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유현준 건축가와 함께 떠난 서울건축여행

시민기자 김윤경 시민기자 김윤경

Visit1,301 Date2018.10.11 13:42

명사와 함께하는 서울건축여행에서 가이드 역할을 해주신 유현준 건축가

명사와 함께하는 서울건축여행에서 가이드 역할을 해준 유현준 건축가

우리는 도시와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늘 지나치는 곳이라고 해도, 지나는 동안 길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지난 10월 10일, 서울 도심 속 색다른 여행을 느낄 수 있는 서울건축여행이 있다 해서 참여해 보았다. 바로 ‘유현준 건축가와 함께하는 가로수길 산책’ 행사로, 얼마 전 우연히 참석한 토크쇼에서 그가 말하는 ‘도시와 소통’에 대해 들었던 터라 그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차였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이른 시간이었지만, 모두들 몸을 웅크리면서도 시간에 맞춰 신사역 한 카페에 모였다. 담당자는 다른 때와 달리 각본 없이 즉석에서 진행된다고 안내했다. 길 잃어버릴지 모르니 잘 따라와야 한다는 너스레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미스터리 산책을 함께 할 36명의 시민들은 즐거움에 호기심 더해져 들뜬 표정이었다.

일정은 ‘걷고 싶은 길’ 등에 대한 강연 후, 가로수길을 걸으며 신사 나들목을 지나 잠원 한강공원에서 점심 피크닉을 하는 코스였다.

유현준 건축가와의 토크 시간(좌), 앉아서 편하게 느껴지는 야외 발코니 높이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우)

유현준 건축가와의 토크 시간(좌), 야외 발코니 높이에도 편하게 느껴지는 높이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우)

곧바로 유현준 건축가가 반가운 얼굴로 나와 이 지역을 선정한 이유부터 들려주었다. 가로수길이 유명한 까닭도 있었지만, 흙바닥이었던 시절부터 40여 년 간 알아온 곳이라고 했다. 또한 모임 장소인 카페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덧붙였다.

높은 천장에서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왔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으며, 카페의 야외 발코니 높이가 보도보다 36cm 정도 높아야 좋은 이유도 들려줬다. 앉아 차를 마실 때, 그 높이에서 길 가는 사람과 눈높이가 같아져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자세히 보니 이 카페가 천장이 높고, 테라스가 보도보다 높았다는 걸 알았다. 분명 기자도 이곳에 여러 번 왔었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이라, 또 달리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시민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다. 그는 건축은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도 쏠쏠한 재미를 주었다. 원래 꿈인 발명가가 대신 건축을 하게 된 사연부터 무궁무진한 건축이 주는 소통과 즐거움에 대해 공감이 갔다.

가로길을 걸으며 유현준 건축가의 얘기를 듣고 있는 시민들

가로길을 걸으며 유현준 건축가의 얘기를 듣고 있는 시민들

토크를 마친 후, 모두 가로수길을 직접 걸었다. 언제나 물건을 사거나 친구와 약속을 하러 만났던 가로수길을 사색을 하며 많은 시민과 함께 걷는 건 처음이었다.

연립주택을 개조해 만든 연립 빵공장 및 커피숍

연립주택을 개조해 만든 연립 빵공장 및 커피숍

“여기가 예전에는 무엇이었을까요?”빵과 커피를 파는 빵공장 앞에서 유건축가가 묻자 한 시민이 “연립주택 같네요”라고 답했다. 유건축가는 이런 연립주택은 벽과 창문을 막으면 천장도 높아 부술 필요 없이 리모델링을 해 인테리어가 편하다며 성수동이 유명해진 이야기도 곁들어 들려줬다.

투명한 유리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매장(좌)과 불투명하게 만들어 호기심을 유발한 매장(우)

투명한 유리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매장(좌)과 불투명하게 만들어 호기심을 유발한 매장(우)

또한 애플스토어와 맞은편에 있는 MCM가게 건물을 예로 들었다. 애플스토어는 큰 투명한 유리창으로 사람들에게 갖고 싶은 욕구를 만들었다면, 반대로 MCM은 불투명하게 만들어 호기심과 고급스러움을 유발한다고 했다.

“연애할 때 데이트 코스를 보면 단계가 있어요.” 갑자기 달달하고 관심 있는 말에 참가자 중 청년들이 솔깃했다.
“처음에는 대부분 코엑스 몰이나 세종로 같이 사람 많고 넓은 곳을 가게 되죠. 하지만 이후로는 길이 점점 좁아져 가로수길, 그리고 정동길 같은 한쪽이 막힌 좁은 곳을 선호하잖아요. 그런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면 왜 그 지역을 선호하며 뜨게 되는 지 알 수 있어요.”

새로운 신사 나들목

새로운 신사 나들목

가로수길 끝에서 신사 나들목을 가는 동안, 그러한 이야기들로 추위를 잊었다. 신사 나들목 으로 가는 길은 학교를 끼고 있어 조용한데다가 아파트 단지 등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곳이라 성공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원래 가로수길에 놓인 일명 토끼굴(신사 나들목)이 다른 곳에 있었는데 가로수길 선상(축)으로 옮기면서 한강과 자연스러운 연결고리가 돼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단다.

마치 판테온을 보는 듯 멋진 한강대교

마치 판테온을 보는 듯 멋진 한강대교

한강시민공원 중 한남대교에 도착했다. 햇빛이 비치는 시간에 오라는 추천을 받았다. 다리를 자세히 보면 판테온이 떠오르며 교각을 쳐다보면 차도 사람도 안 보이므로 혼자서 정화가 되는 좋은 곳이라고 했다. 또 개인적으로 대교 중에는 잠수교가 물에 가깝게 걸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즉석 질문과 떠오른 대화로 이어져 예상치 못한 흥미를 일으켰다. 또한 즉흥적이라 재미있고 더더욱 감동을 줬다. 분명 가로수길을 알고 있었고 한강시민공원을 여러 번 찾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니 달라보였다. 시각을 달리하면 같은 것이라도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굳혀졌다.

행사를 담당했던 송정아 씨는 “유 건축가님이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시는, 대중과 친근한 건축가라 생각해 모셨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한 거리를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보다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관광콘텐츠가 많다는 사실을 느껴보면 좋겠다” 고 밝혔다.

도시락을 함께 나누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도시락을 함께 나누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한남대교를 거쳐 둘러 앉아 도시락 네트워킹을 가졌다.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은 건축가의 저서를 들고 와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문종민 씨도 사인을 받은 책을 보여주며 “책에서 읽은 내용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가을여행주간으로 다양한 여행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시는 가을여행주간으로 다양한 여행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시는 10월 20일부터 11월 4일까지인 가을여행주간 프로그램으로 ‘명사와 함께하는 서울 건축여행’을 실시한다. 행사는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관광콘텐츠를 발굴, 기획하고 홍보하여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하고, 국내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취지로 진행된다. 22일에는 ‘황교익 맛칼럼리스트와 함께하는 미식여행 투어’가 진행된다. 참가자 모집은 17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을 통해 접수 중이다.

앞으로 또 다른 지역은 얼마나 더 새롭게 보이게 될까? 확실히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기존에 보았던 가로수길과 달리 보였다.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동일조건변경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