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찾아간 이곳에 시인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명섭

발행일 2018.10.08. 15:59

수정일 2018.10.11. 11:19

조회 1,029

윤동주 시인의 언덕

윤동주 시인의 언덕

정명섭의 서울 재발견 (7) 윤동주 문학관

나는 윤동주 문학관 앞에서 종종 이곳에는 시인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동행한 사람들이 시인의 바람은 대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 때 마다 제대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서 쓴 웃음을 짓거나 우물거린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시인의 바람이 자하문 고개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에 불고 있다고 말이다. 이곳에 윤동주 문학관이 세워진 것은 자하문을 품고 있는 인왕산 자락이 윤동주가 하숙을 하던 수성동 역시 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민족 시인으로 알려진 윤동주는 1917년,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이 증조부 때 북간도로 건너갔다가 명동촌으로 옮겨져 정착하면서 그곳이 고향이 된 것이다. 용정으로 이주해서 중학교를 다니던 그는 평양의 숭실중학교를 거쳐서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다. 이후 일본 유학을 떠나지만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서 1945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가 썼던 원고들은 후배인 정병욱이 자신의 집 마루 밑에 숨겨놨다가 1948년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으로 나오게 된다.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윤동주 문학관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윤동주 문학관

윤동주 문학관은 그의 시가 주는 순백의 고결한 느낌처럼 새하얀 색으로 되어 있다. 건물은 조금 이상한데 폐쇄된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고쳐서 2012년 문을 연 것이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애걔~’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가운데 우물 모형이 있는 곳에 서서 둘러보면 전부 다 보일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동주 문학관은 그곳이 전부가 아니다. 한줄기 빛이 스며드는 영상전시관도 있고, 자그마한 노천카페가 있는 지붕은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부터 연결된 계단을 오르면 시인의 언덕과 만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오르면 인왕산 너머로 펼쳐진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다. 인왕산과 북악산에서 불어오는 도시에 상처 받지 않은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밤하늘의 아름답고 영롱한 ‘별’을 볼 수 있으며 시인의 언덕에 자리 잡은 바위에 새겨진 서‘시’와 만날 수 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매주 월요일(발행일 기준) ‘서울 재발견’이란 제목으로 정명섭 소설가가 서울 구석구석 숨어 있거나, 스쳐 지나치기 쉬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보물 같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명섭은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역사를 들여다보며 역사소설과 인문서 등을 쓰고 있으며, <일제의 흔적을 걷다>라는 답사 관련 인문서를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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