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방법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8.06.19. 13:33

수정일 2018.06.20. 13:22

조회 1,860

마르쉐 장터에서 만난 ‘초록손가락’. 이곳엔 장바구니, 휴대용기 등을 들고 오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마르쉐 장터에서 만난 ‘초록손가락’. 이곳엔 장바구니, 휴대용기 등을 들고 오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함께서울 착한경제 (102) 마르쉐@ 장터에서 배우는 ‘쓰레기 제로’ 비법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 대한민국! 또 하나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비닐봉지 사용량도 만만치 않은데, 국민 1인당 연간 420개로, 핀란드(4개)의 100배에 이른다고 한다. 일회용 컵이나 일회용품, 비닐봉지 사용량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러다 환경 파괴 세계 1위 국가로 낙인찍히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이젠 좀 일회용품과의 결별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라이프', 즉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을 만나, 그 비법을 알아보았다.​

마르쉐@ 장터에서 만난 정보미, 송재금 모녀. 마르쉐 단골이라는데 용기까지 준비해왔다

마르쉐@ 장터에서 만난 정보미, 송재금 모녀. 마르쉐 단골이라는데 용기까지 준비해왔다

일상 속에서 쓰레기 제로를 실천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일회용 컵과 뚜껑, 일회용 컵홀더에 일회용 빨대까지 적지 않은 쓰레기가 나온다. 패스트푸드점이라면 각종 포장지와 봉투, 휴지까지 더해진다. 도시락이나 배달음식이라도 시켜 먹자면 각종 용기에 비닐랩과 비닐 포장, 나무젓가락 등이 배출된다. 마트나 시장에라도 다녀왔다면, 크고 작은 플라스틱 상자와 종이상자에 스티로폼 용기, 랩과 호일, 각양각색의 비닐봉지들로 분리수거하기 바빠진다. 게다가 택배는 에어캡과 에어파우치, 종이뭉치 등 각종 포장 완충재 사이에서 포장재를 뜯고 또 뜯어 내용물을 찾아내야 한다. 별로 산 것도 없어 보이는데 뭐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한숨부터 나온다.

사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걸 그동안 별 의식 없이 사용하고 버려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거부하고 쓰레기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저희는 항상 그릇을 가져와요. 다른 마켓이나 축제 같은 데 가보면 끝나고 난 다음에 쓰레기들이 많이 나와서 쌓여있는 게 보기 안 좋았거든요. 여기는 정리하고 난 다음에도 되게 깨끗해서 좋아요."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혜화’에서 만난 정보미, 송재금 씨는 장바구니에 종이 봉지며, 그릇과 수저, 물병 등을 담아 나왔다. 마르쉐 농부들과 요리사들이 준비한 건강한 음식들도 미리 준비해온 그릇에 받아 쓰레기 배출 없는 삶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매번 마르쉐 장이 설 때마다 들른다는데, 믿을 수 있는 음식이나 물건을 살 있어 단골이 되었다고 한다. 장바구니 정도야 가지고 다닐 수 있다지만, 담아갈 용기까지 챙겨온다니, 놀라웠다. 게다 마포구에서 이곳 혜화까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마르쉐 장터에선 장바구니를 가져오면 소소한 혜택을 제공한다.

마르쉐 장터에선 장바구니를 가져오면 소소한 혜택을 제공한다.

“​손님들이 몇 번 오시다 보면 그런 의식을 가지고 오세요. 아예 담아갈 수 있게 준비해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세요. 종이봉투나 유리병도 재사용할 수 있게 가져다주시고요. 저희도 이렇게 봉투에 담아드리면 일회용품 안 쓰게 돼서 좋고요."

'초록손가락' 팀은 텃밭 정원에서 바로 따온 신선한 채소와 직접 만든 페스토며 장아찌, 허브소금 등을 가지고 나왔다. 이곳 마르쉐엔 3년째 참가하고 있다는데, 장바구니며 통을 챙겨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렇게 오시면 저희가 또 조그만 선물도 드리고 그러거든요. 저는 오늘 오레가노를 차로 드실 수 있게 깨끗하게 말려 왔어요. 아예 공지를 낼 때 통을 가져오시면 좀 더 드린다거나, 이런저런 선물을 드린다고 공지합니다​."

이곳 마르쉐@ 장터에서 이런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던 건, 그저 돈과 물건의 교환만 이루어지는 시장이 아닌 남다른 가치를 담은 시장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과 관계, 대화가 있는 시장'. 바로 이런 마르쉐의 지향점이 이곳 마르쉐의 인기 비결이자, 담아갈 통과 장바구니를 준비해오는 수고로움조차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란 생각이 든다.

마르쉐@ 음식점에서는 일회용 용기 대신 그릇을 빌려주는데, 자원활동가들이 반납된 그릇들을 씻고 있다

마르쉐 장터에서는 일회용 용기 대신 그릇을 빌려주는데, 자원활동가들이 반납된 그릇들을 씻고 있다

생활 속 재활용 업(UP) 실천 방법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한살림이나 두레생협 등 생협 매장에서도 다들 장바구니를 이용한다. 흙이 묻은 채소들은 지난 소식지나 신문지 등에 싸서 가져간다. 장바구니를 미처 가져오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해 장바구니를 대여하기도 하고, 종이상자나 봉투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기도 한다. 종종 사용하지 않는 장바구니를 기증하거나, 종이봉지를 모아 가져다주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한다. 이웃과 환경까지 생각하는 정을 나눌 수 있는 매장, 단순히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작은 실천은 삭막한 서울의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마르쉐@ 장터나 생협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늘 준비해 다니다 보면 크게 불편하거나 힘든 걸 못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개인컵이나 물병 하나쯤 들고 다니는 건 어떨까? 언제 어디서 무얼 사게 될지 모르니, 작게 접어 핸드백에 쏙 넣어 다닐 수 있는 장바구니 하나쯤은 가지고 다니자. 휴지나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재사용 봉지나 병들도 꼬박꼬박 챙겨 필요한 곳에 가져다줘도 좋겠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됐다면, 분리배출이라도 확실히 하자. 되도록 빨대는 사용하지 않고, 종이컵과 컵홀더, 뚜껑은 제대도 분리해 버리도록 하자. 플라스틱, 종이, 스티로폼, 비닐 등 종류별로 제대로 분리해 버리자. 음료병이나 식품용기 등을 버릴 때는 안에 내용물이 남지 않도록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건전지, 폐휴대폰, 폐의약품 등은 꼭 따로 분리해 버려야 한다.

각종 세제나 샴푸 등은 리필제품으로 구입하고,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은 바로 버리기보다 수리해 사용하자. 잘 입지 않는 옷이나 신발, 장난감은 이웃과 나눠 쓸 수 있도록 아름다운 가게 등에 기증하도록 하자. 기증한 물품에 대해 기부영수증도 발행해주니, 연말 정산 시 세액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최근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로 유발된 쓰레기 대란은 재활용 쓰레기 관리의 문제점과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체계적인 관리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려는 실천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생각이 든다.

우유팩은 5년, 나무젓가락과 종이컵은 20년, 컵라면 용기나 기저귀는 100년 이상이 걸려야 완전히 썩어 분해된다고 한다. 땅에 묻으면 산소 공급이 어려워져 토지를 오염시키게 되며, 불에 태우면 일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배출돼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자료를 보면 일회용컵의 재활용률이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분리해 버리도록 하자.

지난 6월 10일 열린 마르쉐@혜화 장터 모습

지난 6월 10일 열린 마르쉐@혜화 장터 모습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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