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 책시장에서 모리사키서점을 만나다

시민기자 최은주 시민기자 최은주

Visit150 Date2018.06.14 16:44

‘밑줄책방’을 연 자유기고가 송미연 씨

‘밑줄책방’을 연 자유기고가 송미연 씨

영화 <모리사키서점의 하루하루>에는 남자에게 실연을 당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삼촌이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가치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주인공 타카코가 ‘진보초’의 헌책방을 돌아다니거나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햇살 비추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영화를 본 후 헌책방의 매력에 빠졌다. 도쿄에 간다면 영화의 배경이 된 헌책방 거리 ‘진보초거리’에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광화문 광장 ‘한평시민책시장’을 찾은 시민

광화문 광장 ‘한평 시민 책시장’을 찾은 시민

광화문 광장에서 ‘한평 시민 책시장’을 보고 영화가 떠오른 건 헌책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광장 중앙에 차려진 수십개의 부스에는 청계천 헌책방이 옮겨온 책들과 자신이 직접 읽은 책을 가지고 시민들이 꾸린 책방이 줄지어 있었다.

청계천은 우리나라 헌책의 메카였다. 1970년대 전성기에는 200여 개 이상의 헌책방이 줄지어 있어 근처에 가기만 해도 종이 냄새가 날 정도였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고 독서인구가 감소하는데다가 비싼 상가 임대료 등으로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20여 개 업소만 남아있다.

어린 아이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어린 아이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광화문광장으로 나온 헌책방은, 소설이나 수필집, 잡지는 물론 어린이용 만화책과 팝업북 등 다양한 책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진열된 책에 관심을 보였다. 만화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린 아이부터 자녀들 책을 뒤적이는 부모, 대하소설을 놓고 살까말까를 망설이는 중년까지, 나들이 나왔던 시민들은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할 수 없어 보였다.

밑줄 가득한 헌책을 판매하는 ‘내방책방’

밑줄 가득한 헌책을 판매하는 ‘내방책방’

한편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내방책방’ 코너도 눈길을 끌었다. ‘밑줄책방’은 자유기고가 송미연 씨가 연 자그마한 책방이다. 책방 이름대로 그녀의 책은 밑줄 천지였다. 밑줄 가득한 책에 일일이 감상을 적어두었던 책방 주인은 책이 팔려나갈 기미가 보이자 ‘‘안팔렸으면 좋겠다, 가슴이 철렁하다’’며 자기가 읽었던 책에 애정을 드러냈다. 책이 안팔리기를 바라는 이상한(?) 주인이었다.

바로 옆에는 10년 동안의 메모를 정리해 <서랍 속 낡은 공책>이라는 책을 펴낸 저자가 자신이 쓴 책과 읽은 책을 들고 나와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집 한 권 고르니 한 권을 덤으로 주는 인심 좋은 책방주인도 만날 수 있었다.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주는 ‘내방책방’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주는 ‘내방책방’

‘내방책방’은 개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재밌는 코너였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듯 책방마다 저마다 색깔이 있어 개인의 책방을 들여다보는 일이 즐거웠다. 헌 책의 재미는 누군가 읽다가 책 사이에 꽂아 놓은 마른꽃을 발견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읽으며 밑줄 그은 말들을 보며 그 책을 읽었던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고 교감하는데 있다.

더위가 한 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광화문 광장 노란 파라솔 아래서 ‘밑줄책방’에서 산 책을 펼쳐들었다. 한 쪽에선 흥겨운 버스킹 소리가 들리고, 차 없는 거리가 된 차도에선 아이들이 씽씽카를 타고 달렸다. 굳이 진보초거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헌 책이 주는 기쁨에 스며들 수 있는 날이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책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다

남녀노소 모두가 책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다

‘‘책을 읽지 않으면 세상의 겉 밖에 볼 수 없어. 얄팍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면 여기 있는 훌륭한 책들을 읽어봐’’
<모리사카서점의 하루하루> 영화에서 헌책방 단골 손님이 타카코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은 타카코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 들으면 좋을 말이다.

6월 24일에도 광화문광장에서 ‘한평시민책시장’이 열릴 예정이다. 돌아오면서 ‘내방책방’ 참가신청을 했다. 6월 24일엔 나도 광화문 광장에 한 평 책방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6월의 마지막 <한 평 시민 책시장> 일정
○ 일시 : 2018년 6월 24일 일요일, 12:00 ~ 17:00
○ 장소 : 세종대로 차 없는 거리
○ 내방책방 참가 신청 : https://goo.gl/cRAjUu
○ 문의 : 02-508-1052 , 서울도서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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