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비들이 성북동에 간 까닭은?

시민기자 박은영 시민기자 박은영

Visit520 Date2018.05.17 15:50

왕실의 비단창고에 전시된 화려한 색상의 비단

성북선잠박물관 내 왕실의 비단창고 전시실, 왕실의 예복으로 사용된 비단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선잠제(先蠶祭)’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선잠제는 조선시대 의복을 만드는 누에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일컫는다. 매년 3월 선잠단에서 이뤄졌다. 조선시대 왕비가 중요한 국가행사인 제사를 지내던 제단 ‘선잠단(先蠶壇)’이 바로 성북동에 있었다.

그 제례가 멈춘 것은 1908년 누에신 서릉씨(西陵氏)의 신위를 사직단으로 옮기면서부터다. 선잠단 주위로 도로가 들어서면서 제단 위엔 오랜 세월 민가가 세워졌다. 성북구는 1993년부터 중단됐던 선잠제를 재현, 문화행사로 확대했으며, 그 역사적 가치와 원형 복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1월이다. 성북동 선잠단지의 정밀발굴조사단은 선잠단의 원형을 알 수 있는 유적을 발굴했다. 그리고 지난 4월 10일, 선잠단이 위치했던 그 자리는 선잠제의 역사적인 자료 등을 복원 전시한 ‘성북선잠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성북동에 위치한 성북선잠박물관 외관

성북동에 위치한 성북선잠박물관 외관

‘성북선잠박물관’의 건물은 외관부터 색달랐다. 시선을 끄는 현대식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고풍스런 분위기에 압도당하기 충분했다. 층별 3개의 전시실은 선잠제의 기원과 역사, 선잠단 터의 어제와 오늘, 선잠제 실제 거행 모습 등을 복원 전시했다. 또한, 각 전시실은 부분 조명으로 오직 선잠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역사 속 선잠단이 허물어지고 다시 그 터를 찾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역사 속 선잠단이 허물어지고 다시 그 터를 찾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1전시실은 ‘터를 찾다’는 주제로 선잠단지의 역사를 전시했다. 양잠을 처음 시작했던 선잠 서릉씨를 신으로 모시고, 한 해의 풍요를 기원했던 조선초기부터 허물어진 후 다시 복원되기까지의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 전시하고 화면으로 담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3층 기획전시실에는 여성의 노동이었던 양잠에 대해 기록을 전시하고 있다.

3층 기획전시실에는 여성의 노동이었던 양잠에 대해 기록을 전시하고 있다.

‘예를 다하다’라는 주제의 제2전시실에서는 왕비가 주관한 국가의례였던 선잠제의 생생한 모습을 재현했다. 늦봄의 길한 뱀날, 선잠제에서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모습을 3D 이미지로 구현한 모형을 통해 그 시절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매듭의 손놀림과 염색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매듭의 손놀림과 염색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다.

‘풍요를 바라다’라는 주제로 구성한 3층의 기획전시실은 시선이 가는 볼거리가 가장 많았다. 선잠 수장고에는 길쌈에 사용된 도구, 바느질과 매듭 등의 작품과 실을 가공하는 도구들도 있었다.

개관기념으로 특별 전시된 노리개

개관기념으로 특별 전시된 노리개

또한, 선잠제를 통한 풍요기원의 결과물인 비단이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 왕실 여성의 예복과 큰머리를 장식했던 화려한 장신구를 전시했다. 전시된 자료 하나하나 정성과 노력을 다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성북선잠박물관 하늘정원. 성북동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성북선잠박물관 하늘정원. 성북동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하늘정원으로 꾸민 4층에는 한양도성과 성북동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양도성이 감싸 안은 성북동이 백여 년 전 만해도 조선 왕비들이 줄지어 행차하던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바람이 좋은 날 박물관을 둘러보고 옥상에 올라 한쪽으로 보이는 한양도성과 성북동 일대의 경치를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선잠제에서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모습을 복원한 모형

왕비가 주관한 국가의례였던 선잠제의 모습을  복원한 모형

조선시대 의복문화와 생활사를 복원한 명소로 자리 잡은 성북선잠박물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초등학생 단체 대상 ‘선잠역사문화교실’과 가족 대상 ‘함께 그리는 가화만사성’ 프로그램이 7월까지 계속된다. 프로그램 신청은 성북선잠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으로 ‘비단실의 예술 매듭장 김은영 展’이 마련돼 있어, 다양한 자태의 노리개와 비단주머니, 매듭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성북선잠단은 조선시대부터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 남아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하루 평균 50명, 교육프로그램이 있는 날에는 하루 100명 가까이 찾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관한지 한 달 조금 넘은 성북선잠박물관은 아직 사람들에게 낯설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귀하게 복원된 선잠단의 역사를 알았으면 좋겠다. 변화와 발전은 먼저 있던 것들에 대한 존중을 필요로 하니 말이다.

■ 성북선잠박물관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96
○교통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직진 후 900미터 도보 약 10분
○관람시간 :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연휴 휴관)
○홈페이지 : http://museum.sb.go.kr/
○문의 : 02-744-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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