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의 1번지' 세실극장, 다시 시민 품으로!

시민기자 김진흥, 김윤경

발행일 2018.04.12. 15:46

수정일 2018.04.12. 16:38

조회 1,187

70~80년대 소극장 연극의 중심지였던 세실극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70~80년대 소극장 연극의 중심지였던 세실극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서울시 정동에 위치한 세실극장이 다시 시민 품으로 돌아간다. 서울시는 지난 4월 11일 오후 2시, 정동 도시재생의 마중물인 세실극장의 재개관 기념식을 개최했다. ‘정동, 문화재생으로 꽃 피우다’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기념식에는 연극인, 원로배우, 서울시 관계자 등이 모여 닫혔던 세실극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세실극장은 1976년에 개관한 연극 전용극장이다. 개관 당시에는 320석의 큰 규모였고 1977년~1980년까지 한국연극협회에서 대관해 연극인회관으로 사용했다. 또한, 서울연극제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 제1회부터 5회까지 열리며 70~80년대 소극장 연극의 메카로 불렸다.

세실극장은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공간이다. 세실극장을 지은 이는 건축계를 대표하는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는 유신체제에 반대해 프랑스로 추방된 상태서 설계도면을 우편으로 보내 세실극장 건축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실극장은 서울시 근현대 문화유산 중 미래 세대에 전달할 만한 건축, 문화예술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세실극장은 개관한 지 42년 만에 문을 닫았다. TV 보급과 영화산업의 부흥으로 계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리다 2018년 1월 7일 연극 <안네 프랑크>를 마지막으로 폐관했다.

세실극장 재개관 행사 현장에 모인 시민들

세실극장 재개관 행사 현장에 모인 시민들

올 1월에 폐관돼 뿌연 먼지만이 가득했던 세실극장. 하지만 3개월여 만에 재개관했다. 최근 서울시는 ‘세실 재생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것은 극장 소유주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으로부터 극장을 장기 임대하고 장기 운영자에게 재임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실극장이 인근 덕수궁 돌담길 등과 연계한 역사문화탐방 거점이자 지역협의체가 활동하는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하도록 했다. 워크숍, 전시 등 각종 지역 행사를 개최하고 대한제국 및 정동 역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도 운영할 예정이다. 70~80년대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이곳을 다시 올 수 있게끔 서울시는 끊임없이 노력할 방침이다.

특히, 서울시는 세실극장을 ‘대한제국의 길’ 활성화 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대한제국의 길은 대한제국(1897~1910년) 13년 역사를 간직한 (구)러시아공사관, 영국대사관을 비롯해 정동교회, 성공회 성당, 환구단 등 정동일대 역사문화명소 20여 개소를 연결한 역사탐방로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세실극장은 정동을 활성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은 곳이다. 세실극장 재개관을 계기로 정동 문화가치를 높이고 지역협의체와 잘 협의해 오래오래 잘 운영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세실극장 재개관 기념식 테이프 커팅 모습

세실극장 재개관 기념식 테이프 커팅 모습

세실극장 재개관 기념식은 3부로 진행됐다. 테이프 컷팅식, 축사 및 서울시 정동 문화재생 발표, 2018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대상작인 <검정 고무신> 연극 순이었다.

테이프 커팅이 끝나 내부로 들어가자 로비에는 세실극장에 대한 변천사와 영상기록 등이 전시돼 있다. 벽면에 그려진 꽃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재생을 피워내는 듯싶었다. 유심히 보던 연극계 원로들은 "이곳이 사라질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상업주의를 좇지 않는 소극장으로 의미있는 곳이다" 라며 담소를 나눴다.

기념식 사회는 연극배우 남명렬과 성병숙이 맡았다. 성병숙은 “세실극장은 개인에게도 의미가 있다”며 말을 꺼낸 후 “당시로 엄청 유명한 곳이라서 일부러 여기서 결혼식을 올렸다”라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감탄소리가 들렸다.

연극인 박정자가 등장하자 박수소리는 커졌다. 그녀는 “도시재생에 비해 문화재생이라는 건 생소하다. 세실극장이 재개관한 건 시작이며 앞으로 변화하는 세대에 맞는 극장으로 발돋움 해 가야한다”라고 말했다.

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은 “정동은 시민의식이 서려있는 곳으로 그 가운데는 한국현대사를 조명했던 세실극장이 있다. 지난 1월, 세실극장이 문을 닫을 때 아쉬워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생생하다. 그로 인해 문화예술의 무대를 넘어 정동의 가치를 담은 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전시된 세실극장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시민(좌), 사회를 맡은 연극인 남명렬과 성병숙(우)

전시된 세실극장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시민(좌), 사회를 맡은 연극인 남명렬과 성병숙(우)

이날 행사는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대상작인 극단 가변의 연극 <검정 고무신>으로 마무리 했다. 일제강점기 고무신 공장 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룬 연극을 관람한 뒤, 모두 옛 추억에 잠긴 흐뭇한 마음으로 세실극장을 나섰다.

앞으로 세실극장은 공연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연극교실과 역사 강의, 지자체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의 공간으로서 활용될 계획이다. 또한 옥상은 시민을 위한 휴게 공간으로 개방될 예정이며 카페 등 편의시설도 들어선다.

재개관 기념식을 지켜본 한 시민은 “40년 전에는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핫플레이스였어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죠. 관객도 많고 공연도 잘 되는 곳이었죠. 추억이 많이 서린 곳이에요. 폐관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세실의 목숨줄이 끊어지는 건가 했는데 오늘부터 다시 생명을 잇게 돼 감회가 새로워요”라고 말하며 추억을 되새기도 했다.

한편, 세실극장에 대한 정책과 관심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연극 관계자는 “세실극장 재개관에만 기뻐해서는 안 된다. 세실극장 활성화를 위한 올바른 정책들과 시민들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 연극들이 나올 수 있도록 모든 연극 관계자들과 서울시가 힘써야 한다”라고 전했다.

재개관 기념으로 연극 이 공연되었다.

재개관 기념으로 연극 <검정 고무신>이 공연되었다.

세실극장 재개관 기념식에는 많은 연극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빛을 발했다. 하지만 대부분 연령층이 높아 젊은층 흡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잠시 문 닫았던 세실극장. 이곳의 재개관을 통해 대한제국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정동과 대한민국 연극 1번지가 부활하도록 서울시와 지역협의체가 미래 지향적인 정책들을 선보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세실극장 안내
○위치 : 서울 중구 세종대로19길 16
○교통 :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문의 : 문화예술과 02-2133-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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