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다녀온 시민들, 공감대는 바로 ‘평화’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18.05.03. 17:37

수정일 2018.05.03. 18:04

조회 641

북한 땅을 바라보는 시민들

북한 땅을 바라보는 시민들

“남과 북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다.”

4.27 판문점 선언이 남북 정상에 의해 전 세계에 선포됐다. 평화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을 뗐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들이 보여준 퍼포먼스와 회담 장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반도 평화가 다가올 것을 더욱 기대케 만들었다. 그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서울시는 시민들과 함께 DMZ를 찾았다.

봄바람 타고 떠나는 공감여행 단체사진

봄바람 타고 떠나는 공감여행 단체사진

서울시는 지난 28일, 시민 100명과 한반도 분단의 현장인 비무장지대(DMZ)로 향하는 ‘봄바람 타고 떠나는 평화 공감여행’을 떠났다. 서울시와 서울관광마케팅이 주관한 이번 여행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축하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기획했다.

이번 여행은 쉽게 갈 수 없는 곳들을 볼 수 있었다. 제3땅굴, 도라전망대, 캠프 그리브스 등 DMZ 내 장소들을 두루 다녔고 그리고 ‘큰별쌤’ 최태성 선생님이 전하는 역사 이야기, 토크콘서트를 마련해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평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췄다.

알찬 스케쥴과 의미있는 시간이 듬뿍 들어서인지 DMZ 여행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서울시는 지난 16일부터 인터넷으로 지원자를 모집했다. 또한 SNS로 DMZ 일일 여행에 대한 글들이 공유되면서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지방에 거주한 시민들도 관심을 보였다. 경쟁률이 약 50대 1. 4,994명이 지원한 것을 보면 일일 여행의 열기가 얼마나 컸는지 실감케 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시민들은 서울광장에서 모였다. 광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서울시는 페이스페인팅, 기념사진 촬영 등 아기자기한 이벤트들을 마련해 여행의 흥을 높였다.

페이스 페인팅 이벤트 참여한 어린이

페이스 페인팅 이벤트 참여한 어린이

아이들과 함께 대구에서 온 시민은 “새벽 4시 30분에 준비해 6시 열차로 이곳에 도착했어요. 평상시에는 너무 멀어서 가기 힘든 곳인데 이번 기회에 갈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최태성쌤과의 시간도 매우 기대돼요!”라고 가기 전 심정을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나와 DMZ로 떠나는 여행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정말 한반도에 봄이 온 것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를 물려줘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소명이다. 평화는 깨지기 쉬운 질그릇 같다. 이전에도 노력했다가 깨졌듯 정말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잘 갖춰나가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여행에서 DMZ 내 여러 곳들을 둘러보며 평화에 대한 소망을 가져보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여행단은 버스를 타고 경기도 파주에 있는 DMZ로 향했다. 비무장지대로 가는 길가에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향한 길과 일치해서인지 한반도기들이 펄럭였고 남북 평화 메시지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점점 북한과 가까워지면서 많은 시민들은 들떠 있었다. 길 표지판에 개성시 문구도 보여 신기하기도 했다.

시끌벅적 했던 버스 안이 한순간 조용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DMZ 입구에서 헌병이 버스 안으로 들어와 인원 체크할 때였다. 연신 웃고 떠들었던 아이들도 이 순간에는 입을 굳게 닫았다. DMZ에 입성한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DMZ 설명하는 안내원

DMZ 설명하는 안내원

여행단이 처음으로 머문 곳은 제3땅굴이었다. 제3땅굴은 북한군이 남한에 침투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1974년 9월 5일 귀순한 북한의 김부성씨에 의해 땅굴공사 첩보를 근거로 1975년부터 문산 지역에 대한 시추작업을 해서 1978년에 발견했다. 폭 2m, 높이 2m, 총길이는 1,635m에 달하고, 1시간당 3만 명의 병력 이동이 가능한 규모인 이 땅굴은 서울에서 불과 52km 떨어져 있어서 다른 땅굴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모를 쓰고 제3땅굴을 따라 내려갔다. 땅굴은 지하 73m로, 아파트 층수로 25층에 달할 정도로 깊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폭은 좁아지고 높이가 낮아져 걸어 다니기 불편했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사방에서 지하수가 흐르고 있고 쉽게 볼 수 없다는 신기함에 매료돼 그 불편함을 잊은 듯했다. 이곳은 촬영 불가한 장소라 기념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외국인들도 이곳에 방문해 ‘WOW!’ 감탄사를 연발하며 신기해 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도라전망대였다.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자리 잡은 전망대로 북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맨눈으로 휴전선과 함께 너머로 개성공단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북한과 아주 가까웠다. 탐방객들은 500원 동전을 투입해 망원경으로 북한을 들여다봤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망원경 렌즈에 눈을 떼지 못했다. 휴전선 사이로 대형 태극기와 인공기가 펄럭이는 현장의 적막함이 65년간 분단된 국가의 아픔을 말해주는 듯했다.

송찬용 씨 부부

DMZ 공감여행에 참가한 송찬용 씨 부부

탐방단 중 최고령인 송찬용 씨는 북한을 바라보며 옛 기억을 회상했다. 전방부대 대대장이기도 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전주에서 한국전쟁을 겪었어요. 인민군이 자행한 짓들을 눈으로 직접 봤죠. 굉장히 잔인했고 그들을 용서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의 가슴 속에서는 점점 용서와 화해, 평화의 씨앗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어제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하루 종일 행복했어요. 남북 정상이 8,000만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어요. 전 세계가 칭찬할 정도로 말이죠. 우리의 염원인 평화통일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으며 북한을 바라봤다.

도라산역 내에 있는 통일 전시관

도라산역 내에 있는 통일 전시관

북한 땅을 바라보며 평화를 기원한 탐방단은 북한과 철로로 이어져 있는 도라산역으로 이동했다. 도라산역은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에 있는 기차역으로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역이다. 도라산역 다음 정거장은 개성역이다. 7분이면 된다. 그 정도로 북한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기차역이다. 현재 이곳은 1일 1회 DMZ train으로 왕복 운행하고 있다.

자녀들을 데리고 DMZ 여행에 참여한 시민은 “다음 역이 개성역이라고 하니까 뭔가 먹먹한 기분이 든다. 철도가 연결돼 있지만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가까운 미래에 이 철로를 따라 북한을 넘어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때를 꿈꿔본다”라고 말했다.

도라산역 내에는 통일플랫폼이 전시돼 있다. 2015년 10월에 만들어진 이곳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남북 분단의 아픔을 평화통일로 승화시키기 위한 안보관광 테마 조성사업이다. 28년 전 통일을 이룬 당시 독일의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다. 독일이 베를린 장벽의 일부를 이곳에 기증해 직접 만져볼 수 있고 당시 독일 통일에 관한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경의선, 동해선, 경원선 등 남한과 북한이 철도로 이어지는 지난 노력들을 사진과 함께 볼 수 있다.

최태성 선생님과의 토크 콘서트

최태성 선생님과의 토크 콘서트

여행객들은 마지막 장소인 캠프 그리브스로 향했다. 이곳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후 50여 년간 미2사단 506 보병대대가 주둔했다가 1997년 미군 철수 이후 2007년 8월 한국정부에 반환된 곳이다. 장교 숙소, 생활관과 체육관 등 다양한 군 시설이 그대로 보존되어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문화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특성을 살려 민간인을 위한 평화안보 체험시설로 변신했다. 이곳에서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장소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파주 민간인 통제구역 내 최초 유스호스텔로 이용되고 있다.

캠프 그리브스를 둘러본 후, ‘큰별쌤’ 최태성 선생님과의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 최태성 선생님은 남한과 북한의 분단 상황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서 설명했다. 특유의 웃음과 함께 어린 아이들을 위해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시민들의 거침없는 질문에도 성심껏 답하면서 1시간 동안 토크 콘서트가 즐겁게 진행됐다. 이 시간을 끝으로 이날 여행이 모두 마무리됐다.

아내와 함께 왔다는 한 시민은 “어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이후 방문해서 그런지 여행하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네요. 아내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내 손잡고 북한 땅을 밟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 안준호 체육관광 국장은 “DMZ평화여행에 대한 시민 호응이 예상보다 좋아 올해 가을에는 500명 정도로 인원을 늘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라전망대 앞에서 공감여행 단체사진

도라전망대 앞에서 공감여행 단체사진

봄 여행주간 속 진행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평화’였다. 평화로 시작해서 평화로 끝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DMZ에서도,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언급한 것은 ‘평화’였다. 아마도 ‘평화’라는 공감대가 모두에게 형성된 여행이 아닌가 싶다.

봄의 절정을 달리는 5월, 한반도의 봄이 평화로 점점 물들고 있다. 이번 여행으로 많은 시민들이 한반도의 봄을 느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평화의 바람이 멈추지 말고 더 많이 불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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