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지그재그’ 배봉산 둘레길 따라 걸어요

시민기자 박은영

Visit935 Date2019.03.04 16:25

지그재그로 조성된 배봉산 둘레길의 나무데크

지그재그로 조성된 배봉산 둘레길의 나무데크

서울 동대문구에는 110m 가량의 완만한 산이 있다. 바로 배봉산이다. 근처에는 경동시장과 청과물시장, 약력시장 등 서울에서 전통시장이 가장 많이 존재한다.

주민들의 산책로와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많은 배봉산은 1992년 공원으로 지정된 후 2013년 둘레길 조성을 시작했다. 5단계로 나눠 연차별로 추진한 둘레길은 총 4.5㎞ 코스다. 휠체어, 유모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애숲길로 조성돼 5년만인 지난 2018년 완공됐다.

배봉산 둘레길의 가장 큰 매력은 가파르지 않은 높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는 둘레길 나들이는 그래서 더 신난다. 여러 지역에 있는 배봉산 진입로 중 배봉초등학교와 우성아파트 옆 둘레길로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 둘레길 안내 표지판이 없어 아쉬웠지만, 동네 뒷산을 오르듯 가볍게 오르기 시작하니 바로 나무데크 길이 등장했다.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 역시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입구를 지나 나무데크길을 걷다 만나는 쉼터

입구를 지나 나무데크길을 걷다 만나는 쉼터

배봉산 둘레길에는 나무데크 길과 더불어 친환경 매트가 깔려있어 발이 무척 편안한 느낌이었다. 데크 길을 따라 걸으니 전망대 해맞이 광장으로 오르는 계단 길이 나타났고, 조금 더 걸으니 중간중간 눈에 띄는 하늘색의 운동기구들과 배드민턴장을 볼 수 있었다.

둘레길 곳곳에 조성된 운동기구와 배드민턴장

둘레길 곳곳에 조성된 운동기구와 배드민턴장

2015년까지 군부대가 있었던 배봉산 정상에는 공원 조성 과정 중 삼국시대의 관방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서울특별시 기념 유물로 지정됐다고 하니 배봉산이 더 특별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나무 오르기, 통나무 건너기 등 아이들을 위한 유아숲 체험장

나무 오르기, 통나무 건너기 등 아이들을 위한 유아숲 체험장

둘레길 주위를 살피며 걷다보니 색다른 장소들도 눈에 띄었다. 금붕어가 사는 작은 연못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했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유아숲 체험장도 마련돼 있었다. 나무 오르기, 통나무 건너기, 모래 놀이터, 전망 누리 등 하늘을 보고 자연 속에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놓았다.

배봉산 둘레길 나무데크

배봉산 둘레길 나무데크

배봉산 둘레길에는 무엇보다 특이한 것이 있었으니, 독특한 데크길 구조였다. 보통의 나무데크 길은 한길로 나거나 코너를 도는 등의 구간이 반복되는데, 이곳은 지그재그 형태의 데크 길로 이어져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세계의 특이한 도로를 보는 것과 같이 신기했다. 연이은 데크 길을 보는 것도, 그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배봉초등학교 방면 둘레길 2단계 코스를 시작으로 휠체어 진입로인 연육교를 지나 래미안아름숲 아파트 구간의 3간계를 거치고, 서울시립대학교를 지나 삼육병원 쪽으로 내려오는 4단계 코스를 따라 걸었다. 데크 길을 따라 걷다보면 흙길로 나뉘는 구간도 적지 않았다. 원하는 지역으로 향하려면 표지판을 눈여겨보거나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물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동휠체어 충전소

전동휠체어 충전소

무장애 숲길 중간에는 전동휠체어 충전기도 갖춰져 있다. 흙먼지를 털 수 있는 에어건과 맨발 산책길로 유명한 350m의 황톳길도 마련돼 있지만, 12월과 2월까지 동절기 사용 제한으로 걸을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지압길과, 녹지순환길, 그리고 작은 사무실처럼 마련된 건강체험관에서 혈압과 키, 몸무게를 잴 수 있도록 해 여타의 둘레길과는 다른 면모를 선보였다.

배봉산 둘레길에서 만날 수 있는 황톳길

배봉산 둘레길에서 만날 수 있는 황톳길

배봉산에 조성한 둘레길은 출발과 도착지점이 같은 순환형이다. 배봉산 연륙교-동성빌라 뒤-배봉산 관리사무소-전동초교 뒤-서울시립대 뒤-연륙교로 이어진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밀고 울창한 숲을 한 바퀴 도는 데 약 2시간이면 충분할 듯했다. 또한 밤에도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설치했다고 하니, 조명을 받은 운치 있는 나무데크 길을 밤에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봉산은 영조의 사도 세자가 죽은 후 묻힌 곳이라 한다. 흥인지문 밖 건원릉에 가는 길목인 이곳에 봉분조차 없이 묻힌 곳이라 효자였던 정조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절을 하고 지나다닌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어떤 길이건 그 길이 지닌 역사와 함께 한다는 것은 길을 의미 있게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다.

배봉초등학교 쪽에서 오르는 배봉산 둘레길 입구

배봉초등학교 쪽에서 오르는 배봉산 둘레길 입구

4.5km 코스의 편안한 둘레길이자 해맞이 명소, 암벽등반을 위한 인공암벽등반이 조성된 배봉산에 또 하나의 문화 공간이 생긴다. 동대문구는 지난 1월 전농동 산 32-20에 지상 2층, 연면적 527.51㎡ 규모로 ‘배봉산 근린공원 숲속도서관(가칭)’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층은 공동육아방, 관리사무소 및 개방화장실, 2층은 북카페형 도서관으로 채워지며, 7월 준공 예정이라고 한다.

동대문구는 올해 7월 도서관이 준공되면 책을 통해 숲을 이해하고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생태 중심의 도서관으로, 공동육아방은 영‧유아 놀이 공간과 부모들의 소통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야트막한 둘레길이 집 주위에 있어 언제 어느 때고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거기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시설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숲속도서관까지 조성된다면 완벽한 휴식처를 갖춘 둘레길로 탄생할 거라 생각된다. 배봉산의 따뜻한 변신이 주민 모두의 ‘소확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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