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되기 전에 ‘여기’는 꼭 가보세요

시민기자 최은주

발행일 2019.02.14. 15:41

수정일 2020.06.16. 18:43

조회 1,596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딜쿠샤와 호박목걸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딜쿠샤와 호박목걸이’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역사유적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딜쿠샤 가옥을 복원 중이다. 딜쿠샤 가옥은, 3.1운동과 제암리 학살사건을 세계에 알린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 부부가 살았던 집으로, 서양 근대기술이 도입된 서울의 몇 안 되는 서양식 가옥이기도 하다.

주인을 잃고 ‘귀신이 나오는 집’이라 불린 만큼 낡고 음산해진 딜쿠샤 가옥을,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복원을 한 다음 시민들에게 개방하려고 했다. 그러나 개방이 연기되어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시기에 원형으로 복원된 가옥을 직접 볼 수는 없게 되었다.

앨버트 테일러 부부

앨버트 테일러 부부

그 아쉬움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딜쿠샤와 호박목걸이> 기획전으로 달래보자. 호박목걸이는 앨버트 테일러의 아내 메리가 남편에게 받은 결혼선물이자, 25년 간 그들의 서울살이를 기록한 자서전이기도 하다.

‘호박목걸이’ 영문판과 한글판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호박목걸이’ 영문판과 한글판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당시 딜쿠샤 가옥 내부를 재현해 놓은 모습과 테일러 부부가 사용하던 식기와 생활용품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테일러의 아내 메리가 쓴 <호박목걸이>의 초고도 보인다. 메리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한국에서 겪었던 일을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 결과 <호박목걸이> 영문판이 먼저 세상에 나오고 한국어판까지 니오게 되었다.

딜쿠샤에서 테일러 부부가 사용했던 식기(좌), 메리가 남편한테 결혼선물로 받은 호박목걸이(우)

딜쿠샤에서 테일러 부부가 사용했던 식기(좌), 메리가 남편한테 결혼선물로 받은 호박목걸이(우)

앨버트 테일러가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과 얼마나 깊이 연관돼 있었는가 전시장에 와보면 알 수 있다. 테일러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들의 요람 밑에서 독립선언서를 발견했다. 일본경찰이 병원을 수색할 것을 염려하여 외국인인 테일러의 병실에 숨겨둔 것이다. AP통신 기자를 겸하고 있던 테일러는 독립선언서와 3.1운동에 관한 기사를 써서 한국의 독립의지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3.1운동과 제암리학살 기사가 실린 뉴욕타임즈

3.1운동과 제암리학살 기사가 실린 뉴욕타임즈

테일러는 3.1운동뿐 아니라 당시의 역사적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수원 제암리 학살사건의 현장을 찾아 일제 탄압의 역사도 기록했다. 고종 국장도 카메라에 담았다. 덕분에 지금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고종 국장일 광경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그날의 함성을 복기할 수 있었다

관람객이 고종 국장 장면을 비롯해 앨버트 테일러가 짝은 사진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관람객이 고종 국장 장면을 비롯해 앨버트 테일러가 짝은 사진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이 전시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서 기획됐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한국 풍습을 존중하고 사랑하던 외국인 부부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3.1운동이 우리 민족만의 항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앨버트 테일러처럼 함께 투쟁하고 동지가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새삼 알게 해 준 고마운 전시다. 3.1절이 가기 전에 꼭 다녀가라고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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