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맛도 가격도 A급! 못난이 농산물의 재발견

시민기자 이현정 시민기자 이현정

Visit594 Date2018.09.11 10:18

청주 토종오이와 보은 토종가지인 쇠뿔가지, 매끈하진 않아도 맛과 영양 모두 좋다

청주 토종오이와 보은 토종가지인 쇠뿔가지, 매끈하진 않아도 맛과 영양 모두 좋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108) 못난이 아니 귀염둥이 농산물의 맛있는 변신

​못생겨서 버려진다? 1년에 272만 톤, 전 세계 농산물의 3분의 1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과일이며 채소 가격에 장바구니를 줄이고 또 줄이고 있건만, 한편에선 버려지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울퉁불퉁 ​​들쑥날쑥 겉모습만 못났을 뿐, 맛과 영양은 차이가 없는데도 버려지는 농산물들. ​​유래 없는 폭염과 폭우 속에 흠집 하나 없이 튼실할 수 있을까 싶건만, 마트에는 매끈하게 고운 과일과 채소들로만 채워져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모순덩어리인 이런 현상에 반기를 들고, 못난이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못난이 농산물의 재발견에 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귀염둥이 농산물 음식 박람회’에서 직접 요리 시연 후 시식행사도 가졌다

‘귀염둥이 농산물 음식 박람회’에서 직접 요리 시연 후 시식행사도 가졌다

“감자만 해도 옛날에는 콩알만한 것까지 다 걷어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밭에 버려지죠. 인건비라든지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형마트에선 규격화를 원하기도 하고요. 그 기준에 맞지 않는 농산물들은 판로가 없으니 버려지는 거죠.”
지난 ‘3도 3군 귀염둥이 농산물 음식 박람회’에서 만난 이상훈 농부의 설명이다.

규격에 맞지 않는 농산물은 흔히들 ‘못난이’ ‘B급’ ‘비매품’이라고 해 헐값에 팔리거나 버려진다. 하지만 이곳 박람회에선 귀염둥이 농산물이라며 소비자들이 먼저 찾고 있다.

“자기 나름대로 개성이 있는 것이지, 못생긴 것은 아니에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맞춰 키운 것입니다. 비바람도, 햇볕도, 땅의 척박함도 견디며 자랐기에 우리에게 힘을 주는 ‘귀염둥이 농산물’입니다. 좋은 음식 재료는 햇빛과 물, 바람, 공기, 그리고 농부의 수많은 손길을 거칩니다. 농부들의 수고로움을 안다면 못생긴 게 아니에요. 고마운 존재이죠.”
한식진흥원 이사장인 선재 스님은 이날 박람회에서 강연을 통해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알려주며 ‘귀염둥이 농산물’이라 부를 것을 제안했다.

“못생겼냐 예쁘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떤 땅에서 어떻게 키웠는지, 화학비료나 성장촉진제, 살충제를 썼느냐 안 썼느냐가 더 중요한 거죠.”

강연과 대담 후 귀염둥이 농산물을 구입하는 선재스님과 시민들

강연과 대담 후 귀염둥이 농산물을 구입하는 선재스님과 시민들

이곳 박람회엔 실제 농약 없이 키운 농작물뿐 아니라 토종 씨앗으로 재배한 농산물도 만날 수 있었다. 이상훈 농부 또한, 사라져가는 토종 씨앗들을 찾아 재배하고 있다.

“채소는 99%가 개량종입니다. 수확량이 많고 모양이 일정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에 잘 적응된 종자로 개발된 것이죠. 반면 토종 종자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수확량도 많지 않고 상품성도 낮지만, 토종 종자는 저마다 특유의 맛과 향, 색을 지녔다. 골짜기 골짜기 땅의 특성과 환경에 맞게 각양각색으로 자란 씨앗이다. 이러한 토종농산물도 겉모습이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로를 찾기 어렵다. 토종 종자를 살리는 것이 우리 농업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명감과 책임감 없이는 재배하기 어려운 이유다.

귀염둥이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

이미 프랑스나 영국,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이 인기다.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캠페인과 판촉 행사로 성공한 대형 유통 업체 사례도 늘고 있다. 관련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가공 판매해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조금씩 늘고 있다.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못난이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하거나 유통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머스페이스’, ‘지구인컴퍼니’, ‘프레시어글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못난이 농산물 전문 쇼핑 플랫폼을 운영하며, 농가와 소비자, 농가와 가공식품업체를 연결한다. 또한, 못난이 농산물을 재가공해 판매하기도 한다. 못난이 농산물의 의미를 스토리에 담아 전달해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를 돕는다. 파머스페이스가 우박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우박 맞은 사과를 보조개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주일 동안 10톤가량 판매되었다고 한다.

귀염둥이 농산물 음식박람회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 대담 시간을 가졌다

귀염둥이 농산물 음식박람회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 대담 시간을 가졌다

서울 곳곳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을 알리고 판매하는 행사도 열린다. ‘3도 3군 귀염둥이 농산물 음식 박람회’에서는 충남 금산군, 충북 영동군, 전북 무주군 3도 3군의 귀염둥이 농산물을 알리고 농부들의 이야기도 들으며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자리를 가졌다. 귀염둥이 농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 시연과 함께 시식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표고깻잎삼각전, 표고버섯밥과 더덕구이, 베트남 요리인 분팃싸오와, 고이따오, 일본 요리인 나스노미소 치즈야기와 큐리카나페 등을 맛볼 수 있었는데, 농가에서 직접 가져온 농산물이라 오히려 더 건강하게 느껴졌다.

충북 영동 조규태 생산자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레드러브’ 사과(좌), 분팃싸오를 먹기 좋게 라이스페퍼에 싸서 시식했다(우)

충북 영동 조규태 생산자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레드러브’ 사과(좌), 분팃싸오를 먹기 좋게 라이스페퍼에 싸서 시식했다(우)

못난이 농산물은 일반농산물보다 20~50% 저렴하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우리 농가도 살리고 환경까지 보호한다.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지는 농산물은 썩어서 악취와 함께 고농도 폐수가 되어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못난이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음식쓰레기를 줄이고,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다.

이젠 겉모습만 반지르르한 농산물보다는 실속 있는 못난이 농산물, 아니 귀염둥이 농산물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겉만 번지르르한 예쁜 농산물보다 조금 못났더라도 맛과 영양은 전혀 손색이 없는, 값도 싸고, 환경도 보호하며, 우리 농가도 살리는 귀염둥이 농산물을 이용해보자.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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