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골목길 속 한옥으로 떠나는 봄 산책 3곳

시민기자 김은주

Visit1,217 Date2019.03.19 16:56

필운동 88번지에 있는 홍건익 가옥은 중인인 홍건익이 거주했던 곳이다

필운동 88번지에 있는 홍건익 가옥은 중인인 홍건익이 거주했던 곳이다

한국인에게 한옥만큼 아늑하고 편안한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 또 있을까? 한옥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소환하고 추억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곳이다. 깃들어져 있는 아름다움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한옥을 느끼고 체험해보는 곳이 있다. ‘서울 공공한옥’은 서울시가 2001년부터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매입한 한옥 23채를 주민과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는 한옥으로 누구나 개방시간에는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하다. 한옥에 머물며 그곳의 아름다움과 정취를 느껴볼 수 있게 꾸며진 ‘서울 공공한옥’은 지친 현대인들의 일상 속 위로와 안식 같은 공간이다.

서울 공공한옥의 대표적인 곳인 서촌의 ‘홍건익 가옥’과 북촌의 ‘배렴가옥’, ‘북촌마을서재’를 거닐어 보았다.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33호 필운동 홍건익 가옥

홍건익 가옥 안채는 모임 장소로 대관하거나 문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홍건익 가옥 안채는 모임 장소로 대관하거나 문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복궁역 1번 출구를 나와 배화여자대학 방향으로 올라오다보면 좁은 골목의 끝에 홍건익 가옥이 있다. 홍건익 가옥이 있는 필운동은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있다.

‘필운’은 조선 중기 문신인 이항복이 암벽에 새긴 ‘필운대’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홍건익은 1934년에서 1936년 사이에 이 집을 지었다. 부유한 상인으로 알려졌지만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1958년 집의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고, 소유주가 여러 차례 바뀌게 되었다. 서울시는 2011년 매입해 보수공사를 진행했고 2017년부터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홍건익 가옥은 근대한옥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재료로 지어진 홍건익 가옥은 근대한옥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홍건익 가옥은 대문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 별채와 일각문, 우물, 후원으로 되어 있다. 서울 안에서 일각문과 우물까지 갖춘 대규모 한옥으로는 유일하다.

살림집에서 공공한옥으로 집의 기능이 바뀌면서 대문채는 관리실로 사용되며, 행랑채는 화장실, 사랑채는 전시실과 사무실, 별채는 관람객의 공간으로 쓰인다. 안채는 모임 장소로 대관하거나 강연, 음악회 같은 문화프로그램을 개최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쪽마루와 대청에 설치한 유리문과 처마의 차양은 근대 시기 한옥의 특징이다. 한옥의 재료를 보면 화강석, 적벽돌, 시멘트, 철제 난간과 같은 여러 가지 재료들이 섞여 있어 집을 보수한 시기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필운동네 작은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홍건익 가옥의 별채

필운동네 작은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홍건익 가옥의 별채

후원으로 나가면 작은 동산 위에 지어진 별채가 나온다. 별채는 필운동네 작은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도서관이다. 완연한 봄이 오면 도서관에 앉아 후원 가득 만개한 모란, 옥잠화, 산국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매달 둘째 주 화요일 12시 20분에 작은 음악회가 개최되고 있어 한옥에서 즐기는 음악회를 누려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한옥포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건익 가옥은 자연 지형을 살려 건물을 앉힌 구조로 보기 드물다. 또한 몇 개 남아있지 않은 근대 시기 한옥이어서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시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 홍건익 가옥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1길 14-4
○관람시간 :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화가 제당 배렴이 살았던 배렴가옥

배렴가옥은 화가 제당 배렴이 살았던 곳이

배렴가옥은 화가 제당 배렴이 살았던 곳이다

필운동을 뒤로 하고 경복궁을 지나 계동까지 걷는다. 상대적으로 북촌에 더 많은 ‘서울 공공한옥’은 가회동과 계동에 많이 있다. 가회동 일대는 대규모의 토지를 작은 택지들로 분할하여 수많은 도시 한옥이 밀집한 곳이다.

‘배렴가옥’은 등록문화제 제85호다. 서울과 경기지방에서 많이 보이는 튼 ㅁ자형 근대 한옥으로 1936년에 지어졌다고 추정된다. 배렴가옥은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바깥채가 마주보는 구조다. 이 집의 주인인 화가 제당 배렴은 이 집에서 1959년부터 1968년까지 살았다.

배렴은 실경수묵산수라는 독자적 화풍을 완성한 화가다

배렴은 실경수묵산수라는 독자적 화풍을 완성한 화가다

배렴은 경북 금릉에서 태어났고 서울로 올라와 근대 화단의 대표 작가인 청전 이상범에게 서화를 배웠다. 초기에는 스승의 화풍인 청전풍을 따랐으나, 1939년 금강산 여행 후 실경수묵산수로 대표되는 독자적인 화풍을 완성해 나갔다.

매주 주말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는 해설과 함께 시전지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주말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는 해설과 함께 시전지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집은 배렴이 죽은 후 1983년까지 가족들이 살았다. 그 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2001년 SH공사에서 매입한 뒤 숙박시설로 활용되면서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다. 현재 배렴가옥은 문화예술공간으로 시민에게 개방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 배렴가옥
○위치 :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관람시간 :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 해설 프로그램

반송재 독서루에서 즐기는 북촌마을서재  

‘북촌마을서재’는 한옥에서 책도 읽고 문화강좌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계동의 좁은 골목들 사이를 걷다보면 놓치기 쉬울 정도로 안쪽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2015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그전에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었다.

북촌마을서재 옆에는 서울시 한옥지원센터가 있다. 다른 한옥보다 자연을 품고 있어 나무와 꽃, 흙을 느끼고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북촌마을서재의 공식 명칭인 ‘반송재 독서루’의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풍경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듯하다. 서울의 한복판에 이런 고즈넉한 곳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반송재 독서루에 앉아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좌), 주민들이 기증한 책들이 북촌마을서재에 잘 정리되어 있다(우)

반송재 독서루에 앉아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좌), 주민들이 기증한 책들이 북촌마을서재에 잘 정리되어 있다(우)

‘반송재 독서루’ 마을서재에는 주민들이 기증한 1,230여 권의 도서가 비치되어 있으며, 어린이도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있다. 서울한옥 홈페이지에서 도서목록을 검색해볼 수 있다. 넓게 열려져 있는 창문에 걸려있는 수놓인 가리개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 북촌마을서재
○위치 : 서울시 종로구 계동2길 11-9
○운영시간 : 월~일요일 오전 9시~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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