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시장 맞아? 드라마 세트장 같은 서울 이색 시장

여행스토리 호호

Visit1,611 Date2018.12.13 16:33

신흥시장 전경

신흥시장 전경

호호의 유쾌한 여행 (119) 이태원 신흥시장

비현실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언제 없어져도 모를 것만 같은 낡은 시장입니다. 여기저기 공사하다만 흔적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공존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TV에 등장했다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기 위해 칼바람이 부는 추위에 1시간 이상 기다립니다. 서른을 훌쩍 넘은 어른들이 오락실에서 오락을 합니다. 경리단길이나 가로수길에서나 볼법한 트렌디한 가게에서는 예쁜 디저트를 선보입니다. 연예인이 직접 운영하는 서점이 있습니다. 한국인도 잘 모르는 낯선 곳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듭니다. 이국적인 골목길 분위기가 이어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감쌉니다.

이태원의 신흥시장은 마치 드라마 세트장이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시장에 머물면 머물수록 끝을 알 수 없는 골목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듭니다.

신흥시장이 위치한 해방촌은 광복 이후 귀국한 동포들과 실향민, 한국 전쟁 피난민 등이 임시로 거주하면서 형성된 마을입니다. 한국 니트 생산의 발상지로 꼽혔지만, 인건비가 싼 동남아로 흐름이 옮겨간 현재는 과거의 15%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신흥시장은 니트 생산 공장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은 동네 시장이었습니다. 한때는 청년들이 레스토랑과 공방을 열면서 다시 태어나나 싶었지만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골목 상권 부활을 목적으로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다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노홍철의 철든책방,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오픈합니다

노홍철의 철든책방,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오픈합니다

사실 신흥시장이라는 지명을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은 바로 노홍철의 철든책방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의 외진 시장에 서점을 만들었다는 점도 놀라웠는데요. 노홍철이 대표부터 직원을 맡고 있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탓에 노홍철의 스케줄에 따라 유동적으로 오픈합니다. 그래서 책방을 오픈하는 날보다도 열지 않는 날이 훨씬 많습니다.

철든책방에 방문하고 싶다면, 미리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철든책방이라는 이름은 노홍철이 들어 있는 책방이라는 의미입니다.

주중 한 시간 웨이팅은 기본, 주말에는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해요

주중 한 시간 웨이팅은 기본, 주말에는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해요

최근 신흥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골목 상권 부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TV 속에서 주목받은 곳 중 하나가 시장 횟집입니다. 31년간 신흥시장을 지켜온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전문점 못지않은 아귀찜과 알탕으로 백종원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다 보면 남자 사장님이 나오셔서 번호를 부릅니다. 맹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발 동동 구르며 손님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성게비빔밥은 금방 매진되어 알탕(2인/13,000원)을 시켰습니다. 웬만한 일식집에서는 1인분에 알탕이 15,000원 이상인데, 2인분에 13,000원이라니 너무나 착한 가격입니다. 양도 푸짐하고, 알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따끈한 알탕 국물에 한겨울의 추위가 모두 녹아내립니다.

이제는 엄마 눈치 보지 말고 오락해도 괜찮아요

이제는 엄마 눈치 보지 말고 오락해도 괜찮아요

시장 횟집 앞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리는 중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콤콤 오락실입니다. 미세먼지 대피장소, 개따뜻이라는 문구가 사람들로 하여금 오락실 내부로 향하게 합니다. 오락실은 대부분 시장 횟집 대기 손님들이었는데요. 추억의 게임인 슈퍼마리오, 스노우 브라더스, 보글보글, 테트리스 등을 하다 보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예전에 오락실에 100원 하나 가져가면 한 시간 넘게 했다는 친구의 허세에 오락 배틀을 펼칩니다. 이제는 실력이 많이 줄어들었는지 한 판 만에 금세 죽고 말았습니다. 한때는 오락실 간 걸 엄마한테 걸리면 혼날까 봐 걱정하던 꼬마였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당당하게 오락실 출입을 할 수 있게 된 건지 뿌듯하기만 합니다.

차도 들어갈 수 없는 낡은 골목 시장

차도 들어갈 수 없는 낡은 골목 시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간을 보냅니다. 갤러리에서는 개성만점 전시회가 이어지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도 맛볼 수 있는 신흥시장입니다. 텔레비전에 등장했다고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연말연시에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모여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에서 송년회를 보내고 싶은 곳이랄까요?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공간들이 모여 신흥시장이 더욱 이색적인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장의 이름답게 새롭게 흥하기를 소망합니다.

■ 여행정보
○ 신흥시장
-주소 : 용산구 신흥로 95-9
-가는법 : 숙대입구역, 용산02 마을버스 탑승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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