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다리' 광진교 낭만 산책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8.06.20. 13:22

수정일 2018.06.20. 17:35

조회 2,033

서거정의 ‘광진촌서만조’ 시비

서거정의 ‘광진촌서만조’ 시비

“천지간의 좋은 풍경 강호상에 들어오는데 / 천리나 넓은 안개가 수묵화를 펼쳐 놓았구나 / 갈매기 날아가는데 수면이 밝았다 어두웠다 / 푸른 하늘 저 끝엔 산이 보이다 말다 하네...(이하 생략)” 조선 초 문신 겸 학자였던 서거정이 해질 무렵 강동지역 한강변에서 한강과 광나루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시 ‘광진촌서만조’의 일부이다. 지금도 천호동쪽 광진교 남단에는 그의 시비가 서 있다.

예로부터 한강에는 마포나루, 양화나루 등 사람과 말, 곡식, 소금 등을 실어 나르는 유명한 나루터가 여러 곳 있었다. 그 중 한강상류의 대표적 나루터는 바로 광나루였다. 1920년대에는 증기선으로 화물차나 버스 같은 것도 도강해주었고, 1930년대에는 하루 수백 대의 자동차, 우차, 손수레 등을 운반해야 했다. 이를 위해 1936년 10월에 길이 1,037.6m, 너비 9.4m의 2차선 도로로 건설한 것이 광진교이다.

1900년 한강철교를 시작으로 1917년에 건설된 한강대교와 함께 세 번째로 건설된 광진교는 6.25 전쟁 때 작전상 폭파되는 슬픈 운명을 맞이한다. 하지만 한강철교 및 한강대교와는 달리 ‘광진교 폭파’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의 광진교는 광장동과 천호동을 연결하는 길이 1,056m, 너비 20m의 다리로 2003년 11월 4일 새로 건설한 것이다.

광진교 북단은 서울둘레길 제3코스의 시작점이다.

광진교 북단은 서울둘레길 제3코스의 시작점이다.

오랜만에 광진교를 걸었다. 광나루역 2번 출구에서 시립서울천문대를 지나 도보 10여 분, 저만치에서 빨강우체통이 눈에 들어온다. “다리 위에 우체통?”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던 그 ‘빨강우체통’,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서울둘레길 안내판과 함께 설치된 인증 스탬프 시설이다. 쓸모가 없어져 방치되던 우체통을 둘레길 탐방객들에는 더 없이 반가운 스탬프 시설로 활용하다니, 재활용의 모범 사례를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

광진교 북단은 서울둘레길 제3코스(고덕·일자산 구간)의 하천길 시작점이다. 아차산에서 지친 여행자들이 시원한 강바람과 한강을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구간이다.

오솔길 같이 정감가는 보행로

오솔길 같이 정감가는 보행로

우체통을 뒤로 하고 몇 걸음 나아가니 ‘보행자전용도로’ 간판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꽃, 잘 가꾸어진 화단, 쉼터와 음악벤치, 아리수 음수대, 오솔길 같이 정감가는 보행로는 여느 한강 다리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다.

또한 다리 양쪽에는 6개의 발코니형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하류를 바라보면 천호대교와 올림픽대교, 제2롯데빌딩 등이 한 눈에 들어오고, 상류로는 워커힐 언덕과 굽이치는 한강이 강변북로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보행자전용도로 반대편 구리방향에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설치돼 있다. 자전거로 자유롭게 강남·북을 오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강다리이다.

광진교에 위치한 ‘광진교8번가’카페

광진교에 위치한 ‘광진교8번가’카페

광진교 중간에는 특별한 전망대 하나가 숨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3개 밖에 없는 교각 전망대인 ‘광진교8번가’이다. 높다란 교각 위, 확 트인 전망과 강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유리 전망대 바닥은 연인들 사이에 소문난 인기 만점 데이트 장소란다. 밤이 오면 이곳에서 아름다운 야경에 어울리는 로맨틱 콘서트가 펼쳐진다. 재즈, 클래식, 7080, 힙합 등 테마에 어울리는 ‘다리아래(Dahlia來)’ 공연, 관객들의 참여는 물론 프러포즈와 같은 특별한 이벤트로 나만의 추억 만들기도 가능하다.

광진교8번가에서는 전시, 공연은 물론 프러포즈 이벤트도 진행된다.

광진교8번가에서는 전시, 공연은 물론 프러포즈 이벤트도 진행된다.

천호동쪽 전망대는 드라마 ‘아이리스(IRIS)’를 촬영했던 다목적 전시장이다. 미술작품, 액세서리, 일상생활 소품 등 다양한 전시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시민들의 문화 감성을 충전하고 편안한 휴식을 위한 교각 위 특별한 문화 공간, 서울의 랜드 마크다움이다. 관련 정보와 참여는 광진교8번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장소였던 전망대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장소였던 전망대

광진교에는 최근 또 다른 서울의 명소가 하나 생겼다. 바로 ‘태양의 다리, 서울’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태양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의 하나로, 광진교 8번가 위쪽에 설치됐다. 특히 영국 템즈강의 빅토리아 철교와 같이 교량 상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필요한 전력을 대체하고 야간에는 LED 조명으로 활용한다.

광진교에서 바라본 풍경

광진교에서 바라본 풍경

서울둘레길 하천 길의 시작점이자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곳, ‘광진교 8번가’와 ‘태양의 다리’을 만날 수 있는 곳, 광진교는 이렇듯 많은 매력을 지닌 장소다. 많은 이들이 광진교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면 이 다리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광진교 :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천호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 광진교 8번가

-운영시간 : 10:00~22:00 (4월~10월), 휴무일 : 매월 2,4주 월요일,

-홈페이지 : http://riverview8.co.kr

-문의 : 02-476-0722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