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눈 오던 날, 창경궁 가보니 “한 폭의 그림”

시민기자 변경희 시민기자 변경희

Visit1,351 Date2018.11.29 16:19

첫눈 맞은 창경궁 옥천교 돌짐승 조각

첫눈 맞은 창경궁 옥천교 돌짐승 조각

지난 토요일(11월 24일)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1981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보니 11월 첫눈이 이례적이긴 한가보다. 서울지역에 내려졌던 대설주의보가 해제된 오전 10시경, 따뜻한 이불 속 유혹을 뿌리치고 창경궁을 찾았다. 눈 내린 고궁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소복소복 눈이 쌓인 창경궁 모습

소복소복 눈이 쌓인 창경궁 모습

창경궁에 들어서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옥천교. 궁궐 안을 흐르는 물을 금천이라 하는데 서울에 남아 있는 다른 궁궐의 물줄기는 말라버렸지만 창경궁 다리 아래엔 아직도 물이 흐른다. 옥천교는 창경궁에서 가장 오래된 건조물로 보물 제386호로 지정되어 있다. 다리의 돌기둥 위에 앉은 돌짐승의 모습은 심플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이다. 옥천교 난간의 돌짐승이나 다리 아래 석조물들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세월의 깊이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보물 제386호 옥천교는 창경궁에서 가장 오래된 건조물이다

보물 제386호 옥천교는 창경궁에서 가장 오래된 건조물이다

옥천교를 건너 바로 명정전의 중문인 명정문이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창경원 조성 때 없앴던 걸 1986년에 복원했다.  바로 보이는 건물이 창경궁의 법전인 명정전이다. 조선시대 궁궐의 다른 법전, 경복궁의 근정전과 창덕궁의 인정전이 웅장하고 권위적인 규모와 달라 아담한 모습이다. 이는 성종 때 시작한 창경궁의 확장 목적이 대비전의 세 어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외전보다 내전 중심이라고 한다.

명정전 조정 마당에 세워진 품계석들

명정전 조정 마당에 세워진 품계석들

숭문당은 경종 때 세운 건물로 순조 때 큰 화재로 소실된 해에 중건하여 오늘에 이른다. ‘학문을 숭상한다’는 의미 대로 영조 때 이곳에서 성균관의 태학생을 불러 시험을 치르거나 주연을 베풀었다. 숭문당(崇文堂) 현판은 영조의 어필이다.

앞뒤 반전매력을 선사하는 숭문당

앞뒤 반전매력을 선사하는 숭문당

영조 때 과거에 급제한 인재들을 접견하는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이루어졌던 함인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건물로 겹처마에 팔작지붕 구조이다. 면적이 좁아 지붕 규모는 작지만 팔작지붕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부에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도연명의 사시(四時)가 계절별 방향에 맞춰 주련으로 걸려 있다.

함인정 내부에는 도연명의 사시가 계절별 방향에 맞춰 걸려 있다.

함인정 내부에는 도연명의 사시가 계절별 방향에 맞춰 걸려 있다.

함인정 옆 쪽으로 길게 늘어선 담장 너머로 창덕궁의 모습도 보인다. 원래는 창덕궁, 창경궁과 종묘에 이르기까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체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창경궁에서 창덕궁을 관람하고 싶다면 다시 출구로 나갈 필요없이 이 담장 쪽 창덕궁 매표소를 통해 입장 가능하니 참고하자.

창경궁과 창덕궁은 맞닿아 있어 매표 후 바로 건너갈 수 있다.

창경궁과 창덕궁은 맞닿아 있어 매표 후 바로 건너갈 수 있다.

경춘전은 주로 왕비와 세자빈이 머무르며 왕실의 안살림이 이루어지던 곳이다. 소혜왕후 한씨, 인현왕후 민씨, 혜경궁 홍씨가 경춘전에서 승하했고 정조와 헌종이 태어난 공간이기도 하다. ‘궁궐지’에 정조가 태어나기 전날 밤에 혜경궁 홍씨가 경춘전으로 들어오는 용꿈을 꾸고 나라의 큰 경사가 생길 징조라 여겨 동쪽 벽면에 꿈에서 본 용을 직접 그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주로 왕비와 세자빈이 머물던 경춘전

주로 왕비와 세자빈이 머물던 경춘전

통명전은 창경궁 내전의 건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왕비의 침전인 중궁전이기에 용마루가 없는 무량각이다. 내전의 중심건물이며 건물 왼쪽의 화강석으로 조성된 조촐한 연당이 있고 마당에는 박석을 깔아 격을 높였다. 반듯하고 아름다운 기품이 있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게도 인현왕후를 저주했다는 장희빈의 음산한 일화가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양화당은 통명전에 버금가는 큰 규모를 보인다. 창경궁 내의 중요한 내전 전각으로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가 환궁하면서 양화당을 거처로 삼았다고 한다. 창경원으로 이용될 당시 창경궁 내에는 장식용 가짜 우물이 만들어졌는데 양화당 앞에 보이는 것은 실제 조선시대에 사용한 우물이다.

통명전과 양화당

통명전과 양화당

대설주의보가 말해주듯 많은 양의 눈 무게 때문에 고목의 가지가 부러져 있었다. 혹시나 발생할 지 모르는 안전사고 위험으로 창경궁 내 많은 공간이 관람 통제됐다. 조선왕조 혹은 그 이전부터 자리했을 나무들의 부러진 모습이 참으로 애잔했다.

■ 창경궁 관람정보

○ 위치: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도보 15분)
○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2월~5월, 9월~10월), 오전 9시~오후 6시30분(6월~8월), 오전 9시~오후 5시30분(11월~1월), 매주 월요일 휴궁
○ 관람요금: 1,000원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 한복 착용시 무료)
○ 홈페이지: http://sun.ddm.go.kr
○ 문의: 창경궁관리소 02-762-4868~9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동일조건변경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