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성큼, 발걸음 가볍게 떠나는 서울식물원 나들이

시민기자 문청야

발행일 2019.03.14. 17:01

수정일 2020.06.17. 10:24

조회 2,514

‘이정철 과장의 전지가위, 최우경 주무관의 앞치마’ 온실에 전시된 식물원 종사자들의 소품과 그 물건에 얽힌 간단한 메모가 신선한 감흥을 안겨 주었다. 덕분에 서울식물원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이정철 과장의 전지가위, 최우경 주무관의 앞치마’ 온실에 전시된 식물원 종사자들의 소품과 그 물건에 얽힌 간단한 메모가 신선한 감흥을 안겨 주었다. 덕분에 서울식물원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어느덧 살갗에 닿는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봄을 찾아서 어디에 가보면 좋을까? 생각하다 겨울에 다녀왔던 서울식물원이 궁금해졌다. 온실에는 어떤 꽃들이 피어있을까? 야외 정원은 공사 중인 곳이 많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정리는 되었겠지? 앙상하던 가지에 새싹은 돋아났을까? ‘그래 이번 주말은 서울식물원이다’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서울식물원으로 향했다.

마곡나루역에서 내려 식물원으로 걸어가는 길 하얀 전구 옷을 입었던 입구의 나무는 훌훌 벗고 왜소한 모습으로 서 있다. 체리 로드의 핑크빛 예쁜 조명도 찾아볼 수 없다. 꽁꽁 얼었던 호수는 녹아서 나뭇가지도 품에 안고, 풀잎도 품에 안아 풍성해진 느낌이다.

온실의 옆 부분 삼각형 유리는 언뜻 보기엔 같은 크기처럼 보이지만, 1,300여 종류의 다른 유리 3,000여장이 부착된 것이라 하니 그 모습이 더 거대해 보였다.

온실의 옆 부분 삼각형 유리는 언뜻 보기엔 같은 크기처럼 보이지만, 1,300여 종류의 다른 유리 3,000여장이 부착된 것이라 하니 그 모습이 더 거대해 보였다.

주제원을 지나 온실로 들어갔다. 주제원은 8가지 테마의 야외정원과 온실인 ‘식물문화센터’가 자리한 곳이다. 서울 시내 안에 대형 온실을 갖춘 식물원이 없었는데 서울시내 최초로 도시형 식물원이 생겼다는데 의미가 크다 하겠다.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접시형 형태이다. 접시형 온실은 가장 자리가 높다. 그래서 키 높은 나무를 가장 자리에 심어 창문 너머의 풍경까지 식물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입체형 관람이 가능하다.

접시형 온실의 단점은 빛을 못 받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빛을 못 받는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온실 지붕은 유리가 아닌 빛을 흡수하는 셀로 만들었다. 이 셀은 비닐과 플라스틱의 가운데쯤의 소재라고 한다.

온실은 크게 열대관, 지중해관 2개 공간으로 나뉘며 12개 나라 12개 도시에서 직접 가져온 이국적인 식물들로 가득하다. 서울식물원은 이를 위해 각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좀 더 많은 식물을 모았다고 한다.

웅장한 온실에 들어서는 순간 화사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화초들이 보인다. 탐험이 컨셉이라고 배 모형에 화초가 심겨있다

웅장한 온실에 들어서는 순간 화사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화초들이 보인다. 탐험이 컨셉이라고 배 모형에 화초가 심겨있다

열대관에서는 4개지역(하노이, 자카르타, 상파울루, 보고타)의 식물을 감상했다. 그런데 가끔 머리 위에서 물이 떨어졌다. 온·습도를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자동센서가 온·습도를 감지해서 물을 뿌려주고, 자동으로 창문이 열리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열대 공간에는 스카이워크가 마련되어 있어 열대우림의 키 큰 나무들을 밑에서 보는 경관만이 아니라 옆에서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온실에서 만난 인도 보리수나무는 키가 8m에 이른다고 한다.

거꾸로 자라는 나무도 보았다. 해안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맹그로브 나무이다. 뿌리가 숨을 쉬기 위해 땅을 뚫고 위로 올라오는 것이라고 한다

거꾸로 자라는 나무도 보았다. 해안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맹그로브 나무이다. 뿌리가 숨을 쉬기 위해 땅을 뚫고 위로 올라오는 것이라고 한다

8개 지역의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지중해관으로 넘어왔다. 지중해관은 열대관 보다는 온도와 습도가 낮아서 관람하기에 좋았다. 지중해관에는 식물학자들이 숲속에 설치한 막사를 재현해 놓았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오밥나무도 볼 수 있다. 성장한 바오밥나무는 3톤 가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니 그 위용이 대단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은 화사한 개양귀비가 피어있는 곳이었다. 화사함이 좋아서 한참을 머물렀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은 화사한 개양귀비가 피어있는 곳이었다. 화사함이 좋아서 한참을 머물렀다

서울식물원 안에는 씨앗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토종작물 씨앗과 다양한 식물씨앗 전시를 통해서 식물 유전자원 보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씨앗나눔’을 통하여 시민들에게 씨앗의 파종과 재배관리, 채종의 과정 등 식물관리에 유익한 정보를 전달한다.

야외정원으로 나왔다. 온실에서 땀을 흘려서인지 서늘함이 좋았다. 언덕을 배경으로 단아한 한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꼬마아이들이 그 앞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예뻐서 셔터를 눌렀다. 정식개장을 하고 식물원이 자리를 잡으면 이곳이 인상 깊은 공간이 될 것 같다.

야외정원에서 만난 꼬마아이들

야외정원에서 만난 꼬마아이들

습지원은 서울식물원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한강 나들목을 통해 식물원을 편리하게 찾아올 수 있다. 한강과 가까운 습지원 조성 공사가 마무리되고 정식 개원되는 5월에는 한강공원에서도 곧바로 서울식물원 접근이 가능하다. 올림픽대로 위를 가로질러 한강까지 갈 수 있는 연결보행로가 생긴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식물원을 둘러본 뒤 바로 한강공원으로 나갈 수 있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한강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도 공원 연결 보행교를 통해 서울식물원을 둘러볼 수 있다.

어린이정원학교에서 유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식물, 가드닝 교육이 이루어진다

어린이정원학교에서 유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식물, 가드닝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제 곧 호수원의 분수도 가동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훨씬 생동감이 생길 것이다. 호수원은 지하철 유출수와 한강원수를 활용했으며, 호수를 둘러싼 산책로인 수변가로는 시야가 탁 트여있어 온실을 비롯한 식물원 경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명소가 될 것이다.

호수를 건너면 어린이정원학교가 나온다. 유아, 초등학생 대상 식물, 가드닝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어린이 교육공간이다. 어린이정원에서는 텃밭을 직접 가꿔보고 열매를 수확하는 체험 및 실습교육이 이뤄진다.

마곡문화관

마곡문화관

서울식물원의 또 다른 볼거리로 2007년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마곡 주변 평야에 물을 대던 펌프장이 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1928년에 지어져 일제강점기 배수펌프장으로 사용되었던 일본식 목조건물(적산가옥)로 고증을 통해 옛 형태와 구조를 복원하였고, 내부에는 마곡지역의 역사, 근대 농업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마곡문화관이 자리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식물들이 터를 잡고 잘 자라 서울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손꼽히는 장소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식물원 근처 문화 명소들

궁산땅굴 입구

궁산땅굴 입구

서울식물원과 같이 둘러보면 좋을 곳으로 궁산땅굴과 겸재정선미술관, 양천향교가 있다.

궁산땅굴(강서구 양천로47길 36 일대)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강점기에 굴착된 곳으로, 무기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저장하거나 김포 비행장을 감시하고, 공습 때에는 부대 본부로 사용하기 위한 곳이었다고 전해진다.

2008년 인근 주민 다수의 제보로 지하 땅굴을 발견하여 2018년 출입구에서 땅굴 내부를 조감할 수 있는 전시관을 조성하였다. 지금은 환기를 위해 환풍기를 돌리다보니 돌이 말라 떨어져 체험은 통제되고 입구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겸재정선미술관에서 2018년 제9회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노경민 작가의 ‘물속에서’展이 진행되고 있다

겸재정선미술관에서 2018년 제9회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노경민 작가의 ‘물속에서’展이 진행되고 있다

겸재정선미술관(강서구 양천로47길 36)은 공원이 끝나는 곳 야트막한 궁산에 있다. 겸재는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양천 현령으로 있었다. 양천이 바로 이곳, 강서구 가양동이다.

강서구청은 옛 현아(懸衙)가 있던 자리에 겸재 미술관을 건립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크고 화려한 진경산수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층에는 겸재 내일의 작가상 2018 수상자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양천향교(강서구 양천로47나길 53)는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 인부들이 작업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보수는 전통방식으로 하고 있었다. 흙에 짚과 시멘트를 넣고 메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나무 사이를 메꾸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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