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이 50+세대에 전하는 인생 메시지

시민기자 최은주

발행일 2018.07.05. 16:22

수정일 2018.07.05. 16:23

조회 1,971

올해 말까지 50플러스 남부캠퍼스 지하에선 신영복 선생의 서화특별전이 열린다

올해 말까지 50플러스 남부캠퍼스 지하에선 신영복 선생의 서화특별전이 열린다

50+남부캠퍼스 지하에서 고(故) 신영복 선생의 <신영복, 50+에게 말을 걸다>라는 서화전이 열리고 있다. 50+재단과 성공회대학교, 사단법인 ‘더불어숲’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신영복 선생의 독특한 서체와 그림이 담긴 대표적인 서예 서화작품 20점이 전시중이다.

신영복 선생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년간 감옥살이를 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서체를 완성했다. 사람들은 진실의 힘과 시대의 메시지가 느껴지는 선생의 글씨를, ‘신영복체’ 혹은 그의 호를 따서 ‘쇠귀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의 대표 소주에 쓰인 ‘처음처럼’도 선생의 작품이다. 소주 이름을 놓고 고민하던 회사에서 ‘처음처럼’을 보고 소주 이름으로 써도 되는지 사용허락을 구해왔다. 신영복 선생은 흔쾌히 허락하면서 이름과 글씨체를 사용하는데 어떠한 대가도 사양했다고 한다. 결국 주류회사에서 그가 몸 담고 있던 성공회 대학에 거액의 장학금을 내놓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신영복 선생의 독특한 서체와 그림이 담긴 서예 서화작품 20점이 전시중이다.

신영복 선생의 독특한 서체와 그림이 담긴 서예 서화작품 20점이 전시중이다.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50+남부캠퍼스 지하에 내려가 보니 하얀 벽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1학기 강의가 끝나고 여름학기를 막 시작한 캠퍼스는 조용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삼사오오 작품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그런데 작품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며 감상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여느 전시회와는 좀 달랐다. ‘누구나 꽃’이라고 쓰인 작품 앞에선 ‘누’자와 ‘구’자의 서체가 다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더니 ‘처음처럼’ 앞에선 이야기가 길어졌다.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여,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선생의 책 11페이지에 나오는 말을 인용해 글씨가 담고 있는 뜻을 알려주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틈에서 알게 된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내게도 큰 힘이 됐다.

신영복 선생의 글씨 한 자 한 자에는 큰 우주가 담겨있다

신영복 선생의 글씨 한 자 한 자에는 큰 우주가 담겨있다

삶과 사람이 한 가지라는 뜻을 담은 '삶',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특사단의 기념촬영 배경으로 잘 알려진 '통(通)’, 진정한 독서는 삼독이라고 알려주는 ‘서삼독(書三讀)’ 등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글씨가 나오면 스마트폰에 담으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깊이 새기는 듯했다.

이번 전시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50+세대를 위한 성찰과 사색의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열린 정원에 나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복잡하고 시끄러운 마음을 정리하기에 좋다.

지하의 신영복 선생 서화전과 함께 1층에선 신영복 선생의 주요 저서를 읽어볼 수 있다.

지하의 신영복 선생 서화전과 함께 1층에선 신영복 선생의 주요 저서를 읽어볼 수 있다.

또한 1층 서재에 가면 신영복 선생의 주요 저서를 전시해 놓았다. ‘처음처럼’ ‘더불어숲’ ‘나무야나무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담론’ 등의 책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으니,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그 작품에 담긴 신영복 선생의 생각과 갚은 뜻을 알고 싶다면 하얀 테이블에 앉아서 읽어보자. 선생께서 글씨 한 자에 얼마나 큰 우주를 담아놓았는지 감탄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독서는 삼독이라고 알려주는 ‘서삼독(書三讀)’ 서화

진정한 독서는 삼독이라고 알려주는 ‘서삼독(書三讀)’ 서화

문의 : 50플러스 남부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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