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둘러본 ‘기억 기록’ 전시

시민기자 김은주

Visit114 Date2019.03.04 14:46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못 다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전시가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못 다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전시가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다 듣지 못한 말들이 있었다. 기억하고 기록될 이야기임에도 우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못했다.

그러한 위안부의 못 다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한 전시 <기록 기억: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이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193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모든 지역에 설치했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간 여성들의 이야기는 50년이 지나서야 우리에게 알려졌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전시 `기억 기록`은 3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전시 `기억 기록`은 3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전시는 여러 나라 4개의 지역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이 2016년부터 현재까지 발굴한 사료와 사진, 영상 등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을 담은 3장의 실물사진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 것이다. 세 장의 사진은 고 박영심 씨의 당시 만삭이었던 모습과 버마 미차나에서 여러 한국인 위안부가 찍힌 모습이다. 이 사진들은 아시아·태평양 전쟁 중 미군이 만든 사진앨범에서 나온 것으로 1944년에 찍혔다는 것을 기록으로 알 수 있었다.

사진들은 보존상태가 좋아 선명하게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표정까지 읽을 수 있다. 사진은 너무나 가혹한 현실을 그들의 사진 속 상황과 표정으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위안부 여성들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하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있음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전시에선 증언과 문서, 사진과 영상으로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전시에선 증언과 문서, 사진과 영상으로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전시회의 개관식이 지난 28일 11시에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개최되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는 전시장을 방문해 뜻깊은 행사에 동참했다.

전시장의 외부 벽면에는 큼직한 귀환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귀환 지도를 보며 위안부 여성들이 얼마나 먼 곳까지 끌려가 고생을 했는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는 귀환지도에 배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며 고 배봉기 씨의 이동과 귀환 경로를 표시하며 위안부 피해자의 넋이라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휠체어를 탄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시장을 꼼꼼하게 둘러보며 위안부에 관한 기록과 사진, 피해자들의 증언과 기억과 연결된 이야기를 확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전시는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이 함께 진행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발굴 사업의 결과물입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이어서 “과거를 제대로 정리해야 미래로 갈 수 있습니다. 역사문제는 정리해야 합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적어도 피해자 관점의 고통을 위로하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 일들을 해나가야 합니다”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이뤄지길 바랐다.

전시회 개관식을 찾은 박원순 시장과 길원옥 할머니(좌), 전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원순 시장(우)

전시회 개관식을 찾은 박원순 시장과 길원옥 할머니(좌), 전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원순 시장(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는 노래로 먼저 간 친구들, 차마 말조차 하지 못했던 친구들을 위로했다. 할머니의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그들에게 와닿을 것만 같았다. 전시장의 마지막에는 전시를 보고 난 소감을 스티커에 적어 벽에 붙이는 코너가 있다. 길원옥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보여주는 전시이기에 누구보다 감회가 남다른 길원옥 할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전시를 통해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4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코너는 버마 북부의 작은 도시 미치나의 조선인 위안부 이야기였다.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연합군의 포로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일본군이 전투에서 패배하고 연합군에게 붙잡혔다. 위안부 여성들의 모습과 삶에 대한 기록은 전시에서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두 번째 코너는 버마와의 접경지인 중국 윈난성의 송산과 텅충의 전장에서 살았던 위안부의 이야기다. 일본군과 연합군의 전투에서 위안부 여성들도 많이 사망했다. 탈출하거나 살아남은 여성들은 연합군에 의해 구출되었고 그들의 전쟁 속 삶을 전시물로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세번째 전시영역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시기 중부 태평양의 축섬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던 조선인 위안부 이야기다. 축섬에서 떠나는 배에 오른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명부 속 한국이름이 낯설기만 하다. 사진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안부 여성의 피해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코너는 일본군 위안부의 최초 증언자인 배봉기와 그를 기억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전시장 외벽에 설치된 귀환 지도에선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얼마나 먼 곳까지 끌려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 외벽에 설치된 귀환 지도에선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얼마나 먼 곳까지 끌려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야기, 돌아갔다 하더라도 순탄하지 못했던 삶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사진 속 앳돼 보이는 위안부 여성들이 전시를 보고 난 후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취직시켜 줄 테니 일본으로 가자”, “따라가면 밥도 하얀 쌀밥에다가 고기반찬, 과자도 주고 옷도 좋은 옷 줄게”라는 말을 듣고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 끌려갔던 그녀들의 삶은 이제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해줘야 한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전시를 보는 내내 우리가 못다 기억하고 기록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삶과 고통에 귀 기울이고 다른 이들에게 전함으로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자 했던 제 2의 증언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으로 3월 2일부터 3월 16일까지 오후 2시에 열린다. 3월 9일에는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과 이복순 이야기’를 이인순 관장과 함께 할 수 있고, 16일에는 ‘오키나와의 위안부 그리고 배봉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서울도시건축센터 1층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 ‘기록 기억 :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 전시
○기간 : 3월 20일까지오전 10시~오후 6시(휴관일 없음)
○장소 : 서울도시건축센터
○교통 : 지하철 서대문역 4번 출구 강북삼성병원 방면 도보 5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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