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지하에 숨겨진 '불멸의 영웅 이순신' 이야기

정명섭

발행일 2018.09.10. 13:20

수정일 2018.09.10. 13:20

조회 4,246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정명섭의 서울 재발견 (4) 광화문광장 지하

나는 어릴 때 악당 로봇이 나타나면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돔 지붕이 열리고 태권V가 출동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2011년에 국회의사당에서 태권V가 출동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태권V만큼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바로 거북선이다. 아마 1979년에 나온 만화영화인 우주전함 거북선이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우연찮게 광화문 지하에서 거북선을 발견했을 때 정말로 광화문광장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을까 아주 잠깐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광화문광장 지하에 거북선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에 수 만대의 차량과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광화문 광장의 지하에 뭔가 있을 것을 상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 지하에 거북선이 자리 잡게 된 것은 광화문 광장의 탄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 2008년 공사에 착공하면서 필요가 없어진 지하공간에 세종대왕의 기념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뒤이어 이순신 장군에 관한 기념공간도 조성되면서 거북선이 들어선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관리 중이며 이곳에서는 ‘세종이야기’, ‘충무공이야기’라고 이 공간을 부른다. 광화문 광장이 조성되면서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의 동상이 세워지면서 지하에 기념 공간이 들어선 것이다.

지하 전시관은 잘 조성돼 있다. 안내 데스크를 지나면 난중일기를 비롯해서 무과에 급제하고 받은 교지, 당시 사용된 무기와 깃발, 연표로 만든 일대기를 비롯해서 판옥선과 거북선에 관한 그림과 설명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공간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4D 체험관을 비롯해서 홀로그램을 이용한 영상이나 게임 같은 것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전시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점은 낯설고 오래된 이순신이라는 이미지를 가깝게 만들어준다. 거북선의 격군이 되어서 노를 저으면서 일본군의 함선을 추격하는 게임을 비롯해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수군이 사용한 각종 총통으로 일본군의 함선을 격침시키는 게임도 있다.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거북선

그리고 이곳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거북선과도 만날 수 있다. 공간 문제 때문인지 실물 크기보다는 절반 정도로 축소되어 있지만 대신 내부를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부는 거북선에 실제 탑승했던 격군과 포수들이 마네킹으로 재현되어 있고, 노와 총통 같은 것들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직접 체험하고 볼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더 없이 적당하다. 바로 옆에는 세종대왕을 소개하는 기념공간인 세종대왕 이야기가 있으니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개인적으로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광화문이라는 역사가 깊은 공간의 지하에 자리 잡았으며,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매주 월요일(발행일 기준) ‘서울 재발견’이란 제목으로 정명섭 소설가가 서울 구석구석 숨어 있거나, 스쳐 지나치기 쉬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보물 같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명섭은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역사를 들여다보며 역사소설과 인문서 등을 쓰고 있으며, <일제의 흔적을 걷다>라는 답사 관련 인문서를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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