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한옥마을서 배운 ‘차 한 잔, 인생 한 잔’!
발행일 2018.10.11. 11:30
가을 햇살이 따스한 어느 날, 다례문화체험을 위해 남산골한옥마을을 찾았다. 다례체험은 말 그대로 차를 대접하는 의식이다. 한복 저고리를 착용하고서 다례를 체험할 수 있는 도구가 가지런히 놓인 상 앞에 앉았다.
체험에 앞서 강사가 인형을 세워놓고서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선시대 과거 급제자의 평균 연령은 36.7세로, 당시의 기대수명을 생각한다면 평생을 과거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19세에 장원급제를 한 이가 있었으니, 맹사성이다.
맹사성은 조선 전기의 재상으로, 황희와 함께 조선 전기 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어느 날 세종이 맹사성에게 차 한 잔을 기울이는데 차가 흘러넘쳤다. 맹사성이 차가 넘친다고 말하자 세종은 “너는 차가 넘치는 것은 보이면서, 어찌 네 지식이 넘치는 것은 보이지 않느냐! 넘치는 것은 부족함만 못 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남자들은 차를 어떻게 따랐을까? 엄지로 다관(차를 우리는 주전자)의 뚜껑을 누르면서 그릇의 높이만큼 반절을 따랐다. 두 손으로 잔을 잡는 것은 소중한 나를 대접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다식만들기와 절하는 법을 배우고 난 후 차 마시는 법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체험방으로 이동했다. 차를 우리고 있는 강사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진한 찻잎의 향기보다 더 맛깔스런 강의가 시작됐다.
찻잎 끓인 것(연잎차, 녹두차, 황차, 우엉차)을 돌아가면서 향을 맡았다. 잔을 살짝 흔드니 향이 더 좋았다. 차를 마실 때도 한 번에 마시지 말고, 차를 한 모금 머금고 입안에 혀를 굴리며 공기를 불어 넣으니 맛과 향기가 같이 느껴진다.
입안에서 제일 짙은 발효차인 황차는 구수한 맛이 나고, 우엉차는 평상시 우엉을 먹던 맛이 연잎 차에서는 부드러운 맛이 났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맑고 투명하고 색이 선명하면 맛이 좋다. 색이 탁하면 너무 많이 우려낸 것이다. 티백도 그대로 넣어서 그대로 빼는 것이 좋다. 티백을 흔들면 차의 맛이 과하게 우러나서 맛이 탁하다. 그래서 차 맛을 아는 사람은 흰 찻잔을 쓰며, 찻물 색을 감상한다.
두 번째로 끓여낸 차가 오고갔다. 좀 전에 느끼지 못했던 향과, 차를 우려낸 향 그리고 찻잔에 남아 있는 잔향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하루에 차를 한 잔 마셨을 경우, 감기가 떨어지며 눈과 머리를 맑게 하고, 냄새를 없애준다. 항암 효능과 고혈압 당뇨에도 좋다.
그렇다면 차는 하루에 몇 번, 얼마만큼의 양을 먹어야 할까? 보통 차 한 잔의 양은 커피가 담긴 머그컵 크기로 160mm이다. 앉은 자리에서 차를 세 네 번 우려 다섯 번은 마셔야 좋단다.
벌써 등줄기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차를 마시고, 5분 지나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정상인 사람의 경우 몸이 따뜻해지고 뜨거워지면서 등줄기가 따뜻해진다.
평소 직장생활을 하며 차를 생활 화 하라. 차를 마실 때 보통 혼자는 잘 마시지 않는다. 미운사람과 차를 나눠보자. 차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좋은 사람이 주변에 어우러진다.
끝으로 우리가 차를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만 기억하자. 차의 양과, 물의 온도와 끓는 시간이다. 찻물의 온도는 조금씩 다른데, 펄펄 끓는 물 100도씨의 물을 사용하면서 온도가 뜨겁다 싶으면, 시간을 단축하여 우려낸다. 이 삼박자가 맞으면 차를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다례문화 체험을 하며 따스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우리의 전통문화가 서울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 남산골 한옥마을 ‘다례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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