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 잇는 오작교가 있다?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9.03.28. 16:03

수정일 2019.04.10. 15:50

조회 3,884

‘서오릉생태다리’는 ‘봉산’과 ‘앵봉산’을 잇는 생태다리로 2018년 8월에 생겼다.

‘서오릉생태다리’는 ‘봉산’과 ‘앵봉산’을 잇는 생태다리로 2018년 8월에 생겼다.

오작교 없는 견우와 직녀, 상상이나 될까? 무려 40년 넘게 오작교를 그리며 살아온 견우와 직녀가 있다. 바로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를 이루는 ‘봉산’과 ‘앵봉산’ 이야기이다.

‘봉산’과 ‘앵봉산’은 은평구의 서북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이다. 두 산 사이에는 은평구 갈현동과 용두동 서오릉을 잇는 ‘벌고개’가 있다. ‘옛날 땅 속에 큰 벌집이 있었다. 그런데 유명한 지관이 이곳을 명당이라 지목하자 세조는 의경세자(덕종으로 추존)의 묘를 쓴다. 거처를 빼앗긴 벌들이 침을 쏘아 그 지관을 죽였다’는 전설에서 ‘벌고개’란 지명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이 벌고개에 널찍한 차도가 생겼다. 그때부터 봉산과 앵봉산은 단절된 채 남남으로 살아왔다. 그러던 벌고개에 작년도 2018년 8월말 녹지연결로인 ‘서오릉생태다리’가 생겼다. 서울시는 길이 70m, 폭 10m의 생태다리를 구축했다. 봉산과 앵봉산을 연결하는 오작교인 셈이다.

“내를 건너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 내일도 …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생태다리 쉼터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이란 시이다. ‘바람의 길, 동식물의 길, 사람의 길’로 다시 태어난 생태다리, 양쪽에는 넓은 쉼터가 2곳 마련됐고, 다리 위 안전펜스를 따라 유명 작가의 시 10편이 줄지어 있다.

생태다리 쉼터에서 만난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

생태다리 쉼터에서 만난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

생태다리를 걷다 만난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생태다리를 걷다 만난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기자는 2년 전 서울둘레길을 완주했다. 당시 벌고개 차도를 건널 때의 위험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씽씽 달리는 차량 행렬 사이로 건너뛰었던 아찔한 기억,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됐다.

벌고개 생태다리 주변은 볼거리 또한 넉넉하다. 예로부터 꾀꼬리가 많아 이름을 얻었다는 동쪽의 앵봉산(鶯峰山), 230m로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파주 일대는 물론이고 발아래 고양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벌고개’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오릉’이 있다. 의경세자(덕종)의 ‘경릉’을 비롯하여 창릉(예종)·명릉(숙종)·익릉(인경왕후)·홍릉(정성왕후)의 다섯 능이 있고, 장희빈의 무덤인 대빈묘도 볼 수 있다. 55만여 평의 넓은 능원과 소나무 숲의 향기는 찾아오는 이로 하여금 사색에 잠기게 한다.

벌고개 도보 10분 거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오릉’이 있다.

벌고개 도보 10분 거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오릉’이 있다.

생태다리 서쪽은 봉산이다. 봉산 기슭에는 ‘수국사’가 있다. 1457년 세조는 큰 아들 의경세자가 죽자 서오릉에 묘를 쓴 후 넋을 위로하고자 ‘정인사’를 창건한다. 이후 화재로 소실되었고, 재건한 사찰이 지금의 ‘수국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유일한 황금법당으로 탐방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봉산 기슭에 있는 ‘수국사’.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유일한 황금법당이다.

봉산 기슭에 있는 ‘수국사’.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유일한 황금법당이다.

봉산 정상에는 봉수대와 봉산정이 있다. 봉수대는 평안도에서 전해오는 신호를 목면산(남산)에 보내던 서북쪽의 마지막 봉수대로, 북한산과 서울 도심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서울시 선정 우수조망명소 중 하나이다. 봉산정 일대는 100년 전 3·1운동 당시 주민들이 횃불을 높이 들며 힘차게 만세운동을 펼쳤던 독립운동의 현장이기도 하다.

봉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평안도에서 전해오는 신호를 목면산(남산)에 보내던 서북쪽의 마지막 봉수대이다.

봉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평안도에서 전해오는 신호를 목면산(남산)에 보내던 서북쪽의 마지막 봉수대이다.

봉산정에서는 북한산과 서울 도심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봉산정에서는 북한산과 서울 도심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앵봉산에서는 ‘삣 삐요코 삐~요’하며 노래하는 꾀꼬리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봉산에서는 ‘서울시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팥배나무 군락지’를 볼 수 있다. 열매는 팥을 닮고 하얀 꽃은 배나무를 닮았다하여 ‘팥배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인 서울둘레길 7코스 2구간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인 서울둘레길 7코스 2구간

겨우내 움츠리고 있어서일까, 봄이 시작되니 온 몸이 찌뿌듯하다. 산, 계곡, 강 어디론지 훌쩍 떠나고도 싶지만 아직은 이른 것 같다. 춘분이 지났으니 가까운 곳에 기분전환도 할 겸 생태다리가 놓인 서울둘레길 7-2구간(앵봉산~봉산)를 추천한다. 야트막한 산이라 편안하고, 주변에 볼거리 또한 풍성하니 가족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생태다리를 건너며 만나는 명시들도 이곳만의 선물이다.

■ 서울시 직영공원, 실내 여가문화시설
○ 탐방코스 : 증산역~봉산~서오릉생태다리~앵봉산~구파발역 ☞ 자세히 보기

○ 거리 : 12.6km (소요시간-4시간 30분, 난이도-초·중급)

○ 교통 : 북쪽-지하철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 남쪽-지하철6호선 증산역 3번 출구

○ 문의 :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02-779-79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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