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봉제 역사를 한눈에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시민기자 문청야

Visit877 Date2018.04.23 16:34

손때 묻은 낡은 재봉틀, 재봉틀을 돌릴 때마다 옷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손때 묻은 낡은 재봉틀, 재봉틀을 돌릴 때마다 옷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창신역에 내려 길 찾기 앱을 켜고 ‘이움피움 봉제역사관’을 찾아가는 길, 골목골목 집집마다 열려있는 창 안으로 옷을 만드는 풍경이 보인다. 정말 온 동네가 다 옷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하 또는 1층에 봉제공장 겸 작업장이 들어서 있다. 미처 보지 못한 2층에서도 옷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드르륵 드르륵’ 빠르게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오는 스팀다리미, 길가의 하수구에서도 하얀 연기가 올라온다. 잘 찾아가고 있는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순간 휙휙 지나가는 오토바이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든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원단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들이 만든 옷을 동대문 시장으로 배달하느라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것이다.

신기한 듯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길을 찾다보니 어느새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봉제산업의 1번지이자 패션산업의 메카 동대문의 배후 생산지인 종로구 창신동에 개관한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이음피움은 ‘잇는다’는 뜻과 ‘피다’는 뜻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새로운 미래를 피우기 위해서란다. 먼저 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부터 투어를 시작했다. 지하 1층은 안내/봉제작업실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봉제 자료실에 내렸다. 봉제와 관련된 책자와 잡지, 지역 봉제인 인터뷰 영상 등을 관람할 수 있다.

2층 단추가게, 바느질 키트를 사용해 봉제 굿즈를 만들어볼 수 있다.

2층 단추가게, 바느질 키트를 사용해 봉제 굿즈를 만들어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왔다. 우선 색색 단추가 눈에 띈다. 2층은 봉제역사관과 단추가게가 있다. 봉제역사관은 과거의 기억에서 시작하여, 손으로 완성되는 봉제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현재의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전시장의 중앙에는 손때가 묻은 낡은 재봉틀이 놓여 있는데 재봉틀의 휠을 돌리면 옷 한 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휠을 돌릴 때마다 영상이 바뀌는 것이 재미있어 여러 번 돌려보았다.

색색 액자마다 다양한 봉제산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색색 액자마다 다양한 봉제산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시장의 벽면을 가득 채운 핑크색, 밤색, 파랑색의 액자들도 이채롭다. 핑크색 액자에선 국내 또는 해외에서 사용되었던 광고의 이미지가, 밤색 액자에선 창신동의 이야기가, 파란색 액자에선 18세기 산업혁명에서부터 현재의 창신동에 이르기까지 발명된 기계 등 봉제의 역사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창신동에 세워진 이유도 액자를 통해 들려준다. 옷을 만드는 데는 원래 원단과 디자인과 봉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보통 디자인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봉제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인식 되니까 봉제에 대한 재조명을 하고자 창신동에 이음피움을 설립하게 되었다.

2층 봉제역사관에서 3층에 전시된 봉제 마스터의 작품을 올려다보았다.

2층 봉제역사관에서 3층에 전시된 봉제 마스터의 작품을 올려다보았다.

창신동처럼 봉제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간판이 없는 곳도 많아서 주택으로 보이는 곳도 봉제공장인 경우가 많다. 도심 내 제조업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동대문의 배후 생산지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동대문 노동자들의 주거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평화시장 임대료가 오르며 봉제공장들은 저렴하고 낙후된 골목으로 옮겨왔고, 지금의 거리를 형성했다. 이렇게 봉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일제강점기에 생겨났던 도시형 한옥이라든지 그 이후에 생겨난 쪽방촌 루핑주택 등 다양한 주거형태가 잘 보존된 매력적인 동네라 할 수 있다.

파란색 액자들은 산업혁명부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의 봉제역사에 대해 얘기한다. 산업혁명 때 재봉틀, 방직기, 방적기 같은 수많은 기계들을 발명하면서 봉제역사가 시작되었다. 1960년대 국가주도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펴면서 봉제도 같이 성장하게 된다. 산업혁명과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났던 현상이 여성의 가사노동으로 치부됐던 봉제가 정당하게 돈을 받고 노동계급을 구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봉제역사관에서는 이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너무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한 현실을 알리고 봉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기 위해 봉제역사관이 설립되었다. 2층에서 올려다보니 3층에서 돌아가는 옷들이 보였다. 안내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봉제마스터 분들이 만든 실제의 옷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봉제마스터 10명의 이야기를 담은 봉제마스터 기념관

봉제마스터 10명의 이야기를 담은 봉제마스터 기념관

3층은 봉제마스터 기념관이다. 봉제마스터 기념관은 봉제인들의 가치를 소개하는 곳이다. 봉제마스터 기념관의 첫 번째 전시는 10명의 봉제인들의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다. 그 분들이 만든 옷이나 패턴 마스터들의 패턴을 전시하고 있다. 사용한 가위, 다리미, 재단판과 같은 물건들도 같이 볼 수 있다. 낡고 닳은 수십 년 동안 사용한 낡은 도구들에는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했다.

4층 바느질 카페

4층 바느질 카페

4층 바느질 카페는 정말 맘에 드는 공간이었다. 우선 창신동 주택들이 파란 하늘을 병풍삼아 다닥다닥 사이좋게 붙어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좋고 사방으로 보이는 풍광이 일품이다. 셀프 카페였기에 직접 커피 한 잔을 뽑아 나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카메라를 들고 한국 봉제산업의 중심인 창신동을 담아본다.

바느질 카페에서 바라본 창신동 풍경

바느질 카페에서 바라본 창신동 풍경

지금은 임시 오픈 기간이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5월 12일 정상 오픈한다. 그때는 단추가게에서 실제로 옷과 단추를 사서 직접 꿰매보는 체험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다양한 기념품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하 1층에서는 재봉틀이나 다양한 기계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안내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창신4가길 24-1
○교통 :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반대 방향으로 직진, 우측길 따라 도보 500m
○관람 : 화~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월요일, 공휴일 휴일)
○문의 : 전화(02-747-6471~2) 이음피움 페이스북 , 이음피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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