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서울 나들이 코스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8.04.24. 17:00

수정일 2018.04.24. 17:22

조회 1,389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성공 개최' 기원 문화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성공 개최' 기원 문화제

함께 서울 착한 경제 (98)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떠나본 서울 평화 나들이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68년간의 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한반도는 휴전 상태로 보이지만, 전선 군인들끼리 잠시 교전을 멈춘 정전 상태다.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 인민 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된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같은 정전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여론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이 평화협정 체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정전협정 당사국이었던 중국과 미국 또한 종전 선언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대다수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전쟁과 평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되짚어보며,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서울 나들이 코스를 알아보았다.

6·25 한강방어선전투 기념비

6·25 한강방어선전투 기념비

한국 전쟁의 흔적을 찾아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한강대교 남단 노들나루공원(옛 노량진 배수지 시민공원). 이곳에는 ‘6·25 한강 방어선 전투 기념비’가 쓸쓸히 자리하고 있다. 공원을 즐겨 찾는 주민들도 지나치는 곳이다 보니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 영등포부터 노량진에서 흑석동에 이르는 지역은 한강 방어선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현장으로 꼽힌다.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고, 이로 인해 한강 이북에 있던 6개 사단, 4만 4,000명 가량의 병력은 대부분의 전투 장비를 버리고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질서하게 후퇴한 병력은 시흥 전투사령부 산하 혼성부대로 재편성되어 한강 방어선을 구축했다.

열악한 병력과 장비였지만, 6일 동안 북한군의 한강 도하를 지연시켜 후방에서 전력을 수습하고 미군과 유엔군이 참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6·25 한강 방어선 전투 기념비’는 한강 방어선 전투에서 희생된 956명의 전사자를 위로하고 이들의 공헌을 기리기 위해 조성됐다.

양화 인공 폭포 공원 내에도 영등포 부근에서 한강 방어선을 지켰던 제18보병연대(백골연대) 장병들의 투혼을 기리는 ‘한강방어백골부대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또한 강서구 개화산에는 당시 김포지구로 후퇴해 개화산에 방어진을 치고 장렬히 전사한 육군 제1사단 소속 장병을 추모하는 ‘호국 충혼위령비’가 있다.

서대문 연희동에도 한국전쟁 관련 유적이 있다. 한미연합군의 인천 상륙작전 성공 후, 북한군은 연희고지 일대를 서울 사수를 위한 마지막 방어선으로 요새화했다. 1950년 9월 21일 한강을 건넌 한국 해병대가 공격을 감행, 3일간의 혈전 끝에 104고지를 탈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마침내 28일 서울은 90일 만에 완전히 수복되었다. 서울수복의 최대 격전지였던 연희 104고지에는 ‘해병대 104고지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숭례문 전경

숭례문 전경

숭례문에 남아있는 총탄과 포탄 자국은 당시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준다.

숭례문에 남아있는 총탄과 포탄 자국은 당시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준다.

이처럼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서도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다. 서울 도심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복궁 수정전 기단과 경회루 기둥, 덕수궁 중화전 기단 뒤편, 문화역 서울 284 등 옛 건물들에는 한국전쟁 당시 총탄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숭례문의 화재로 소실되지 않고 남아있는 석축과 문루에도 그 흔적이 남겨져 있는데, 수많은 총탄과 포탄 자국이 당시 시가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려준다.​

전쟁이 남긴, 분단이 가져온 상처를 만나다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도 한국 전쟁의 면면을 알아볼 수 있는 역사 체험 장소다. 전쟁 발발부터 유엔군 참전, 그리고 정전협정까지 한국전쟁의 역사와 당시 전투 상황과 전투 장비 등이 전시되어 있다.

문득 ‘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다면?’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다리가 끊겨 맨몸으로 강을 건너고, 하얗게 쌓인 눈길을 걷고 또 걸어가는 전시된 사진 속 피난민들의 행렬 어딘가에서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도 아니면 최근 우이동에서 발견된 민간인 학살지, 그 비극의 역사 한가운데 있었을까?

다양한 전쟁 전시물을 볼 수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

다양한 전쟁 전시물을 볼 수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

전쟁기념관 동쪽 회랑에서 밖을 보면 이전을 앞둔 용산 미군기지 너머로 해방촌과 마주하게 된다. 정전 후 북에서 온 피난민들은 서울 남산 기슭으로 모여들었다. 헤어진 가족을 만나거나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찾아든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피난민촌이 형성되었고, 월남한 피난민들이 생활하던 곳이라 해서 해방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전쟁은 서울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당시 서울에 있던 주택 중 4분의 1 이상이 부서졌다고 한다. 어디 집뿐이랴. 학교며 관공서, 시장은 물론 공장과 같은 산업시설도 잿더미가 되었다. 폐허가 된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억척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음식 찌꺼기를 모아 끊인 꿀꿀이죽이 최고의 영양식이었던 절대 빈곤의 시대, 삶은 더 참혹했다. 삯바느질, 구두닦이, 날품팔이, 행상 등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일해야 했다. 천변이나 산기슭까지 여기저기 빈터에는 움막이나 천막, 무허가 판잣집이 들어섰다. 이와 같은 판잣집에서의 삶의 흔적은 청계천 박물관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요즘 분단을 오래된 적폐라고도 얘기들을 한다. 서울에서는 분단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북쪽 외곽 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대전차 방호시설도 대표적인 남북 분단의 상징물이다. 전쟁이 나면 북한군이 서울로 진입하는 것을 늦추려고 만든 방호시설로, 대부분 1970년대 중반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봉산역 옆에 있는 ‘평화문화진지’도 과거 대전차 방호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한 것이다.

회현 지하상가 등 1970년대 서울 도심에 만들어진 지하상가도 분단의 상징물이다. 전쟁 재발에 대비하기 위해 방공호 용도로 조성된 것이다.

현재 2018 남북정상회담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지난 2000년과 20007년 남북정상회담과 남북 교류의 역사를 사진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평소 쉽게 볼 수 생생한 자료들이니만큼 한 번쯤 봐도 좋겠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지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는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간혹 북한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전쟁 불사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핵 위협없는 진정한 평화를 시작할 수 있길 염원하고 있다. 서울에서 전쟁과 분단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위의 장소들 또한 이젠 더 이상 안보 관광지가 아닌, 평화 진지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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