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람기①] 성수동에 패션피플 모이는 까닭

시민기자 김진흥

Visit846 Date2018.11.13 16:36

성수 수제화 거리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

성수 수제화 거리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죠! 멋지게 차려 입은 수트며 드레스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뿐만 아니라 발까지 편안한 구두를 찾고 있다면 ‘성수 수제화 거리’를 방문해 보세요. 장인의 수십년 세월이 담긴 수제화에선 대량으로 만든 공장 기성품에선 느낄 수 없는 품격과 개성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시민기자단은 6편의 ‘성수 수제화 거리’ 이야기를 통해 이곳만의 매력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자, 이제 또각또각 ‘성수 수제화 거리’로 출발해 볼까요?

우리나라 지하철역들 중 유일하게 구두들이 전시된 곳이 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이다. 성수역사 안에는 우리나라 수제화와 성수 수제화 거리의 역사, 수제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 수제화에 관한 다양한 전시물들이 진열돼 있다. 성수동 일대가 수제화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한 눈에 보여주는 시작이다.

천편일률적인 기성화와 달리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수제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구두를 맞추러 이곳을 찾는다.

그런데 왜 성수동이 수제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을까? 그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찾아 성수 수제화 거리를 찾아 나섰다.

성수역에서 전시 중인 수제화들

성수역에서 전시 중인 수제화들

염천교에서 명동을 거쳐 성수동에 정착한 우리나라 수제화

개화기 시절 개화경(안경), 양복, 자전거 등과 함께 서양에서 들어온 구두는 선망의 개화 문물 중 하나였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구두 열풍은 한동안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참전국 군인들이 신었던 군화가 일반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구두는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1960년대엔 서울 ‘염천교’를 중심으로 구두골목이 형성되었다. 서울역에서 중림동을 잇는 다리인 염천교는 유동인구와 물자가 많은 서울역과 남대문 근처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1970년대까지 한국 수제화 거리의 원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80년대부터 수제화는 유행의 거리 ‘명동’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예로부터 금융과 경제의 중심지였던 명동에는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양복점과 함께 구둣가게가 증가했다. 자장면이 50원 하던 당시, 수제화는 남화가 1만4,000원, 여화가 8,000~9,000원 정도였다고 하는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제화점은 나날이 늘어갔다. 칠성제화, 잉글랜드, 신일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제화점들이다.

성수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만난 표지, 성수 수제화 거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성수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만난 표지, 성수 수제화 거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1990년대 수제화는 ‘성수동’으로 넘어왔다. 성수동에는 국내 3대 구두 브랜드였던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의 생산 공장이 자리했다. 가죽과 액세서리, 부자재 등 구두 재료 업체들도 성수동에 들어왔고 수제화 가게들도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자재를 구하기 쉽고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성수동은 IMF 외환위기 이후 더 많은 회사들이 이전해 왔다.

현재, 성수동은 국내 최대 수제화 산업 지역이다. 350여 개가 넘는 수제화 완제품 생산업체와 100여 개의 부자재 유통업체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 수제화 제조업체의 70% 이상이 밀집하고 있는 성수동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첫 단계부터 마지막 출고까지 수제화의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 수제화 제조업체의 70%이상이 모여 있는 성수 수제화 거리, 수제화 매장부터 부자재 매장까지 다 모여 있다

한국 수제화 제조업체의 70%이상이 모여 있는 성수 수제화 거리, 수제화 매장부터 부자재 매장까지 다 모여 있다

우리나라 최고 장인들이 모여 있는 성수 수제화 거리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망리단길, 가로수길 등과 같이 어느 한 길만을 특정 짓지 않는다. 성수역을 중심으로 구두와 관련된 가게들이 다수 있어 성수역 근처 모든 길이 수제화 거리가 할 수 있다. 그 중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주요 지점은 성수역 1, 2번 출구 근처다.

수제화 거리의 대표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공동 판매장 성수 수제화 타운 SSST

수제화 거리의 대표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공동 판매장 성수 수제화 타운 SSST

여기는 ‘SSST’와 ‘fromSS’라 불리는 구두 장인들의 대표 매장이자 공방이 있다. ‘SSST’는 서울 성수 수제화 거리의 약자로 서울시, 행정안전부, 성동구청에서 인증받은 성동 수제화협회 회원 공동 판매장이다. 2011년 설립이후 7개월 만에 매출 5억 원을 달성해 행정안전부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두 장인들의 수제화를 판매하는 매장 ‘fromSS’

구두 장인들의 수제화를 판매하는 매장 ‘fromSS’

‘SSST’ 맞은편에 자리잡은 ‘fromSS’는 성동구청에서 인증받은 구두 장인들의 매장으로 성수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장애인들을 위한 수제화도 판매하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띈 곳은 수제화 명장 제1호인 유홍식 명장의 가게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구두를 제작했던 유 명장은 13살 때부터 시작해 50년 넘게 수제화를 만들어 왔다. 유 명장은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국내 최초 구두 개인전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구두를 제작한 것으로도 유명한 유홍식 명장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구두를 제작한 것으로도 유명한 유홍식 명장

유홍식 명장은 “예나 지금이나 수제화를 만드는 건 즐겁다. 손님이 수제화를 신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더욱 좋다. 우리나라 수제화를 만드는 손재주는 매우 뛰어나다. 수제화 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나라에서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라면서 “그런 면에서 현 서울시장이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 대해 신경 써주고 있어 고맙다. 앞으로도 이곳이 우리나라 수제화의 메카로 더 발돋움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수제화 거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다시 한번 부탁했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수제화진흥원(STI)을 통해 성수 수제화 산업의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서울수제화진흥원은 젊은 인재들을 양성하는 ‘서울수제화아카데미’, 스타트업 기반의 창업공간 및 장비를 지원하는 ‘성수수제화제작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성수 수제화 전시장이자 홍보관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

성수 수제화 전시장이자 홍보관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

성수 수제화 거리의 전시장이자 홍보관인 ‘성수 수제화 희망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1층 쇼룸에선 대통령,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신었던 성수 수제화를 비롯해 질 좋고 예쁜 우수 수제화를 만나볼 수 있다.

‘성수 수제화 신기 릴레이’를 알리는 플랜카드

‘성수 수제화 신기 릴레이’를 알리는 플랜카드

우수한 성수 수제화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현재 ‘성수 수제화 신기 릴레이’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성수동 수제화 신기 캠페인’은 유노 윤호, 손준호 등 유명 연예인의 구두를 명장이 만들어 한 켤레는 연예인이 신고, 한 결레는 전시하고, 나머지 한 켤레는 연말에 경매를 통해 수익금을 지체 장애인에게 전달하는 이벤트이다.

김희숙 서울수제화진흥원 홍보마케팅실 실장은 “많은 내·외국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신은 구두를 보러 이곳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 신발을 어떻게 하면 맞출 수 있는지도 문의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성수 수제화 거리에선 옛 공장 및 창고를 되살려 만든 카페 및 문화공간도 만날 수 있다.

성수 수제화 거리에선 옛 공장 및 창고를 되살려 만든 카페 및 문화공간도 만날 수 있다.

구두 말고 ‘힙’한 먹을거리도 많아요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젊은층 사이에서는 ‘핫(hot)’한 거리로 통하기도 한다. 수제화의 매력뿐만 아니라 이곳만의 독특한 카페들은 요즘 유행어처럼 ‘힙’하다.

그 중 성수역 2번 출구 근처에 있는 ‘어니언’과 ‘글로우’ 카페 등은 이미 입소문이 많이 난 곳이다. 폐공장 및 창고 등을 재생해 꾸민 독특한 구조와 탁 트인 루프탑은 분위기 좋은 카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서울 3대 족발집으로 꼽히는 ‘성수족발’, 메인 메뉴 미역국과 다양한 반찬이 곁들여 나오는 ‘풍조미역’ 등 맛집도 많다.

지난해 서울 수제화 아카데미를 찾아 학생들을 지도했던 이탈리아 명문 제화학교 아르스 수토리아의 오리엔타 펠리자리는 “성수동처럼 수제화 거리로 특화돼 지하철역에서부터 통일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성수동 수제화 산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지하철역부터 주변 거리들까지 수제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볼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지금도 성수동의 수많은 구두 가게에서는 수제화를 만드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고, 수제화의 내음이 더없는 향기로 풍겨 나온다. 다른 어떤 동네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개성을 맘껏 느껴보길 권한다.

■ 성수 수제화 거리
○위치 : 성수역에서 뚝섬역까지 이어지는 거리 인근 500 m 내 수제화 제작, 판매업체, 부자재 취급 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
○교통 : 지하철 2호선 성수역 1,2번 출구
○희망플랫폼 이용안내 : 1층 전시장, 2층 체험공방 / 오전 10시~ 오후 7시 운영(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홈페이지 : http://seongsushoe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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