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끌리는 날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

시민기자 박분

Visit983 Date2018.11.16 16:10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에 전시된 영화 포스터들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에 전시된 영화 포스터들

안방에서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디지털시대지만 가끔은 극장 뒤쪽에서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필름 영사기 시절의 영화가 그리울 때가 있다. 아련한 그 시절이 생각난다면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으로 떠나보자.

동대문구 문화회관 1층에 자리 잡은 이 영화전시관에 가면 옛 한국영화를 대표하던 인기배우들을 영화와 포스터를 통해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동대문구 문화회관 1층에 자리 잡은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

동대문구 문화회관 1층에 자리 잡은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은 1960년대 한국 영화촬영의 중심지였던 답십리 영화촬영소의 가치를 기억하고 보전하기 위해 2014년 개관했다. 답십리 영화촬영소의 정식 명칭은 ‘대한연합영화주식회사’였다. 홍상수 감독의 부친인 홍의선 선생이 영화산업 육성을 위해 1964년에 세웠다.

이곳은 드넓은 스튜디오와 연기실, 편집실 등을 갖춘 그 시절 최고의 명소이자 한국영화의 산실로 통했다. ‘이수일과 심순애’(1965년), ‘나운규 일생’(1966년), ‘민검사와 여선생’(1966년) 등 80여 편의 영화가 이곳에서 제작됐다. 1969년 제작한 이만희 감독의 ‘생명’을 끝으로 1970년대 초에 스튜디오들이 문을 닫으며 답십리 촬영소는 점점 잊혀져갔다.

답십리 영화촬영소가 자리한 동대문 문화회관 앞뜰에는 ‘답십리 영화촬영소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필름통과 카메라가 조각된 기념비에는 1966년에 제작된 영화 ‘나운규 일생’의 포스터와 답십리 영화촬영소의 유래가 함께 새겨져 있다.

답십리 촬영소에서 제작한 원본 대본

답십리 촬영소에서 제작한 원본 대본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에 들어서면 입구에 걸린 사진 속 배우들과 먼저 만난다. 김희갑, 도금봉, 최은희 등 1960년대 한국영화를 주름잡던 은막의 스타들이다.

전시관은 촬영카메라와 영화대본 등 다양한 영화관련 장비와 자료들이 전시된 제1전시실과 포스터와 스틸 사진(드라마나 영화 필름 중에서 한 장면을 현상한 사진)이 전시된 제2전시실로 나뉜다. 유명배우와 감독들의 일대기를 되돌아볼 수 있는 부스도 있어 그들이 영화사에 남긴 업적과 더불어 한국영화의 변천사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얼마 전 타계한 배우 신성일(1937~2018)의 부스가 이곳에 있어 총총 발걸음을 옮겼다. 1960년 ‘로맨스 빠빠’로 영화계에 데뷔해 그를 일약 스타로 발돋움 하게했던 영화 ‘맨발의 청춘’을 비롯해 5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열정적인 그의 진면목을 잠시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작년 3월, 이곳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에서 진행했던 ‘신성일 초대전’에 아픈 몸을 이끌고 참석해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며 팬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인사말도 나눴다고 하니 애잔함이 더하다.

얼마 전 타계한 배우 신성일의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타계한 배우 신성일의 자료들을 볼 수 있다.

한국영화계의 ‘거장(巨匠)’으로 불리는 신상옥(1925~2006)감독도 이곳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무영탑(1957), 연산군(1961), 성춘향(1961) 등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전시된 수많은 수상트로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때 북에 납치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극적인 삶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도 사진자료와 함께 전시돼 있다. 하지만 신상옥 감독하면 떠오르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1961년에 제작한 명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아닐까?

카메라와 영화대본, 영사기, 조명등 등 이곳 영화전시관에 진열된 전시물에는 소장한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36mm 필름영사기 아래로 색 바랜 필름이 수북이 쌓였다. 극장 뒤편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쏘며 차르르 차르르 영사기 돌리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필름이 끊기면 아우성을 치던 옛날 극장의 추억도 새삼 그립다.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 편집기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 편집기

필름을 자르거나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하던 영화 편집기도 보인다. 편집기를 대신해 이발가위로 필름을 자르고 아세톤을 발라 필름을 연결시켰다는 이야기도 적혀있어 더욱 흥미롭다. 손때가 묻은 영화 대본도 진열장을 채우고 있다. 춘원 이광수, 순덕이, 애수 등 모두 답십리 영화촬영소에서 1960년대에 제작한 영화 대본들이다.

제2전시실은 화려한 영화 포스터들로 꾸며졌다. ‘아리랑’, ‘울고 넘는 박달재’ ‘빨간 마후라’ 등 옛날 영화 포스터들이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스터 속, 스타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하고 생생하기만 하다. 담벼락이나 미장원의 유리창에 붙어 있던 이들 영화 포스터는 중년이상의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회상에 잠길만한 추억거리로 다가올 것이다.

대종상 영화제 작품상 수상작들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대종상 영화제 작품상 수상작들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역대 대종상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벙어리 삼룡이’(1965)를 비롯해 ‘서편제’(1993), ‘국제시장’(2015) 등 1962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영광의 수상작들이다.

이곳에서는 추억의 영화도 볼 수 있다. 70석 규모의 아담한 영화관은 관객들을 또 한 차례 추억 속으로 이끈다. 매주 금, 토, 일요일(오후2시~오후4시)에 찾아가면 볼 수 있다. 고전영화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최신 상영작까지 다양하게 상영하고 있다. 무료 관람이며 별도의 신청 없이 상영시간 10분전까지 입장하면 된다.

답십리 영화촬영소 전시관에는 원로 감독인 고응호 씨가 상주하고 있다.

답십리 영화촬영소 전시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원로 감독 고응호 씨

전시관에는 원로 감독인 고응호 씨가 상주하고 있어 관람하기에 더욱 수월하다. 이곳에 현역시절 지녔던 촬영장비 등 개인소장품을 다량 전시하고 있는 그는 ‘팔불출’(1980), ‘불새의 늪’(1983), ‘화랭이’(1985) 등 수십 편에 달하는 영화를 촬영한 영화감독이다. 그는 “3개월 단위로 포스터와 사진 같은 수량이 많은 전시물은 조금씩 교체해 변화를 주고 있다”면서 “전시관에서는 영화촬영장비며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답십리 촬영소 영화전시관에 오게 되면 촬영소 사거리 인근에 있는 동답초등학교에도 들러봄이 좋다. 눈여겨 볼 것은 필름통과 영화촬영 장면을 조형물로 설치한 이 학교 건물의 외벽이다. 아마도 답십리 영화촬영소를 염두에 둔 구성인 듯 보인다.

답십리 촬영소 영화전시관 인근에 있는 동답초등학교

답십리 촬영소 영화전시관 인근에 있는 동답초등학교

학교 담벼락에는 ‘역사의 벽’이라고 쓰인 표지판과 함께 옛 영화촬영소의 전경을 간략하게 재구성해 놓은 그림판도 하나 있다. 실제로 동답초등학교는 영화촬영소와 관계가 깊다. 1984년 개교한 학교의 부지는 원래 답십리 영화촬영소 자리였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영화촬영소 부지에 세워진 동답초등학교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영화체험실도 갖추고 있다. 문화예술의 흔적을 외면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

겨울 문턱에 들어선 스산한 요즘, 답십리 촬영소 영화전시관에서 추억의 영화 보며 은막의 스타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
○위치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210-9
○문의 : 02-2215-0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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