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만 치료하면 끝? 서울의료원, 공공의료 체질 바꾼다

시민기자 최창임 시민기자 최창임

Visit361 Date2018.12.28 14:04

서울의료원 전문 격리병동 전경

서울의료원 전문 격리병동 전경

공공병원은 공기 같은 존재라 평상시에는 있는 듯 없는 듯 그 존재를 실감하지 못하지만, 위기상황에서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2015년 메르스가 발병했을 때, 서울의료원은 전문 격리병동을 운영하며 빠르게 비상체제로 전환해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일반 병원에서는 하지 못하는 일,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책임을 다하고 있는 ‘서울의료원’을 찾아가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메르스’라는 공포스러운 국가위기를 겪기 전까지 전문 격리병동운영에 대해 잘 몰랐다.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에 어쩌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메르스로 온 나라가 비상사태에 빠졌을 때 “왜 의료기관 중 전문 격리병동을 제대로 갖춘 곳이 없냐?”고 사람들은 물었다.

우리에게 왜 공공병원이 필요한지, ‘서울의료원’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서울의료원 격리병동 음압병실

서울의료원 격리병동 음압병실

2015년 메르스 사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첫 환자 이후 한 달 만에 확진자가 180명을 넘었고, 격리자는 1만4,000명에 달했다. 서울의료원에 메르스 감염자가 처음 온 것은 5월 26일이었다.

서울의료원은 즉각 음압장비가 설치된 전문병동 운영에 들어갔고, 전문병동 2층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의 치료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메르스 비상체제로 전환된 서울의료원은 통합 컨트롤타워인 메르스종합대책본부를 24시간 운영하며 전 직원과 의료원 내 모든 시설을 통제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된 메르스는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지만 신속한 대처로 7월 28일 정부는 공식적으로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였다.

환자와 의료진의 이동통로가 각각 나뉘어 오가도록 설계돼 있는 격리병동 입구

환자와 의료진의 이동통로가 각각 나뉘어 오가도록 설계돼 있는 격리병동 입구

격리병동은 감염 환자를 태운 응급차가 들어오는 입구부터 환자와 의료진의 길이 나뉘어진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15개의 음압병실(병실 내부 기압을 떨어트려 병균,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병실)이 설치되어 있고, 의료진들은 모니터실에서 CCTV로 전송된 화면을 보며 음압병실 내 환자들을 살핀다.

환자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격리병동 모니터실

환자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격리병동 모니터실

모니터실과 음압병실은 길이 4m, 높이 1m 정도의 방탄 유리벽으로 차단되어 있고 2중, 3중의 차단막으로 격리되어 있다.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은 모니터실과 음압병실 안 인터폰을 통해 이루어진다.

병실은 1인 1실 격리치료가 원칙이다. 의심증후군이 있는 환자를 위한 외래진료실이 별도 설치되어 있고, 의료진은 개인보호구 장비를 완비한 후에 환자와 접촉할 수 있다. 방문객 면회는 당연히 제한되며, 모든 입원환자는 접촉자를 기록 관리한다.

서울의료원에는 전담 감염 관리팀이 있어 일반 환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안을 최소화했다. 병원 방문부터 입원까지 일반 환자로부터 철저하게 격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메르스 사태 발생 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확진 및 의심 환자를 치료해낸 병원이 되었고, 그 결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격리병동 환자에게 커피를 전하는 간호사. 언론을 통해 ‘커피 타는 메르스 간호사’로 주목 받았다

격리병동 환자에게 커피를 전하는 간호사. 언론을 통해 ‘커피 타는 메르스 간호사’로 주목 받았다

서울의료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신속하고 완벽한 대처뿐만 아니라 ‘커피 타는 간호사’로도 유명했다. 우주복처럼 생긴 방호복을 입고 뒤뚱거리는 걸음을 걷는 격리병동 의사와 간호사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 갇혀 있는 환자들이 의지할 수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되고 싶었던 간호사들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환자들에게 커피를 타주었다. 물품을 전달하는 작은 창구를 통해서 전달되는 커피는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커피였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는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지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전문 격리병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 공공의료 부분에 더 많은 시설과 인력 투자가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2015년부터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청소년을 찾아다니는 생명문화버스

2015년부터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청소년을 찾아다니는 생명문화버스

서울의료원을 둘러보면 다른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눈에 띈다. 그 중 하나가 ‘생명문화버스’이다. 매년 청소년 사망원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자살을 막기 위해 서울의료원이 청소년 자살 예방부터 고위험군 지원을 펼치는 프로젝트이다.

청소년이 병원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문화버스가 아이들이 있는 현장으로 찾아간다. 생명문화버스 체험, 우리학교 수다공방, 교사·학부모 수다교실, ‘생명아! 놀자~’ 생명존중캠페인, 토크콘서트 등을 통해 전문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2015년 생명문화버스가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90개 기관 166회 현장을 방문하였다.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환자와 의료진의 관점에서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환자와 의료진의 관점에서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내 특별한 또 한 곳,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을 찾았다. 이곳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병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는 곳이다. 2015년 6월 공공의료기관 최초로 설립된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환자의 관점과 의료진의 입장을 고려한 ‘이해의 디자인’을 목표로 한다. 알기 쉬운 안내판에서부터 환자 및 의료진의 동선 연구, 환자들의 심리상태를 편안히 해줄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의 개발, 환자와 의료진간의 소통을 원활히 해 줄 수 있는 진료 커뮤니케이션의 개발 등 가시적, 비가시적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이 공공의료 기관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유지해 나가는 일은 녹녹하지 않아 보였다. 1977년 강남구 삼성동에 개원 이래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서울 의료원 종사자 모두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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