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에서 하루 15시간 일하고 일당은 커피 한 잔 값

시민기자 박분

Visit714 Date2019.03.26 13:04

청계천 평화시장 인근에 자리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 전경

청계천 평화시장 인근에 자리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 전경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는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22세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그의 뜻을 기리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이 4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지난 20일 시민들에게 사전 공개됐다. 기념관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던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근처에 세워졌다.

1965년 청계천 평화시장 앞 풍경(좌)과 현재 평화시장의 모습(우)

1965년 청계천 평화시장 앞 풍경(좌)과 현재 평화시장의 모습(우)

기념관은 총 6층 규모로 1~3층은 전태일 기념공간이고, 4~6층은 노동자권익지원시설로 구성됐다. 우선 기념관 건물 외관이 독특한 모습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붙든다. 1969년 전태일 열사가 당시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자필 편지를 건물 외벽에 그대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여러분, 오늘날 여러분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번영을 이룬 것은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로 시작되는 글은 열악한 여공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절절히 요청하는 내용이다.

전태일 기념관 3층의 전시실 모습

전태일 기념관 3층의 전시실 모습

봉제 공장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 열사의 생애를 담은 전시실이 마련된 기념관 3층으로 먼저 향했다. 전시실에는 전태일 열사의 일기와 편지 등 유품을 비롯한 480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어 당시 노동현장을 한눈에 엿볼 수 있다.

1960년대 평화시장 봉제작업장을 재현한 전시실의 다락방 모습

1960년대 평화시장 봉제작업장을 재현한 전시실의 다락방 모습

1960년대 평화시장 봉제작업장을 재현한 다락방도 있다. 시민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시민체험장이다. 그 시절, 평화시장 일대에는 봉제업체가 밀집해 있었다. 전태일 열사를 비롯한 당시 노동자들이 일했던 작업장은 한눈에 봐도 비좁아 보였다. 낮은 조명 아래 풀풀 날리는 먼지는 차치하고 천장 높이가 1.5m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일터에서 과연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수나 있었을까. 그가 근로감독관에게 쓴 편지에도 나와 있듯 이처럼 골방 같은 곳에서 하루 15시간씩 일하고도 커피 한 잔 값인 50원 밖에 되지 않던 일당을 받았던 여공들의 고단한 삶이 피부로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개관기념으로 준비한 특별전 ‘모범업체 태일피복’

개관기념으로 준비한 특별전 ‘모범업체 태일피복’

‘모범업체 태일피복’은 전태일 기념관이 개관기념으로 준비한 특별전이다. 전태일 열사가 생전에 남긴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그가 꿈꿨던 모범적인 봉제 작업장을 재현해 놓았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사업 목적부터 운영방법 홍보계획 등 사업내용을 자세히 담았다.

그는 당시 맞춤 제작했던 학생복 크기를 표준화하고 대량생산해 제작 시간을 줄이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구상도 했다. 훗날 1990년대 이르러서야 실현된 생산방식이었으니 새삼 그의 통찰력을 가늠하게 한다. 그가 계획했던 ‘모범업체 태일피복’전을 보면서 못다 이룬 그의 원대한 꿈 앞에 존경과 위로를 보내고 싶어졌다.

기념관 2층은 문화공연을 위한 6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쓰인다. 이곳에선 현재 음악극이 공연 중인데 앞으로 어린이극 노래극, 전태일 노동 영화제 등 노동과 관련한 다양한 공연이 개최된다. 4층부터 6층까지는 기념관의 주된 이용자인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공간으로 꾸며졌다. 4층에는 소규모 신생 노동단체나 노동조합 미가입 노동자들을 위한 공유사무실, 5층은 노동권익센터가 들어섰다.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겪은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과 권익을 돕는 시설로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6층은 기념관 사무공간 및 옥상 휴식공간이다.

전태일 기념관은 무료 관람으로 매일 오전 10시에 개관하고 추석과 설날 당일에만 휴관한다.

기념관 가까이에 전태일 다리(버들다리)와 전태일 기념상이 있다

기념관 가까이에 전태일 다리(버들다리)와 전태일 기념상이 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장소인 청계천 평화시장은 지금도 여전히 붐비고 청계천은 무심히 흐르고 있다. 기념관 가까이에는 전태일 다리(버들다리)와 전태일 기념상도 있으니 함께 돌아보면 좋겠다. 천변 좌우로 동대문종합시장과 평화시장 등 큰 의류시장이 형성된 이곳은 청계천 패션광장 구간으로 청계 4경에 해당되는 도심 속 명소다. 쇼핑봉투를 든 채 걷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경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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