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여봐요'가 아니라 '요양보호사' 입니다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18.11.15. 16:10

수정일 2018.11.21. 10:15

조회 2,900

은평구에 있는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돌봄종사자의 쉼터이자 교육장 역할을 한다

은평구에 있는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돌봄종사자의 쉼터이자 교육장 역할을 한다

친구는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모시며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 요양보호사가 시간제로 어머니를 돌봐드린다고 했다. 이는 사실 누구나 바라는 지점일 수 있었다. 입원하거나 요양원에 가지 않은 채 집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상황 말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이들은 바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였다.

주위에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거나, 교육을 받는다는 지인들이 있었다. 앞으로 자신의 가족에게 닥칠 상황을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 요양보호사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직업군의 하나가 된 거다.

하지만, 돌봄종사자들을 상대로 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가사 일을 시키거나 성추행, 폭언을 일삼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돌봄종사자들의 인권과 권익을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는 지난 2013년, 전국 최초 돌봄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설립된 곳이다. 은평구에 위치한 이곳을 찾아 최경숙 센터장을 만났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는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역량을 갖추고 좋은 돌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옹호함으로써 좋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곳입니다. 이는 곧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좋아지게 하는 것이기에 어르신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궁극적 목표는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돌봄종사자의 고충 및 취업 상담 등을 제공하는 상담실

돌봄종사자의 고충 및 취업 상담 등을 제공하는 상담실

센터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의 취업상담부터 체계적인 직무교육, 그리고 다채로운 소모임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현재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자질향상 및 역량강화를 위한 재교육을 중점으로 두고 있었다.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지만 거의 형식적이고 실제 현장에서 일하기에는 부족함이 많거든요. 저희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한 번의 교육으로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일례로 거동이 불편한 치매 어르신을 침대에서 옮기는 것부터 실습해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거죠. 이같이 실질적인 직무향상을 위한 교육을 많이 합니다.”

직무향상을 위해서는 치매에 대한 이해부터 돌봄종사자들의 소양교육까지 많은 부분이 필요했다. 센터에서는 인문학이나 의사소통, 좋은돌봄 철학까지 많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프로그램 신청) 아울러, ‘고충처리소’라고 불리는 요양보호사와의 상담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일대일로 파견되는 요양보호사들의 경우, 힘들고 답답해도 하소연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 요양보호사가 140만, 서울만 해도 21만 명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 중 일하는 사람은 7만 명인데 일하다 답답한 경우가 참 많아요. 인지능력이 부족한 분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요양사분들을 가사도우미로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돌봄을 위해 전문 직업인으로 방문한 것인데 주종관계로 부리는 거죠. 어떤 경우는 아들, 딸의 식사나 김장을 하라는 경우도 있었어요. 안정된 월급제가 아니다 보니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임금이 변동되고 그렇기 때문에 적지 않은 요양보호사분들이 대상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세한 요양보호센터가 과잉 공급되는 것 또한 돌봄종사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는 원인 중 하나였다. 대상자를 차지하기 위한 과다 경쟁으로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깎거나 대상자를 확보하려고 선물을 하는 등의 불법, 편법의 방법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요양보호센터는 5평 사무실에 15명만 있으면 설립이 가능했다. 요양보호센터가 비영리나 공공기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명백해 보였다.

“2013년 이곳에 돌봄종사자들을 위한 센터가 설립된 후, 그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평가는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를 만들고, 장기요양요원들을 위한 취업상담과 교육과 권익을 보호하라는 노인요양보호법 개정(2016년 5월)으로 연결됐죠. 법이 개정된 해 11월, 복지부에서 지자체별로 센터를 만들라는 지침을 내렸고, 많은 지자체에서 이곳을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돌봄종사자를 위한 교육실(좌), 안마의자(우), 돌봄종사자라면 누구나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돌봄종사자를 위한 교육실(좌), 안마의자(우), 돌봄종사자라면 누구나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의 정책적 지원은 늘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북권, 서남권, 동북권, 동남권 이렇게 4개의 권역별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각 지원센터별 2개소씩 쉼터를 추가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서남권역의 강서구 화곡동쉼터와 종로구 인사동쉼터를 개관했으며, 12월 마포쉼터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곳은 2013년에 4명으로 시작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 광역센터로 정책연구, 콘텐츠나 교육개발과 더불어 강사를 양성해서 권역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돌봄종사자들을 위한 지속적인 상담과 라인댄스, 캐리커처, 약손 마사지와 한국무용 등 다양한 소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돌봄종사자들이 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나 별다른 방법은 따로 필요 없다. 서울 지역의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장기요양기관 돌봄종사자라면 누구나 해당 센터와 쉼터를 이용 수 있으며, 치매관리·호스피스교육 등 전문적인 직무교육 이외에도 건강증진사업, 취업‧고충상담, 소모임 등에 참여할 수 있었다.

돌봄종사자들이 소모임을 통해 만든 캐리커처들(좌), 소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우)

돌봄종사자들이 소모임을 통해 만든 캐리커처들(좌), 소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우)

돌봄종사자 지원센터의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보다 좋은 돌봄이었다.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가 돌봄종사자들을 위한 최초의 기관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센터장은 이렇게 답했다.

”지금처럼 개인의 시간을 들여서 교육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돌봄종사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 하는 것이 필요해요. 정부에서 기관을 지정하고 재교육 받는 것을 의무화 하면 돌봄종사자들의 이용률이 훨씬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민의 세금을 쓰는 기관인데, 최대한 많은 종사자들에게 알려져 적극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양보호사 선발 제도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처음 시작됐다. 자격제도가 없는 간병인과 달리 요양보호사는 2010년부터 국가자격증을 따야하는 전문직이 된 거다. 이는 다시 말해 사회적 요구에 의해서 전문 직업이 탄생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어르신돌봄종사자를 위한 지원센터 및 쉼터

어르신돌봄종사자를 위한 지원센터 및 쉼터

포털에서 요양보호센터를 클릭하니 기관의 이름이 끝도 없이 등장했다. 그곳에서 지금 누군가는 불편한 마음으로 돌봄을 이어가고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좋은 요양보호사 혹은 좋은 사회복지사가 돌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들을 지원하는 일은 우리의 부모, 혹은 우리의 노후를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경숙 센터장은 돌봄 종사자를 준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아직은 저평가 돼있고, 제대로 대우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돌봄종사자는 한 사람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부분이기에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기도 하죠. 이 직업을 효율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가능한 여건을 만드는 것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요양보호사는 고령화 시대에 맞는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충분히 전망이 있는 직업군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 위치 :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0 댕일빌딩 2층(녹번동)

○ 교통 : 지하철 3·6호선 불광역 2번 출구 → 녹번파출소 방향 직진 200m → 서울혁신파크 정문 옆 대일빌딩

○ 운영시간 : 월~금요일 오전 9시 ~ 오후 6시(프로그램 진행 시 야간 운영)

○ 홈페이지 : www.dolbom.org

○ 문의 : 02-389-7790

■ 권역별 돌봄종사자 지원센터 및 쉼터
○ 인사동쉼터(종로구) : 종로구 인사동7길 12 백상빌딩 신관 6층 / 02-6365-7790
○ 화곡쉼터(강서구) : 강서구 강서로 183 대사빌딩(하나은행건물) 4층 / 02-2606-1303
○ 능동쉼터(광진구) : 광진구 능동로 256(건축세계빌딩) 3층 / 02-446-7790
○ 노원쉼터(노원구) : 노원구 노해로 77길 14-3 문화빌딩 5층 / 02-931-9838
○ 마포쉼터(마포구) : 마포구 마포대로 19 신화빌딩 4층 / 02-6376-7790

■ 요양보호사 등 돌봄종사자 노동상담 : 1544-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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