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영약 인삼, 허준박물관에서 만나다

시민기자 박분

Visit408 Date2018.03.30 10:20

허준박물관 인삼 관련 특별전. 왼쪽에 한약방에서 사용했던 인삼 보관용 궤가 보인다.

허준박물관 인삼 관련 특별전. 왼쪽에 한약방에서 사용했던 인삼 보관용 궤가 보인다.

그림 속 호랑이를 타고 나타난 산신령 손에도, 하얀 옷을 걸치고 홀연히 나타난 또 다른 산신령의 손에도 들려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산삼이다. 오래전부터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져 온 인삼에 관한 특별전이 열리는 이곳은 강서구 가양동에 자리한 ‘허준박물관’이다.

허준박물관은 개관 13주년을 맞아 3층 기획전시실에서 ‘인삼, 건강장수를 염원하다’를 주제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영주시 인삼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영주 인삼박물관 소장 유물 100여 점이 함께 공개돼 의미를 더한다.

3층 기획전시실로 들어서니 어린이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흰 수염에 지팡이를 짚고 선 그림 속 산신령에 아이들의 시선이 모아진다. 산삼을 든 신선이 그려진 신선도(神仙圖) 아래 인삼보관용 궤와 경옥고를 담았던 청자 단지가 차례로 보인다. 인삼을 보관하던 궤는 풍기 읍내에 있던 ‘회춘당’이란 한약방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나무틀에 종이를 덧대어 만들어졌다. 특이하게 윗부분에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인삼이 귀한 약재임을 짐작할 수 있다.

햇수에 따라 굵기가 변화하면서 약재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삼표본(좌), 인삼을 왕실에 선물하거나 외국 사신에 선물할 때 사용하던 인삼갑(우)

햇수에 따라 굵기가 변화하면서 약재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삼표본(좌), 인삼을 왕실에 선물하거나 외국 사신에 선물할 때 사용하던 인삼갑(우)

전시실에는 동의보감 탕액편(湯液篇)을 펼쳐 내용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인삼은 우리말로 ‘심’이라 하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은 없다. 주로 5장의 기가 부족할 때 쓰며…” 약 2000년 전 고구려에서 생산되었다는 문헌이 기록에 남아 있는 인삼은 이렇듯 동의보감에도 그 효능에 대해 상세히 소개돼 있다.

인삼표본도 전시돼 있다. 3년 근, 5년 근, 햇수에 따라 굵기가 변화하면서 점점 좋은 효능을 지니는 약재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삼이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듯 선조들은 자개장, 약장, 부채 등 생활용품과 공예품 등에도 인삼문양을 넣어 사용하였다. 당초무늬 자개를 붙인 화려한 인삼갑은 인삼을 왕실에 선물하거나 외국 사신에 선물할 때 사용하던 것이다. 하지만 인삼은 가격이 비싸 일반 서민들은 복용하기가 어려웠을 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인삼문양을 새겨 넣은 생활용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식(食)과 관련한 사례는 더욱 풍성하다. 밥상은 물론이고 수저와 약탕기, 떡살, 경옥고 단지 등 인삼문양을 새겨 넣은 생활용품들이 차고 넘친다. 인삼이 그려진 수저로 밥을 먹고 인삼문양이 찍힌 떡을 먹는 것으로 소박하게 건강을 염원했던 서민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인삼문양을 넣어 간접적이나마 인삼의 기운을 받아 건강하기를 염원하였던 게 아닌가 싶다.

“풍기 토종 인삼이 해외에 진출하다”, “약효 많아 예로부터 진상품이었다” 1930년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앞 다퉈 게재한 신문도 보인다.

인삼과 인삼정, 인삼씨 등을 판매했던 영업소의 간판들도 나란히 선을 보이고 있다. ‘조선총독부 전매국소관’이라고 한자로 쓰인 이들 목재 현판은 모두 일제 강점기에 제작된 것으로 조선총독부에서 허가한 목재간판들이다. 우리나라 특산품인 인삼에 일찌감치 눈독을 들인 일제가 수탈했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삼경작 신고서, 인삼경작 면허증 등도 나와 있다. 당시 인삼은 아무나 재배할 수 없는 특수작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허준의 호 구암(龜巖)을 따서 이름 붙여진 구암공원의 모습, 해마다 허준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허준의 호 구암(龜巖)을 따서 이름 붙여진 구암공원, 해마다 허준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허준박물관이 자리한 구암공원은 가양동에서 태어난 허준 선생을 기리고자 그의 호인 구암(龜巖)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마다 허준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많이 알려진 이 공원을 거닐다보면 중앙무대광장 너머로 아담한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에는 전설이 깃든 바위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이 바위는 자태도 아름답지만 바위에 얽힌 사연을 한 줄 읽다보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큰 홍수가 나는 바람에 경기도 광주(廣州)에서 양천현의 한강변까지 떠내려 오게 된 이 바위 하나를 두고 두 고을의 원님들이 서로 옥신각신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에는 ‘광주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지면서 이 호수에 자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구암공원 호숫가 ‘광주바위’(좌), 허준선생이 동의보감을 저술했다는 ‘허가바위’(우)

구암공원 호숫가 ‘광주바위’(좌), 허준선생이 동의보감을 저술했다는 ‘허가바위’(우)

탑산 아래에는 광주바위 말고도 둘러보지 않으면 서운할 명소가 하나 더 있다. 천연적인 바위동굴인 허가바위(서울시 기념물 제11호)이다. 관직에서 물러난 허준 선생은 이 바위동굴에 머물며 동의보감을 저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래 허가바위는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한강에서 조개와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했던 혈거동굴로 알려졌지만 현재 눈앞에 보이는 허가바위의 모습은 동굴이 그다지 깊지가 않아 그냥 바위로 보일 뿐이다.

허준박물관과 허가바위를 잇는 사잇길에는 동의보감을 떠올리게 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침과 뜸에 관한 침구편(鍼灸篇), 약재·약물에 관한 탕액편(湯液篇), 유행병·급성병 등에 관한 잡병편(雜病篇) 등 다섯 가지 조형물을 하나씩 살펴보며 지나다보면 저절로 허준 선생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게 된다.

지난 3월23일부터 막을 연 ‘인삼, 건강장수를 염원하다’ 특별전은 허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10월 5일까지 열린다. 인삼 한 뿌리에 건강을 찾고 한편으로 눈물도 흩뿌렸을 선조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귀하게 여겼던 인삼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전시이다.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면 더욱 알찬 관람이 될 것이다.

■ 허준박물관 안내
○위치 : 서울시 강서구 허준로 87관람시간 : 3월~10월 오전 10시~오후 6시 / 11월~2월, 주말, 공휴일 오전10시~오후 5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홈페이지 : www.heojunmuseum.go.kr
○문의 : 02-3661-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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