엉이 근린공원 일본군 관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는 ‘상전벽해’라는 속담의 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였던 이곳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를 치를 축구장이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방송국과 영화사, IT 기업들은 물론 한국영상자료원도 입주했으며, 아파트 단지와 공원도 자리 잡고 있다. 그 가운데 상암월드컵파크 10단지 아파트 옆 부엉이 근린공원. 아파트 단지에 있는 평범한 공원처럼 보이는 이곳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목조가옥 두 채가 있다.

콘크리트와 철근, 유리로 지어진 주변 건물들과는 달리 나무와 기와로 만들어졌는데 출입문 부분의 지붕이 툭 튀어나온 것이 눈에 띈다. 궁금증은 출입구 옆에 있는 안내판으로 풀 수 있다. 공원에 있는 두 채의 목조 가옥들은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이 아니라 상암 2택지개발 지구에 있던 6채의 가옥들 중 일부다. 1930년대 일본이 수색역 인근에 세운 병영에 있던 것으로 장교용 관사들을 이곳에 옮겨오면서 전시장으로 꾸민 것이다.

두 채 모두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의 특징을 보인다. 암키와와 수키와가 일체화된 걸침기와가 지붕을 덮었고, 널빤지를 길게 옆으로 붙여서 벽을 만들었다. 창문은 약간 돌출된 형태로 위쪽에 비를 막기 위해 작은 차양이 붙어있다. 앞쪽에 있는 762번지 관사는 위관급 장교 관사, 소위와 중위가 사용한 것으로, 약간 높은 언덕 위에 지어진 다른 한 채는 728번지 관사는 대위급 장교가 사용하는 관사였다. 올라가는 길에는 관사 단지에 있던 방공호 입구를 재현해놓은 것도 보인다.

길 옆에는 728번지 관사의 지붕구조가 전시되어 있다. 흙과 잡목을 올려서 무거운 한옥의 지붕과는 다른 일본식 주택 지붕의 특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가로지르는 들보 위에 짧은 기둥인 동자주를 세워서 마룻대와 지붕을 받치도록 되어 있는데 한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지붕이 가볍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728번지 관사 역시 762번지 관사와 비슷하게 생겼다. 심지어 출입구 지붕이 툭 튀어나온 것도 똑같다. 하지만 계급이 더 높은 장교가 살던 관사라서 그런지 옆으로 더 길고 벽난로도 설치되어 있다. 내부는 전시장으로 꾸며져 있지만 현재는 공사 중이다. 공원 구석에 어색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일본군 관사, 앞으로 이곳은 어떻게 될까? 이곳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매주 월요일(발행일 기준) '서울 재발견'이란 제목으로 정명섭 소설가가 서울 구석구석 숨어 있거나, 스쳐 지나치기 쉬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보물 같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명섭은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역사를 들여다보며 역사소설과 인문서 등을 쓰고 있으며, <일제의 흔적을 걷다>라는 답사 관련 인문서를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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