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문화유산 1호’ 최순우 옛집을 찾아서

시민기자 채경민 시민기자 채경민

Visit550 Date2018.06.25 15:37

향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중앙 정원

향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중앙 정원

서울 성북구 성북동 골목 안에 한옥 한 채가 자리잡고 있다. 다세대주택에 둘러싸인 한옥은 목가적인 풍치를 자아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화재를 사랑하고 알리는 데 앞장섰던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1916~1984) 선생이 1976년부터 1984년 작고할 때까지 살던 집이다. 최순우 선생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로 더 유명하다. 빼어난 눈썰미로 우리 문화유산에 담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데 평생을 바쳤고,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하면서 박물관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최순우옛집 안내자료(좌), 최순우 선생이 사용했던 물건들(우)

최순우옛집 안내자료(좌), 최순우 선생이 사용했던 물건들(우)

‘최순우 옛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열려 있지만, 이 집은 한때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2000년대 초, 성북동 일대에 다세대주택 건립 바람이 불면서 개발을 피해가기 어려웠던 것. 이러한 소식을 들은 자연, 문화유산 보존단체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10억 원을 모금해 이 집을 매입했다. 최순우 옛집은 이렇게 ‘시민문화유산 1호’로 다시 태어났다.

창문을 통해 펼쳐지는 뒷마당 풍경은 한폭의 그림 같다

창문을 통해 펼쳐지는 뒷마당 풍경은 한폭의 그림 같다

입구에 들어서면 향나무와 소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00년이 훌쩍 넘은 나무라고 하니 이 집의 역사를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옆으로는 네모난 형태의 우물과 돌로 만든 작은 절구가 놓여 있다.

집필 공간으로 이용된 사랑방

집필 공간으로 이용된 사랑방

바깥채는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순우 선생의 저서가 전시되어 있어 누구나 들어가서 읽을 수 있다.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저자의 공간에서 읽어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새롭게 느껴진다.

최순우 선생이 직접 쓴 현판

최순우 선생이 직접 쓴 현판

부엌으로 쓰던 공간에는 안경, 라디오, 사진기, 육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사랑방 입구에는 최순우 선생이 직접 쓴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현판이 걸려 있다. ‘문을 닫으면 곧 깊은 산중’이라는 뜻으로 평소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던 그의 지론이 담긴 듯하다.

뒷마당에서 본 안채

뒷마당에서 본 안채

안내요원의 도움을 받아 사랑방으로 들어갔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뒷마당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단풍나무, 대나무, 석물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동양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뒷마당에 나가 한참을 서 있으니 마치 산 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방 입구에 걸린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바깥채에 앉아 선생의 책을 읽을 수 있다

바깥채에 앉아 선생의 책을 읽을 수 있다

한켠에 있는 돌의자에 앉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다시 펼쳤다. 때마침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주택은 조촐하고 의젓하며 한국의 자연풍광과 그 크기가 알맞다. 하늘을 향해 두 처마 끝을 사뿐히 들었지만 날아갈 듯한 경쾌도 아니요 조잡한 듯하면서도 온아한 미덕과 질소한 기능과 구조가 이 지붕 밑에 한국 사람들의 담담한 마음씨를 담기에 참으로 격이 맞다”

성북동 최순우옛집 입구

성북동 최순우옛집 입구

한국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 관람료는 없고 매주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 최순우 옛집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15길 9
○교통 :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도보 10분
○관람기간 : 4월 1일 ~ 11월 31일, 매주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동절기 휴관)
○관람요금 : 무료
○문의 : 02-3675-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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