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도 즐겼던 '설렁탕' 서울미래유산에 꼽힌 이유

시민기자 변경희

발행일 2018.10.23. 17:22

수정일 2018.10.23. 17:23

조회 5,382

뽀얀 국물이 일품인 서울 대표 음식 설렁탕. 음식 분야에선 최초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뽀얀 국물이 일품인 서울 대표 음식 설렁탕. 음식 분야에선 최초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무더웠던 여름이 언제였나 싶게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요즘. 임금님도 드셨다는 서울 대표 음식,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에 밥 한술 하고 싶어진다. 소고기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이 일품인 설렁탕에 파를 듬뿍 넣고 깍두기까지 곁들여 먹으면 이보다 든든한 한 끼가 있을까 싶다.

설렁탕은 소머리와 소가죽, 고기부위, 뼈, 내장 등 소의 다양한 부위를 함께 넣고 오랜 시간 푹 고아 밥과 함께 내놓던 서울 토박이음식이다.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서울을 대표하는 가장 서민적인 음식으로 꼽힌다.

선농단의 사방 4m의 제단인 석축단

선농단의 사방 4m의 제단인 석축단

설렁탕은 언제부터 먹게 됐을까? 조선시대 왕이 선농단(先農壇)에서 제를 올리고 논밭을 직접 가는 의식을 치른 후 주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선농단은 풍년을 기원하며 왕이 직접 농사의 신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에게 제사를 지내는 ‘선농대제’를 치루던 공간이다.

선농단 앞에 밭을 마련해 선농대제가 끝나면 왕이 직접 쟁기를 잡고 밭 가는 시험을 보이는 친경(親耕)으로 농사의 소중함을 만백성에 알렸다. 행사 때 모여든 많은 이들의 대접을 위해 소뼈를 고은 국물에 밥을 말아냈다. 선농대제와 친경 행사는 1909년까지 행해지다가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폐지되어 버렸다.

선농대제, 풍농을 기원하는 모습

선농대제, 풍농을 기원하는 모습

세종대왕 시절 기록에서도 설렁탕 이야기가 남아있다. “임금이 선농단에서 친경(親耕)을 하시는데 사나운 비가 쏟아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에 신하들이 배고픔을 호소하자 임금이 친경 때 쓰던 소를 잡아 맹물에 끓이라 하시고, 이 국물에 소금을 넣어 먹었다.” 이에 선농탕, 설농탕 등으로 불리다 음(音)이 변하여 오늘날 설렁탕이 되었다.

선농단 아래에는 선농단역사문화관이 위치한다. 지하1층 1전시실은 선농단의 유래와 변천사, 삶의 근간인 농업을 중시하던 선농단의 가치와 왕실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지하2충 2전시실에선 설렁탕의 유래와 다양한 음식 문화 소개와 유물전시 및 다양한 체험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선농단역사문화관 제신 위패(좌)와 설렁탕 유래(우) 전시

선농단역사문화관 제신 위패(좌)와 설렁탕 유래(우) 전시

■ 선농단·선농단역사문화관
○ 위치 : 동대문구 무학로44길 38
○ 관람시간 : 동절기(11월-2월)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30분, 하절기(3월-10월) 오전 9시 30분 ~ 오후 6시 30분
○ 관람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un.ddm.go.kr

현재 서울에는 전통을 가진 이문설렁탕, 잼배옥을 비롯한 여러 설렁탕집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설렁탕의 본 고장임을 나타낸다. 서울시는 근현대 문화유산 중 미래세대에게 전할 만한 유·무형의 보물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하고 있다. 설렁탕은 서울 토박이음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음식이자, 조선말부터 서울 전역에 퍼져 현재까지 이어진 서울 음식으로 자리 잡아 음식 분야에선 최초로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되었다.

설렁탕은 오랜 시간 푹 끓여 완성된다.

설렁탕은 오랜 시간 푹 끓여 완성된다.

서울에서 설렁탕집은 1904년 처음 생겼다는 기록이 있으며 남대문에서 가장 먼저 성행했다고 한다. 식사 시간을 아끼려던 바쁜 상인들이 즐겨 찾았던, 어찌 보면 애달픈 느낌이 드는 음식이다. 물론 미리 끓여두는 음식이라 주문과 동시에 바로 차려지는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 덕에 서울 전역으로 퍼져 대중화된 것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현대 직장인들에게도 즐겨 찾는 대표 점심 메뉴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를 궁금해 하는데 요즘엔 곰탕과 설렁탕의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지만 원래의 큰 차이점이라면 설렁탕엔 소뼈까지 들어가며, 곰탕은 고기 부위를 주재료로 국물을 우려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설렁탕의 국물은 곰탕보다 뼈가 많이 들어가 담백하고 가벼우며 한결 뽀얗다.

밥을 토렴해 함께 말아 나오는 설렁탕집 유형

밥을 토렴해 함께 말아 나오는 설렁탕집 유형

개화기 때 서울 장안에는 소문난 여러 설렁탕집이 있었는데 소를 잡으면 거의 모든 부위를 큰 가마솥에 넣고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끓였다. 새벽 1시 전엔 바짝 졸아 진국 상태가 되니 단골손님들이 모여드는 시간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고.

무쇠 솥에서 오래 끓여낸 설렁탕 국물에 취향껏 파를 듬뿍 넣고 소금간 하여 소면을 먼저 말아 건져 먹는다. 담백한 국물 그대로 먹거나, 깍두기 국물을 풀어서 먹는 것이 전통적인 서울 방식이라는데 새콤한 깍두기 국물을 부어 먹는 별미는 어른이 되고서야 참맛을 알게 됐다. 대부분 설렁탕집에서는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함께 제공하는데 새콤하고 시원한 김치는 설렁탕과 최고의 곁들임이다.

설렁탕집의 김치 보시기

설렁탕집의 김치 보시기

설렁탕은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수수한 맛의 한 그릇음식이다. 할머니가 떠오르는 맛이랄까? 뚝배기, 파 그리고 깍두기가 어우러져 자아내는 설렁탕의 이미지는 아마도 따뜻함이 아닐까한다. 오늘 근처 서울 대표 음식 설렁탕집 한 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시민기자 취향껏 꼽아본 설렁탕 추천 맛집

■ 45여년 세월 노포의 매력 중림장
소뼈를 비롯 소머리와 부속 고기를 씨육수와 16시간 이상 끓인다. 뽀얀 정도가 덜한 소머리국밥 스타일의 국물로 다른 설렁탕집에 비해 맑은 편이다. ‘설농탕’을 주문하면 밥을 토렴하여 뚝배기에 소면과 함께 담아 나온다. 밥을 따로 먹길 원하면 ‘설농탕(특)’을 주문하면 된다. 밥이 따로 나오고 고기의 양은 더욱 푸짐해진다. 작은 골목 안에 위치한 가정집 같은 분위기가 나는 소박한 매장이다.
○ 위치 : 중구 청파로 459-1 ○ 가격: 설농탕 보통 7천원, 설농탕(특) 9천원

■ 무쇠 가마솥 정취까지 느낄 수 있는 느티나무설렁탕
여러 가지 부위의 고기가 들어있으며, 먹어본 설렁탕 중에서 가장 진한 농도의 국물이다. 설렁탕에 소면이 말려 나오며 노란 기장이 섞인 밥이 따로 나온다. 가게 한켠에서 무쇠 가마솥에서 설렁탕 끓이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담쟁이 넝쿨로 덮인 외관과 예스런 문, 느티나무로 둘러싸인 분위기 또한 고풍스럽다.
○ 위치 중구 퇴계로71길 38 ○ 가격: 설렁탕 9천원, 설렁탕(특) 1만 2천원

■ 점심시간에만 먹을 수 있는 설렁탕, 명륜손칼국수
상호명에 칼국수를 달고 있지만 설렁탕 또한 대표 메뉴이다. 설렁탕에는 소면이 아닌 당면이 들어있다. 파가 고춧가루에 버무려 나오는 것이 특색이다. 설렁탕 고기는 보통 얇게 편으로 써는데 이집은 살코기가 두툼하게 썰려나온다. 고기가 두툼해도 부들부들하게 잘 씹힌다. 이곳은 월~토요일 점심 영업만 하니, 혼잡할 때를 피하려면 오전 11시 30분 이전, 오후 1시 20분 정도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 위치 : 종로구 혜화로 45-5 ○ 가격: 설렁탕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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